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숙련을 해체하고 있다. 한국 사회를 달군 택시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길 찾기’라는 택시 기사의 숙련이 내비게이션으로 해체된 것과 관련이 있다. 기사의 안전성과 신뢰성, 평판은 호출 플랫폼으로 그럭저럭 관리가 가능하다. 타다와 우버가 던진 질문은 그래서 간단치 않다. ‘누구나 택시 운전을 할 수 있다면, 왜 택시만 그걸 해야 하지?’ 국토교통부 상생안의 향방과 별개로, 여러 직군에서 여러 버전으로 반복될 질문이다.
어떤 기술은 존재를 해체한다. ‘스마트 톨링’은 무인 시스템이다. 카메라가 자동차 번호를 자동으로 인식해 요금을 청구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이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는 머지 않아 낡은 질문이 될지 모른다. ‘아무도’ 고용하지 않아도 되니까. 스마트 톨링은 전국 민자 고속도로 11곳에서 운영 중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요금소 355곳에 스마트 톨링을 도입할 경우 수납원 6100여 명의 52%인 3200여 명이 기계로 대체 가능하다고 추산했다. 용역업체 소속이던 수납원들이 한 달 넘게 톨게이트 옥상에 올라 자회사 고용을 거부하는 이유다. 이들은 스마트 톨링을 반대하지 않지만, 자회사로는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고 느낀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는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를 줄인다. 전기·수소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엔진·변속기가 필요 없다. 필요한 부품 수도 대폭 줄어든다. 노동조합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을 인정했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년퇴직한 700여 명의 생산직 일자리 중 100개는 이미 사라졌다. 현대차 노조는 2025년까지 퇴직할 베이비부머 세대 1만7500명 중 1만명이라도 정규직으로 충원하라고 회사에 요구 중이다.
세 풍경은 닮아 있다. 모두 기술이 밀어내는 일자리다. 기존 진입 장벽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기술이 대체할 일자리가 있다면 그 과도기의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 밀려난 이들을 다시 배치할 산업·고용정책이 있는지 묻고 있는 풍경이다.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김초엽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묻는다. 한국 사회는 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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