ⓒ시사IN 양한모

오마이걸의 효정은 꼭 만화 주인공 같다. 캐릭터 같은 동그란 얼굴과 웃음기 밴 목소리, 그리고 풍부한 표정이 특징이다. 멤버들은 효정을 ‘캔디 리더’라고 부른다. 눈물이 많은 편이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고 웃으라며 만들어준 별명이란다.

효정은 늘 웃는 상이다. 요즘 출연 중인 엠넷(Mnet)의 〈컴백전쟁 퀸덤〉 (이하 퀸덤)만 봐도 사전 인터뷰나 무대 연습 동안 언제나 웃으며 멤버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사람은 아니다. “오마이걸이 이렇게 잘하는 팀이라는 걸 보여주자” “선배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야망을 끊임없이 말하고, 늦은 시간까지 안무 디테일을 챙기며 연습에 박차를 가한다.

보통 라이브와 군무가 강한 그룹은 연습량이 많다. 오마이걸의 라이브와 군무는 케이팝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힐 만큼 경쟁력이 있다. 그는 투톱 메인 보컬로서 승희와 함께 그룹의 목소리를 책임진다. 본래도 설득력 있는 톤을 가진 보컬이었지만, 연차가 올라갈수록 성량이나 발성도 좋아지면서 탄탄한 노래 실력을 자랑하게 되었다. 춤은 어떤가. 군무로 유명한 그룹을 잘 살펴보면 여자친구의 신비나 방탄소년단의 제이홉처럼 춤 연습 때 책임감을 갖고 멤버들을 통솔하는 이가 꼭 있다. 오마이걸에서는 리더인 효정이 댄스 멤버들과 함께 그 역할을 한다. 늘 방글방글 웃지만, 실은 무대를 향한 열정이 대단한 직업인이다. 경연 베네핏(이익)을 걸고 도전한 ‘발가락으로 과자 봉지 뜯기’ 미션에서도 열과 성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는 유노윤호에게나 붙던 ‘열정 부자’라는 자막이 달렸다.

2화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룹 간 자체 평가에서 ‘한 수 아래’ 표를 셋이나 받았다가, 총 합산에서는 전체 3위의 반전을 이루고서는 안도해 우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경연에 임하는 출사표 인터뷰에서는 “모르는 일이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다수의 메가 히트곡이 있는 선배 그룹들 사이에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무대에 재능을 보였지만, 녹록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어렵사리 가수의 꿈을 키웠다. 연습생 시절에도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지금은 그때의 경험이 노래할 때의 감정선을 풍부하게 만들어줬다고 한다. 그가 걸어온 길은 별명처럼 ‘캔디’ 같다. 동갑내기 친구 진이가 건강 문제로 팀을 탈퇴해야 했을 때도, 열심히 준비한 싱글이 차트 중위권을 맴돌다 말았을 때도, 효정은 멤버들을 다잡고 격려하는 역할을 했다. 사람이 언제나 좋고 행복할 수만은 없지만, 효정은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팬들 앞에 섰다. 올해 8월에는 데뷔한 지 1580일, 걸그룹으로서는 최장 시간 만에 공중파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다.

‘캔디’라는 순정만화에 빗댄 해석만으론 부족할지 모른다. 중소기획사 출신 걸그룹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보면 모험 만화의 캡틴 같기도 하고, 점진적인 성공 서사는 스포츠 만화의 주인공 같기도 하다. 이제 상승세를 타는 오마이걸의 커리어는 열정이나 우정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을 담았던 클래식한 20세기 만화 스토리 같다. 만화 연재를 기다리듯 차근차근 지켜보며 그의 성공을 응원하고 싶다.

 

기자명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