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돈을 가로챈, 전형적인 ‘피라미드’ 업체였다. 검사는 회원 등급에 따라 돈을 배당하는 컴퓨터 관리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관리 프로그램을 제작한 업체를 수사했다. 그들의 고객이 바로 불법 다단계 업체였다. 피라미드 업체 700여 곳을 파악했다. 가장 규모가 큰 10여 개 업체를 집중 수사했다. 한 피해자가 고소한, ‘지류’에 해당하는 사건이 ‘본류’까지 닿은 셈이다. 10여 개 업체의 피해자만 11만명, 피해액이 1조원에 달했다. 사건의 늪에서 허덕이는 형사부 소속 검사의 개가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보며 이 수사가 떠올랐다. 지난 8월27일 시작한 검찰 수사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수사를 한번 냉정하게 되돌아보자. ‘조국 수사’에는 특수부 검사 20여 명이 투입되었다. 특수부는 인지수사를 담당한다. 이게 검찰이 자체적으로 인지한 사건인가? 여야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하나다. 수사를 시작하며 검찰은 ‘진상규명’ 기관을 자처했다. 조 장관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수사하며 별건·먼지떨기·신상털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수사할까? 나는 ‘검찰총장 1호 수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번 수사를 두고 “직을 걸겠다” “수사에 책임을 지겠다”라고 했다 한다. 선의로 해석하면, 수사와 관련한 ‘외압’을 막을 테니 수사팀은 흔들리지 말고 수사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정작 수사팀에는 ‘내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검찰 조직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지적한다.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뒤 첫 수사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성과(기소)’를 내지 못한다? 이는 ‘실패한 수사’ ‘무능한 검찰’을 의미한다. 수사팀으로서는 ‘지류’를 수십 개 파서라도 ‘본류’에까지 닿게 만들어야 한다. 이 정도 수사 규모로는 정재계 등 ‘특권층 자제의 입시비리’를 기획 수사하는 게 맞다. 다단계 수사처럼 지류에서 시작해 본류로 닿아야 한다. 이렇게 많은 특수부 화력을 한 사람과 관련한 수사에 투입하는 게 온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비판이 억울한가? 역지사지해보자.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 총장과 그 가족을 두고 야당은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규모로 특수부 검사를 투입하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먼지떨기식 수사를 하면 윤 총장이라고 무탈할까?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 “수사를 개시할 공익적 필요가 있는지 기본권 침해의 수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어느 지점에서 수사를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추어 깊이 고민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법집행 권한을 객관적·합리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고소·고발 사건에 기계적으로 행사하여서는 안 된다.” 7월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읽은 취임사다. 아직 취임사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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