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지 그림

노무사라는 직업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많다. 노동 상담이나 강연을 하다 보면 노동법이 적용되는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부당해고가 아닌, 취업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 돈을 많이 벌까요?” “어떤 직장을 다녀야 좋을까요?” 같은 질문이다. 직업 특성상 단체교섭 조언이나 체불임금 진정 사건을 하다 보면 질문에 대한 답을 대략 알게 되지만 공인노무사로서 직업윤리와 위임계약상의 의무 등을 이유로 답변해줄 말을 찾지 못하곤 한다. 다만, 어떤 직장이 좋은지 말할 수는 없어도 구직 과정에서 어떤 직장이 문제가 되는지는 알려줄 수 있다. 예컨대 이런 사업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구인광고에 남녀 차별 내용을 넣거나 불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사업주가 있다. 사업주는 노동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특히 여성 노동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 키, 체중, 혼인 여부 등과 관련해 조건을 제한하거나 요구할 수 없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주의해야 하는 까닭

지난 7월17일부터 노동자 수 30명이 넘는 사업장에서 입사지원서(자기소개서·이력서 포함)에 직무와 관련 없는 구직자의 신체조건, 출신 지역이나 혼인 여부, 재산 정도를 요구할 수 없다. 구직자 가족(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의 학력이나 직업, 재산 정보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처음 낸 구인광고 내용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사업주도 있다. 채용절차법(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채용을 가장하여 아이디어를 수집하거나 사업장을 홍보하기 위해 거짓 채용 광고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처음에 광고했던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는 인적사항을 공개하고 있어서 미리 알아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제43조의 2(체불사업주 명단 공개)를 적용해 3년 동안 임금체불로 유죄 확정을 2회 이상 받은 사업주나 1년 동안 체불한 임금이 3000만원 이상인 사업주의 인적사항을 공개한다. 지난 4월11일에도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 242명이 공개되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나 각 지방고용노동관서(지방청 및 지방노동사무소) 게시판에 붙어 있다.

취업을 준비할 때는 이런 법적인 문제 외에도 확인해봐야 할 지점이 여럿 있다. 구인 중인 사업장에서 내가 담당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앞서 그 업무를 담당했던 전임자는 왜 그만두게 되었는지, 공석이 된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족 같은 분위기도 주의해야 한다. 직장에서 맺는 인간관계는 가족이나 친구 사이와 다른데도 사업주가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직장 내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위계와 그 위계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노동자의 고통 및 스트레스를 배려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심지어 사업장에 사업주의 가족이 마구 드나든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배우자 갑질’은 대기업 임원이나 군인 같은 거대한 조직 사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규모 사업장의 사장이나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의 배우자도 사업장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노동자들을 ‘사노비’같이 대하는 경우가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개로 하더라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이런 꼴불견까지 견뎌내야 할 의무는 없다.

기자명 김민아 (노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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