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사람들〉 매슈 데스몬드 지음, 동녘 펴냄

보이지 않는 가난이 자꾸 늘어난다. 파국에 닥쳐서야 겨우 드러나는 빈곤의 현실을 목도할 때면 불현듯 불안감이 든다. 우리 사회 어딘가가 조용히 붕괴되며 사이렌을 울리고 있는데, 그걸 전혀 듣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탈북 모자가 숨진 지 몇 달 만에 발견됐고 집에 남아 있는 음식이라고는 고춧가루뿐이었다는 뉴스를 보다, 2016년 출판된 이 책을 다시 펼쳤다.

제목 그대로 월세를 내지 못해 자기 집에서 쫓겨난 미국 사람들 얘기다. 부제는 ‘도시의 빈곤에 관한 생생한 기록.’ 미국의 젊은 사회학자(하버드 대학 교수)가 2008~2009년 미국에서 네 번째로 가난한 도시 밀워키로 가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참여·관찰한 기록이다.

책은 “하늘에서 집세가 뚝 떨어졌으면 좋겠어”라는 랭스턴 휴즈의 시로 시작한다. 시의 제목은 반어적인 ‘(대단히 중요한) 작은 서정시’다. 월세가 주된 주거 형태인 미국에서는 집값이 개인 지출의 70~80%를 차지한다. 월세를 내지 않으면 쉽게 퇴거당할 수 있고, 이는 삶 전체를 흔드는 사건이 된다. “퇴거는 불안정뿐 아니라 상실을 초래한다. 퇴거당한 가족들은 집과 학교·동네뿐 아니라 가구·옷·책 같은 소지품까지 잃게 된다. 온전한 집을 갖추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든다. 퇴거는 이를 일순에 날려버릴 수 있다.”

미국의 주거 현실이 한국과는 다소 다르지만 그렇다고 빈곤의 생김새까지 판이하지는 않다. 그래서 이 책의 “가난은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모두 얽혀 있는 관계라고 생각”하며 “가난을 이해하려면 그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는 대목을 곱씹게 된다. ‘도시의 빈곤은 왜 일어나고, 그들은 어떤 삶을 살기에 빈곤의 덫에 갇혀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저자의 질문에 우리 사회는 어떤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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