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약은 감정을 무디게 한다. 우울감뿐만 아니라 즐거움도 앗아간다. 퇴원한 환자를 관리하는 각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수준별 교육을 제공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지체장애를 겪는 사람과 조현병을 앓는 사람이 한 교실에 앉아서 ‘지하철 카드는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 등을 가진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만든 예술창작단 ‘안티카’ 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6월 직접 팟캐스트를 만들기 전까지는.
당시 재활교육의 일환으로 그들에게 팟캐스트 제작을 가르쳤던 안티카 대표 심명진씨(34·앞줄 맨 오른쪽)는 아직도 단원들의 생생한 표정을 기억한다. “항상 듣고만 있던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6개월 후 팟캐스트 제작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사람들은 흩어지지 못했다.
팟캐스트 모임은 2018년 2월 ‘안티카’라는 비영리 예술단체로 다시 태어났다. 안티카는 〈위 캔 두 댓!〉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협동조합의 이름에서 따왔다. 정신병원을 폐지해 정신장애인을 강제로 사회와 격리할 수 없도록 한 이탈리아 바살리아법이 1978년 제정된 후 최초로 만들어진 협동조합 ‘논첼로’가 모티브다.
안티카 단원들은 자유롭게 창작 활동에 참여한다. 증상이 심해지는 급성기가 온 단원은 한두 달 병원에 입원했다가 다시 합류한다. 일반 직장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만,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다.
지난해 10월 안티카가 무대에 올린 첫 공연은 〈약 먹어도 괜찮아〉라는 연극이었다. 심명진 대표는 “지금 생각해보면 제목에 문제가 있었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약을 먹어도 괜찮다’는 말은 ‘그러니까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로 이어질 수 있다. “그건 환자를 관리하는 정신의학 시스템(병원, 상담센터, 재활센터 등)의 시각이죠. 하지만 당사자가 약을 먹든 안 먹든 그건 자기 선택이에요.” 물론 안티카에서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누구보다 치료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아는 건 바로 당사자다.
현재 안티카는 오는 10월26일 세종로공원에서 처음 열릴 ‘매드 프라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매드 프라이드는 1993년 캐나다에서 시작됐다. 정신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에서 오히려 상처를 받았던 경험을 공유하고 탈원화·탈시설화를 이야기하는 자리다. 환자들이 병원 침대를 끌고 나와 거리를 질주하는 ‘베드 푸시(bed push)’ 퍼포먼스가 상징적이다. 안티카 단원들이 꼽은 서울 매드 프라이드 슬로건은 이렇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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