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못 믿어서 유튜브를 본다
  • 장일호 기자
  • 호수 626
  • 승인 2019.09.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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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 유튜브가 신뢰하는 언론 매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비해 대폭 상승한 결과다. JTBC <뉴스룸>은 5년째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시사IN 윤무영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앞둔 9월2일 오후, 국회 본청 246호가 잠시 소란스러웠다. 취재 비표를 확인하던 민주당 관계자가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소속 기자 퇴장을 요청하면서다. <신의한수>는 9월4일 현재 구독자 85만명에 달하는 대표적인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다. 민주당은 <신의한수>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을 중계하던 중 ‘국회청사관리규정’을 어겨 6개월 출입정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신의한수> 측은 이번에 퇴장당한 기자는 출입정지를 받은 기자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해당 기자는 퇴장 조치에 반발하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그 모든 과정이 <신의한수>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됐음은 물론이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유튜버는 뉴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다. 8월21일 한국방송학회와 한국심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유튜브와 정치 편향성, 그리고 저널리즘의 위기’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여한 이상우 교수(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에 따르면 국내 유튜브 뉴스 채널은 약 532개에 달한다. 유튜브 뉴스 채널 제공자는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방송 3사와 종편 채널을 비롯한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 <TV 홍카콜라>나 <유시민의 알릴레오>처럼 정치인이나 정당, 그리고 <신의한수>나 <펜앤마이크 정규재TV>처럼 개인이 제작해서 제공하는 방식이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는 전 세계적으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앞서나가는 편에 속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연구로 지난 6월 공개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4명은 유튜브로 뉴스를 본다. ‘지난 1주일 동안 유튜브에서 뉴스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다’라는 질문에 40%가 그렇다고 답했다. 38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4위로, 조사 대상국 전체 평균은 26%였다.  

진보·보수층 유튜브 이용률이 중도보다 높아  

한국만의 특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뉴스 관련 유튜브 이용률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특히 55세 이상에서 38개국 전체 이용률은 22%였지만, 한국은 42%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정치 성향별로 쪼개봐도 이용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던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진보와 보수 성향 이용자가 중도 성향 이용자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유튜브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결과는 또 있다. 한국이 조사 대상국에 포함된 2016년 이후 3년 연속 ‘꼴찌’를 하고 있는 항목이 있다. 바로 뉴스 신뢰도다. 한국은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2%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낮았다.

<시사IN>과 칸타코리아가 8월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신뢰도 조사 결과도 ‘유튜브 저널리즘’ 시대의 등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모든 언론 매체 중 가장 신뢰하는 매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JTBC(15.2%)에 이어 유튜브(12.4%)가 꼽혔다. KBS는 9.6%로 3위였다(<표 1> 참조). 오차범위(±3.1%포인트)를 감안하면 1등과 2등이 사실상 차이가 없다. 유튜브는 JTBC와 더불어 신뢰도는 높고 불신도는 낮은 범주로 묶인다. 사실 여부를 떠나 ‘믿고 보는’ 매체인 셈이다. KBS는 신뢰도와 불신도가 비슷하게 집계됐고, <조선일보>는 신뢰도(5.4%)에 비해 불신도(24%)가 다섯 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2017년 조사에서 0.1%, 2018년 2%로 나타났던 유튜브에 대한 신뢰도는 이번 조사에서 모든 매체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표 2> 참조). 유튜브가 레거시 미디어를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유튜브는 19~20세(22%), 대전·충청(23.7%), 자유한국당(18.3%), 학생(22.4%)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유튜브 시대’ 조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PC를 통해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입력된 검색어 1위가 유튜브였다. 유튜브의 잘못된 표기인 ‘유투브’도 18위였다. 모바일에서는 날씨에 이어 유튜브가 검색어 2위를 차지했다. 유튜브 월 총 사용시간은 2016년 3월 79억 분이었지만, 2018년 2월에는 257억 분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강준만, <한국언론사>, 2019).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뉴스를 보기 위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는 33.6%로 종이 신문 열독률(17.7%)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때 이용한 동영상 플랫폼을 묻는 질문에는 91.6%가 유튜브를 꼽았다. 이러한 수치는 곧바로 광고 매출과도 연결된다. 디지털 마케팅 업체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국내 인터넷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유튜브 점유율은 40.7%였다. 매출액은 1169억원으로 네이버(249억원), 다음(154억원), POOQ(49억원)과 비교해도 큰 격차를 보였다.  

레거시 미디어의 전반적인 약세는 방송 매체 신뢰도로 좁혀서 물어봤을 때도 확인된다. 무엇보다 ‘무응답’을 선택한 사람이 지난해 12.9%에서 20.4%로 늘었다. 전체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한 신뢰도에서 ‘불안한’ 1위 자리를 수성한 JTBC는 방송 매체 신뢰도로 좁혀서 물었을 때는 27.4%로 거뜬하게 맨 앞자리를 지켰다(<표 4> 참조). 이는 지난해 37.4%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2위인 KBS는 14%로 역시 지난해 18.5%에 비해 4.5%포인트 하락했다. 눈에 띄는 건 TV조선이다. 2018년 신뢰도 4.4%였던 TV조선은 올해 8.6%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표 3> 참조). TV조선은 방송 매체 신뢰도 상위 10개 매체 중 오차범위를 벗어나 증가세를 보인 유일한 매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꼽아달라는 질문에서도 JTBC가 두각을 나타냈다(<표 5> 참조). JTBC <뉴스룸>은 10%로, 5년째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역시 지난해 16.8%와 비교하면 하락세다. 지난해 4%를 기록하며 5위였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6%로 소폭 상승하며 2위로 올라왔다. 뒤이은 KBS <뉴스 9>(4.6%)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4.1%)는 지난해 각각 5.6%, 4.9%를 얻었던 데 비해 소폭 하락해 한 계단씩 내려왔다.

유튜브 역시 언제든 대체될 운명  

방송의 위기는 신문의 위기에 비하면 사소하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신문 매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44.4%가 ‘무응답’을 선택했다. 높은 비율의 ‘무응답’은 종이 매체의 몰락을 반영하는 가장 상징적인 대답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종이 신문을 정기 구독하고 있다는 응답자 역시 지난해 9.9%에서 소폭 하락해 9.5%를 기록했다.  

<조선일보>는 16.8%로 신문 매체 중 신뢰도 1위를 차지했고, <한겨레>는 13.4%로 2위였다. 지난해는 <한겨레> 14.2%, <조선일보> 14%로 <한겨레>가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갔다면, 이번에는 <조선일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표 6> 참조). 나머지 신문 매체 전반적 신뢰도는 지난해 경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두 매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 자릿수 신뢰도를 보였다.  

미디어 환경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공저자 중 한 사람인 톰 로젠스틸 미국 언론연구원 원장은 <신문과 방송> 2018년 12월호 손석희 JTBC 사장과의 대담에서 “언론사가 지금 시도하는 일 대부분의 유효기간은 1년”이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는 완벽한 수익 모델을 추구하기보다 새로운 시도와 실수를 통해 독자에게 기민하게 반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때 대다수 언론이 페이스북 라이브를 시도했지만 지금은 ‘추억’이 된 것처럼, 유튜브라는 플랫폼 역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톰 로젠스틸은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진실·정확성·팩트에 기반한 사실만큼 완고하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은 없다.” 속수무책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언론 신뢰도 회복도 이 ‘기본 원칙’ 위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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