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부쩍 표정이 안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어떤 날은 반 학생들에게 “오늘 아무 일 없이 퇴근하는 게 선생님의 작은 소원이야”라고 말할 정도이다. 학급의 여러 규칙을 반복해서 어기는 아이들이 많다. 수업 시간에 허락 없이 교실 밖으로 이탈하는 학생 수도 다른 반에 비해 돋보였다. 평소에 늘 ‘업(up)’되어 있고, 수업 시간에 잘 집중하지 못하며, 재잘재잘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근심이 늘었다. 다른 교사에게 지적을 받는 일도 너무 잦다. 아이들이 ‘너무나’ 밝다 보니 교사는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오늘도?’ 같은 부정적인 생각부터 들었다. 한 학부모한테 “아이들에게 너무 잘해주면 머리끝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핀잔까지 들었다.
선배 교사들이 모인 곳에서 이 문제를 꺼내보았다. 선배 교사들은 “객관화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조금만 떨어져서 아이들을 바라보라고 했다. “아이가 크게 다쳤어요?” “아니요.” “그럼 됐네요.” 잘못된 행동에 대해 훈육도 필요하지만, 일희일비하면 교사 자신이 남아나지 않을 거라고 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중학교로 온 교사들 대다수가 힘들어한다고 했다. 고등학교에는 이미 큰 변화를 어느 정도 거친 아이들이 진학하는 반면(여전히 진행 중인 아이들도 있지만) 중학교에는 지금 ‘한창’ 격랑의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많다.
중학교 1학년 수업에 들어가 보면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한편 여전히 앳된 느낌이 남아 있다.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남학생들도 꽤 된다. 장난기 많은 친구들을 종종 진정시키는 게 필요하지만, 규정을 어기는 행동이 특별히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큰 변화는 중학교 1학년 말에서 중학교 3학년 초 사이에 일어난다. 3학년 학생들의 지난 3년간 생활기록부를 살펴보면, ‘중2’라는 시기의 특수성은 출석부의 숫자로 드러난다. 보통 1학년 때까지는 학교에 잘 다니던 아이들이(심지어 개근했던 학생마저도) 2학년이 되면서부터 늦잠으로 지각하거나 수업 시간에 이탈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3학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 과정이 이어진다. 조회 시간에 휴대전화를 걷을 때 평소 미적미적 내던 학생들이 어떤 날은 휴대전화가 없었다. 집에서 휴대전화 사용 규칙을 정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몰래 사용하거나 정해진 시간보다 더 사용하다가 부모님께 야단맞고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것이다. 학부모와 통화를 하다 보면, “여러 차례 훈계를 해도 바뀌지 않아 답답하다”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행동’
휴대전화 문제와 더불어 친구 문제도 학부모의 근심거리다. 부모에게 잘 안기던 아들이 어느새 부모 품에 오지 않고 집보다는 친구를 중요시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 학생의 생일날이었다. 친구들이 케이크를 학교에 가져오기로 했는데 깜빡하고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우정 어린 이 친구들 몇 명은 교사의 허락 없이 학교 밖으로 나가 케이크를 사오다가 다른 교사에게 적발되었다. 바로 며칠 전 친구가 수업 시간에 외출했다가 호되게 훈계받는 모습을 옆에서 봤는데도 말이다. 일과 중 외출이 어려운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담임에게 물어봤으면 종례 때라도 먼저 보내줄 수도 있는데, 친구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일단 ‘행동’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또 이 시기의 아이들이 이렇지 않다면 그건 또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말 잘 듣던 아이가 자기주장도 해보고, 규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때다. 또한 친구가 가장 관심거리이자 고민거리인 이 시기의 아이들. 그들이 있는 이 공간은 하루하루가 기대되면서도 두려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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