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을 좀 보태면 요즘 유튜브의 영향력은 텔레비전(방송사)에 견줄 만하다. 올해 4월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세대를 불문하고 유튜브였다. 텔레비전 속 스타가 유튜브로 역유입되는 일도 흔하다. 아이돌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아이돌이 유튜브를 적극 이용한다. 최근에는 엑소 멤버들이 개별 채널을 개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는 기존 팀의 홍보 채널로서도 중요한 구실을 하지만, 이처럼 아이돌 개인이 팬들을 만나는 창구가 된다. 이들 중 일부는 아예 직업 유튜버라 불러도 될 만큼 전격적인 전향을 하기도 했다.
크레용팝 전 멤버인 웨이(허민선)는 이 분야의 신흥 강자다. 올해 초에 채널 이름을 〈웨이랜드〉로 바꾸고 단독 진행 체제로 바꾸기 전에도, 그는 2017년부터 쌍둥이 자매 초아와 함께 〈둥이TV〉를 운영하며 체험이나 탐방 등을 주제로 한 예능 콘텐츠를 올리고 있었다.
아이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대부분은 이미 존재하던 팬덤과 교류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사진 대신 동영상을 올리며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기존 유명도가 플러스 요소여도, 새롭고 유익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 히트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웨이의 차별점은 여기에 있다. 그는 단순한 아이돌 브이로그 채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이 유입되는 ‘유튜버 웨이’ 팬을 만들고 있다. 웨이랜드의 최고 인기 콘텐츠는 일명 ‘아이돌 Q&A’. 시청자한테 받은 질문을 추려 웨이가 대답해주는 정보성 시리즈다.
웨이의 Q&A는 섬네일에 소개한 그대로 담백하게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험한 대로, 아는 대로만 대답한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답변은 상당히 전문적이다. 당사자이기에 가능한 지점이다. 또한 웨이가 몸담았던 그룹 크레용팝은 중소 기획사의 작은 신인으로 출발해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누려봤기에 이야기할 만한 경험의 스펙트럼이 넓다. 센스 있는 편집과 조리 있는 말솜씨도 빼놓을 수 없다. 방송에서도 흔히 잘못 쓰는 ‘일반인’을 ‘비연예인’으로 쓰는 등, 곳곳에 웨이와 제작진의 섬세함이 묻어 있다.
젊음을 소비재 삼는 아이돌 산업은 회전이 지나치게 빠르다. 그룹의 인기 여부나 회사와 계약에 따라, 남들 같으면 사회 초년생에 불과한 20대에도 해당 직업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영리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인생의 다음 장을 대비하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 같은 그룹이었던 멤버 엘린은 아프리카TV BJ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쌍둥이 언니 초아도 웨이처럼 연기자로 변신해 뮤지컬 등에 출연 중이다.
아이돌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웨이는 “내가 이걸 왜 하는지 모른 채 회사가 잡은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했던 점”을 꼽았다.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오는지, 앞으로 내 미래는 어떻게 될지 마음 졸이던 아이돌 시절을 지나, 웨이는 또 다른 방식으로 포스트-아이돌을 살아내고 있다. 여전히 대중과 만나는 일을 하며, 조금 더 자기를 편안하게 드러내면서 말이다.
-
노래, 춤, 랩 모두 최고였던 채리나
노래, 춤, 랩 모두 최고였던 채리나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요즘 엠넷의 〈프로듀스 101〉 새 시즌이 한창이다. 101명의 연습생이 열한 개의 데뷔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누가 춤을 잘 추나, 노래를 잘하나, 랩을 잘하나 등 ...
-
명민한 트레이너 주헌의 무한질주
명민한 트레이너 주헌의 무한질주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엠넷(Mnet)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은 아이돌 연습생들이 주인공이지만, 가끔 게스트로 출연한 연예인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5월24일 방송의 수혜자...
-
관종이 아닌 스타 설리
관종이 아닌 스타 설리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JTBC의 새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에 설리가 MC로 합류했다. 인터넷 좀 하는 사람 중에 설리가 ‘악플 많이 받는 스타’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설리는 뭘 그리 잘못...
-
‘나이스함’과 ‘메타함’의 케빈
‘나이스함’과 ‘메타함’의 케빈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아직도 엑소나 방탄소년단 등 일명 3세대 그룹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탄탄한 퍼포먼스로 선전하는 신인 그룹이 있으니 바로 더보이즈이다. 이 중 케빈은 메인 보컬로, 캐나다에서 ...
-
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엑시
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엑시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대체로 걸그룹 래퍼에게 기대되는 이미지는 어느 정도 전형성이 있다. 공격적인 ‘센 언니’이거나 ‘앙칼진 목소리’ 같은 것이다. 그에 비해 우주소녀의 엑시는 굳이 말하자면 ‘청순’이...
-
스포츠 만화 주인공 같은 효정
스포츠 만화 주인공 같은 효정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오마이걸의 효정은 꼭 만화 주인공 같다. 캐릭터 같은 동그란 얼굴과 웃음기 밴 목소리, 그리고 풍부한 표정이 특징이다. 멤버들은 효정을 ‘캔디 리더’라고 부른다. 눈물이 많은 편이...
-
김재덕, 친구와 산다 그게 어때서?
김재덕, 친구와 산다 그게 어때서?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20년 전으로 돌아가 젝스키스의 팬에게 ‘미래에는 젝스키스 멤버와 H.O.T. 멤버가 함께 산다’라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화나 안 내면 다행일 것이다. 저 명제의 주인공 김재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