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찰개혁 시간표는?
  • 김영화 기자
  • 호수 628
  • 승인 2019.09.3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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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검찰이 독점한 권한을 분리해 상호 견제하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공수처 신설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총 4개의 검찰개혁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4월29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처리를 놓고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이다.” 9월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검찰개혁은 검찰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것은 법제화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수사개시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검찰이 독점한 권한을 분리해 상호 견제하는 게 핵심 과제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이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지난 4월30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 신설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렸다.

총 4개의 검찰개혁 법안이 올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으로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대표 발의)’과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대표 발의)’이다. 두 법안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진다. 원래 경찰은 불기소 의견이든 기소 의견이든 검찰에 의무적으로 사건을 송치해야 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경찰이 불기소 의견일 때는 자체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경찰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규정했다. 법안에 따르면 검찰은 기소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경찰에 대한 시정 조치와 징계 요구권 등을 가진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더라도 그 이유를 고소인 등에게 통지해야 하며, 사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곧바로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했다. 경찰의 불송치가 부당하다면 검사는 재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도 제한했다. 그동안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법정에서 그대로 증거능력이 인정됐다. 이로 인해 법정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다투기로 한 공판중심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검경 이중 조사로 인한 인권침해 지적이 있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라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반대로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라도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내용을 인정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는 특정 범죄로 한정된다.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권을 가지는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 선거·방위사업 범죄 등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범죄, 이들 사건과 관련된 위증·무고 등의 인지 사건 등에 한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고소·고발·진정 사건이 접수되면 경찰에 이송해야 한다. 지난해 6월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의 문언과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합의문은 당시에도 검찰권 남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 범위가 넓고 모호한 데다 검찰이 해오던 수사를 그대로 인정했다는 비판이었다. 법사위 위원인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더 축소하거나 전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본회의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기 위해 기존과 다른 수정안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정의당 합쳐도 법안 통과에 15석 부족

공수처 설치 법안은 두 개 법안이 지정되었다.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의안과 권은희 의원(바른미래당) 대표 발의안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백혜련 의원 안에 합의했지만, 바른미래당이 당내 진통을 겪으며 권은희 의원 안을 추가로 상정했다. 법사위에서 심의를 거쳐 하나의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연합뉴스지난해 6월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공수처는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의 권한 남용을 직접 견제하는 수단으로 참여정부 시절부터 거론돼왔다. 현재 쟁점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부여할지다. 두 법안에 따르면 수사 대상인 고위 공직자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 소장 및 재판관, 국무총리,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 포함된다(백혜련 의원 안에서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만, 권은희 의원 안에서는 퇴직자 포함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다). 백혜련 의원 안에서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고위 공직자 중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또는 그 가족이 범한 범죄에 한해서다.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등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권은희 의원 안도 기소 대상에는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기소 여부가 적절한지 심의하는 기구로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공수처장 임명 방식의 경우 백혜련 의원 안은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자에 대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권은희 의원 안은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9월18일 조국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당정 협의에 참석해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조 장관은 “국회에서 심의 중인 패스트트랙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입법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협조해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법 통과 전이라도 시행령과 규칙 등 법무부가 할 수 있는 개혁 과제를 찾아 신속히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4개 법안이 처리되기 위해서는 법사위가 정상적으로 열려야 한다. 그러나 여상규 법사위 위원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인 데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상임위원회에서 최대 180일, 이후 법사위에서 최대 90일 동안 심사가 진행된다. 법안 처리가 무산되더라도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이 시간표에 따르면 늦어도 1월24일 본회의로 넘어가지만, 검찰개혁 법안의 경우 상임위가 법사위로 동일하기 때문에 국회사무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 고유 법안이기 때문에 90일을 생략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사개특위에서 넘어간 법안으로 보고 추가적인 법사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주장대로라면 1월24일,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10월26일에 본회의로 넘어간다. 그 전에 사개특위에서 마무리 짓지 못했던 법안 심사를 통해 단일안으로 도출해내야 한다. 본회의로 넘어간 법안은 최대 60일 안에 표결이 이루어진다. 9월19일 현재 재적의원(297명) 과반인 149명이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된다. 민주당 128석, 정의당 6석을 빼면 15석이 부족하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정치연대, 무소속 의원 중에서 나머지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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