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 구동독 지역 작센주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각각 27.5%와 23.5% 득표율로 제2당 자리를 차지했다. AfD의 득표율은 2014년 지방선거 대비 작센주에서 17.8%포인트,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1.3%포인트 더 높았다.
기독민주당(기민당)은 작센주에서 32.1%를 얻어 제1당 자리를 지켰다. 사회민주당(사민당)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득표율 26.2%로 제1당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두 정당 모두 지난 선거와 비교하면 득표율이 떨어졌다. 작센주에서 기민당은 2014년 지방선거 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사민당 역시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지난 선거에 비해 5.7%포인트 떨어졌다. AfD가 두 정당의 턱밑까지 추격한 셈이다.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새로운 동쪽 정당으로의 길?’이라는 기사를 통해 AfD가 구동독 지역에서 대변인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분석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AfD에 대한 지지는 현재 정치 상황에 반발하는 의미가 강했다. AfD 공약도 반이민자 정책이 주를 이뤘다. 이번 선거를 통해 AfD가 대안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fD는 구동독 지역 유권자를 공략해 성공했다. 선거 당일 독일 공영방송 ARD가 여론조사 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마프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AfD에 투표한 사람 중 77%가 ‘구동독 지역 주민들이 2등 시민 취급을 받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AfD 지지자 중 대다수는 노동자이고, 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 농촌·탄광 지역 등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AfD 지지가 높은 지역의 공통점은 사회간접자본이 미비하고 의사나 경찰 인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AfD는 이 지역의 사회정의나 미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당으로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기민·사민·녹색 3개 정당 연정할 듯
AfD 약진은 좌파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좌파당은 2007년 동독 사회주의통일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과 사민당을 탈당한 그룹이 만든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 대안’이 합쳐지며 탄생했다. 서독에 뿌리를 둔 정당들과 중앙정부에 불만을 품은 구동독 주민들의 민심을 대변하는 지역 정당 구실을 해내며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당은 작센주에서 득표율 10.4%,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0.7%를 기록했다. 지난 선거에 비해 각각 작센주에서 8.5%포인트, 브란덴부르크주에서는 7.9%포인트 표를 잃었다. 좌파당 연방의회 원내대표인 디트마르 바르치는 선거 당일 밤 트위터를 통해 “유례없는 파멸”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참담함을 표현했다.
선거 이후 작센주·브란덴부르크주 지방정부 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작센주에서는 기민당과 사민당이, 브란덴부르크주에서는 사민당과 좌파당이 연정을 이뤘다. AfD의 약진으로 두 정당만으로 지방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 두 지역에서는 기존 파트너에 녹색당을 포함하는 3개 정당 연정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AfD를 제외한 다른 정당 중 유일하게 지난 선거보다 득표율이 올랐다. 녹색당은 작센주에서 8.6%(2014년 지방선거 대비 2.9%포인트 상승), 브란덴부르크주에서 10.8%(2014년 지방선거 대비 4.6%포인트 상승) 득표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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