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북·미 관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의 의제는 아니다. 평화는 보편 가치이기 때문이다. 7월12일 미국 하원의 ‘한국전 종식 촉구 결의’ 조항 통과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미국 의회에서 한국전 종식을 추구하는 내용이 의결된 것은 처음이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6년 만이었다. 미국 민주당 로 카나 의원과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브래드 셔먼 의원이 공동발의한 국방수권법 수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행보에 날선 비판을 가하는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나온 목소리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부대 의견이긴 하지만, 이 또한 표결로 통과된 일이라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쳐 나온 결과였다.
숨은 공신은 시민 공공외교 영역에서 움직인 이들이었다. 여성 평화단체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와 ‘위민크로스 DMZ(Women Cross DMZ)’가 중심이 돼 미국 워싱턴 D.C.를 공략했다.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는 전국여성연대·평화를 만드는 여성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YWCA가 모여 만들었다. 위민크로스 DMZ는 2015년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전 세계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DMZ를 걷는 행사 등을 기획했다.
조영미(44)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여성·평화 단체 관계자들은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의원 등 다양한 미국 정치인을 접촉했다. 이들과 한국의 정치인도 연결했다. 무엇보다 미국 의회 관계자들에게 현 상황을 명확히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 한반도 평화는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는 일 이상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했다.
번번이 받는 질문은 이랬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전쟁이 한 번도 안 났는데 왜 종전을 해야 하나?” 조 위원장은 그럴 때마다 다양한 수치를 대며 설명했다. 분단으로 인해 드는 한국의 국방비, 인도적 교류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 상시 안고 사는 불안감 등. ‘전쟁으로 헤어진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평생 자유롭게 교류하지 못한다’는, 우리에게 상식인 이야기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 이를 알려주면 놀라는 이들이 꽤 되었다. 실제로 이들을 만났던 샌더스 의원은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그동안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에 비판적이었는데, “북·미 협상은 옳은 일”이라며 환영했다.
조영미 집행위원장의 다음 목표는 현재 북·미 교착관계에서 마중물 구실을 하는 것이다. 아직은 공개할 수 없지만,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을 부지런히 찾아서 하는 중이라고 했다.
-
핵동결, 트럼프의 새로운 계산법?
핵동결, 트럼프의 새로운 계산법?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북한 핵에 대한 워싱턴의 ‘새로운 계산법’은 핵 동결(nuclear freeze)일까?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고 김정은 ...
-
핵 동결에 화들짝 볼턴의 잠 못 드는 밤
핵 동결에 화들짝 볼턴의 잠 못 드는 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지난 6월 북·미 판문점 회동 때 트럼프 대통령 옆에 마땅히 서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 ‘사건’을 둘러싸...
-
탈북민 모자에게 넓디넓었던 복지 사각지대
탈북민 모자에게 넓디넓었던 복지 사각지대
나경희 기자
이웃 주민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푹 눌러쓴 모자’였다. 지난 7월31일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둘째 아들(6)과 함께 시신으로 발견된 한 아무개씨(42)는 항상 넓...
-
동아시아의 ‘신냉전’
동아시아의 ‘신냉전’
정태인 (독립연구자·경제학)
청소년이었던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전 세계에 시장 만능의 논리를 주입하고 있었다. 나에겐 그저 쪼들린 삶의 기억만 남아 있다. 군사독재를 핑계로 술독에 빠져 있던 1980...
-
북·미 대결전으로 김정은 위인 만들기
북·미 대결전으로 김정은 위인 만들기
남문희 기자
10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북·미 실무회담’ 직후 북·미 양측은 각자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
-
‘노동자 위한 미국’ 꿈꾸는 샌더스의 도전
‘노동자 위한 미국’ 꿈꾸는 샌더스의 도전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과연 ‘급진 좌파’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수 있을까?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월3일 아이오와주에서부터 대선 후보들의 경선이 본격화되었다. 민주당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