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섬, 섬, 섬과 ‘썸’을 타느라 요즘 들어 부쩍 섬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다. 정부는 8월8일을 ‘섬의 날’로 정했고, 지자체들도 섬에 주목하고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섬 개발에 대한 관심과 지원책이 자주 거론되고 개발 방향과 방법론에 대한 담화의 자리도 제법 늘었다. 누구는 공격적인 개발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들은 조심스러운 발전을 염두에 두고, 어떤 이는 유원지화된 섬을 꿈꾸고, 다른 이는 섬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동상백몽’이다. 그러나 그 담론의 장에서 가장 앞에 두어야 할 것은 섬 주민이다. 무인도가 아닌 다음에야 국민이 사는 최고의 오지, 낙도에 대한 정책이 먼저여야 한다.

섬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여행지

섬은 마지막 남은 몇 안 되는 자연 휴양처다. 정말 쉬는 것처럼 쉬고 싶을 때 섬으로 온다. 도시 생활에 지친 영혼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도록, 국민 휴양 치료지가 되도록 섬이 속한 지자체들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섬 주민들도 지금 열심히 공부하면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떠날 사람은 다 떠나고 남은 이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낯선 단어를 익히고, 손님을 어떻게 맞을지, 준비는 어찌해야 할지를 ‘섬 주민대학’에서 배운다. 아직은 서투르고 어설프지만 어쩌랴, 그것이 또 섬의 맛이다. 나라 안팎으로 여행을 꽤 다닌 사람 눈에서 볼 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여행지가 섬이다. 섬 주민들은 모두가 이웃이고 친척간이다.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이웃사촌이다. 지나가다 인사를 하면 ‘잉, 누구 집에 온 손님이구먼! 재미나게 놀다 가소’ 하고 알은체를 하신다. 서로 믿고 사는 온정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마을, 대문이 전혀 없는 섬마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윤미숙관매도 장산편 유채밭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공부, 마을 가꾸기에 대한 학습,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이야기,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법, 손님을 맞고 보내는 것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학습을 이어가고 있다. 글을 잘 모르는 할머니들은 그림을 보고 귀로 들어가며 공부하신다. 먹고살기 힘들어 섬을 떠났던 청년이나 섬에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섬이 비어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섬에는 인정이 살아 있다. 벼르고 별러서 멀리 섬까지 살러 온 사람을 낯설다고 이방인 취급하지 않는다. 섬사람 무시한다고 지레 겁을 먹고 외면하지도 않는다. 내 아들딸들 돌아온 듯이 열린 마음으로 맞이하자는 학습도 한다. 어느 시골마을이나 비슷하지만 서로를 ‘몰라서’ 생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차이가 섬처럼 극명하게 다르기도 힘들다.

하지만 겪어보면 따뜻한 분들이다. 풋마늘 몇 뿌리, 양파 몇 개라도 문 앞에 갖다놓고, 쑥스러울 그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사실 더 쑥스럽지만, 먼저 손 내밀어 반긴다. 더러 앞선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아직 시골 섬살이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러니께’ 좀 있으면 익숙해질 것이라며 이해도 해준다. 그래야 우리 섬과 마을들이 비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몸으로 치자면 머리나 속이 비고 가슴이 빈 것과 비슷하다. 집이 폐가가 되어 칡넝쿨과 대나무가 점령하고, 그런 집들이 늘어나면 을씨년스러워서 너도나도 떠나고만 싶어진다. 결국 섬마을은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 사라지고 만다.

올해 처음으로 ‘섬의 날’이 제정되었다. 8월8일이다. 이날 국가가 주관하는 섬의 날 행사가 목포·신안권에서 열리게 된다. 고려 시대 공도정책 이후로 고달프고 외로운 삶을 살았던 섬 주민들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여러 복지 서비스는 너무 멀어서 닿지 못했다. 섬 주민들은 조상들이 살아온 대로 포기와 체념으로 일관하며, 살면 살고 죽으면 죽고 하는 심정으로 다만 견뎠다. 영토적 의미에서도 너무 홀대받았다. 섬들을 이어 해양 영토를 포함한 지도를 보면 대한민국도 그리 작은 영토는 아니다.

다행히 전라남도가 먼저 나섰다. ‘가고 싶은 섬’ 정책으로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잘 보전하되 청년들이 돌아오는 활기 넘치는 섬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사는 사람이 먼저 행복해야 여행자도 즐거운 법이다. 여수 낭도, 손죽도, 보성 장도, 고흥 연홍도, 강진 가우도, 완도 소안도, 생일도, 여서도, 신안군 반월박지도, 기점소악도, 우이도, 무안 탄도가 선정되었다. 앞으로 2024년까지 스물 네 개의 섬이 시범적으로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섬마을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

섬은 봄과 초여름에 가장 아름답다

나는 전라남도 섬지원센터에서 활동하며 ‘가고 싶은 섬’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2015년 여섯 군데로 시작되었는데 지난해까지 총 열두 개 섬이 선정되었다. 가고 싶고 살고 싶은 섬을 만들기 위해 백조처럼 물밑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데, 개중에는 이미 완료된 섬도 있고 한창 진행 중인 섬도 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옛길과 나무를 하러 다니던 숲길, 학교 가던 오솔길을 복원했다. 논두렁과 밭두렁 그리고 폐가가 있는 마을을 지나 돌담과 우물을 기웃거리며 ‘싸목싸목’ 걸어 다닐 수 있는 섬길을 만들었다. 촌할매 묵은 된장이 어우러진 착한 밥상을 발굴하는 일,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마을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펜션도 만들고, 부녀회가 운영하는 섬 밥상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서 팔던 미역과 톳, 섬이 생산한 먹거리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겸비한 포장지도 개발했다. 마을 사무장을 육성해서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교육도 깊이 있게 진행되었다. 건강한 음식을 찰지게 먹여서 마을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공정 여행, 생태 여행지로 가꾸어나가는 일이 그것이다. 그야말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도시 재생, 마을 만들기는 육지만의 전유물은 아니므로.

그중 몇몇 섬을 소개한다. 혹여 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취향에 맞추어 선택하기를 바란다. 특히 서남해안권 다도해의 섬을 주로 추천했다. 이것은 알려진 섬보다 조금 덜 알려진 섬들의 이야기다. 멋진 호텔이나 리조트가 들어선, 이른바 개발된 섬이 아니라, 자연자원을 완벽하게 보전하면서 탐방객을 위한 최소한의 편의성을 갖춘 섬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섬이 특히 아름다울 때는 봄과 초여름이다. 죽은 듯이 잠잠하던 이끼와 풀들이 일제히 되살아 섬의 상단부를 초록으로 장식하면 머리를 새로 한 여인처럼 새로운 미모로 변신한다. 거문도·흑산도·홍도·소매물도·백령도·울릉도. 알거나 가본 섬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흔히 유명한 섬들을 언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의외로 섬이 많다. 섬의 왕국이다. 삼면이 바다인 반도인 만큼 2200여 개에 이르는 유·무인도가 서남해를 중심으로 치맛자락처럼 좍 펼쳐져 있다. 먼 섬, 가까운 섬, 바위섬, 풀섬, 높은 섬, 낮은 섬, 갯벌 가운데 있는 섬, 망망대해에 있는 섬…. 섬마다 사정이 다르고 문화도 다르며 풍경 또한 다르다. 그래서 섬은 흥미롭다. 완전히 노출된 외국 여행을 가는 것보다 더 설렌다는 섬 여행 마니아들의 말처럼.

ⓒ윤미숙손죽도 마을
여수 권역 섬  손죽도

‘여수 밤바다’를 건너는 여수권의 섬들은 푸른 바다색이 압권이다. 거문도의 인어상 ‘신지끼’ 아가씨를 만나러 가는 길도 기억에 남을 만큼 아름다운데 그 중간에 손죽도가 있다. 여객선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서는 길에 주민들이 만든 작은 꽃밭이 사람을 반긴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동그란 포구와 하얀 모래사장이 예쁘다. 이 섬의 특징은 집집마다 꽃밭을 가꾼다는 점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마을의 골목길을 여행하다 보면 낮은 담 너머로 서로 경쟁하듯 가꾼 화단이 눈길을 끈다. 꽃밭을 가꾸는 손길이 전해져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또한 손죽도는 진정한 치유의 섬이다. 깊은 병이 들어 귀향하거나, 휴양처를 찾아든 사람들이 완치되어 정착해 살고 있으니까. 섬이 주는 맑은 공기와 신선한 먹거리들이 치료했다고밖에 해명할 길이 없다. 섬의 풍경을 조망하도록 걷는 길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넉넉히 2박3일을 보낼 수 있다. 섬 여행은 되도록 하룻밤 유숙할 것을 권한다. 섬의 품에 안기어 하루를 자본 사람과 당일치기로 다녀온 사람은 경험의 격이 다르므로.

진도와 보성의 섬  관매도·장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혹은 가족과 함께 여행을 꿈꾼다면 진도 관매도나 보성 장도가 좋다. 관매도는 엄청난 길이의 흰모래 해변과 국내 최대 해변 솔숲인 방풍림 3만여 평이 여행자를 반긴다. 솔숲에 가득한 피톤치드는 집중력을 높여 머리를 좋게 한다니 공부 스트레스가 높은 아이들과 쉴 만한 곳이다. 섬 여행가들이 한국의 아름다운 섬 중 하나로 거론하는 곳이다. 진도 팽목항에서 한 시간 남짓 배를 타고 들어가는데 미역과 톳이 많이 난다. 관매 8경이 있을 만큼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하루에 다 둘러보기는 어렵다. 첫째 날은 공중에 매달린 짜릿짜릿한 느낌으로 건너는 하늘다리를 둘러보고, 둘째 날은 방아섬 가는 길을 걸어보라고 ‘강추’한다. 습지에 가득히 핀 유채가 5월 내내 아름답다. 가을엔 하얀 메밀밭으로 변신한다. 새로 지은 펜션과 민박은 깨끗하고 가격도 싸다. 관매도는 특히 쑥으로 만든 쑥 막걸리가 유명하다. 막걸리 한 병 사서 모래 해변에 앉아서 홀짝홀짝 마시는 재미가 쏠쏠.

보성 하면 사람들은 녹차밭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보성의 장도는 꼬막과 낙지의 섬이다. 장도는 낮은 섬으로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서 바다로 들쑥날쑥 걷는 재미가 있다. 걷는 동안 뻘배를 밀고 나가는 섬 어머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갯가에는 하얀색 꼬막 껍데기가 모래처럼 쌓여 있다. 평생 동안 기르던 소를 잡아먹지 않고 묻어준 소무덤도 있다. 장도의 걷는 길은 12㎞로 3코스로 나뉘는데 섬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있다. 최근 막 개업한 마을 펜션과 마을식당이 있어서 섬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단언컨대 최후의 웰빙, 자연 먹거리는 이제 섬에만 있다. ‘그릇 말고는 모두 섬에서 난 것들’이라는 섬 밥상은 먹어본 사람만이 그 진가를 안다. 꼬막의 향연이 펼쳐지는 장도는 섬 밥상 중에서도 으뜸이다.

ⓒ윤미숙연홍도 폐가
강진과 고흥의 섬  가우도·연홍도

강진만의 유일한 섬인 가우도는 육지에서 다리를 건너 걸어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섬이다. 열서너 가구가 사는 섬인데 섬을 일주하는 산책로가 잘 개설되어 있다. 흙길을 걸으면서 편안한 분위기로 동서남북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눈이 즐겁다. 섬의 봉우리 청자타워에서 집라인(Zipline)이 바다를 건너 육지로 개설되어 있어서 활동적인 레저와 해변 산책을 한곳에서 할 수 있다. 여수 낭도는 백년 된 막걸리가 있는 섬이다. 아름다운 모래 해변이 손댄 흔적 없이 자연 그대로 그윽하고, 왜적이 건너오나 지켰던 봉수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산 트레킹 코스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린이도 함께 가볼만하다.

고흥 연홍도는 국내 유일한 미술 섬이다. 100명 정도가 사는 작은 섬이지만 섬 전체에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가득하고, 폐교를 리모델링한 작은 미술관이 있어 섬에서 보는 전람회가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예쁜 통나무 형태의 마을 펜션과 식당도 마련되었다. 걷는 길이 2㎞, 오솔길로 섬 곳곳을 둘러볼 수 있어서 낭만적이다.

완도의 섬  소안도·생일도·여서도

전복의 섬, 완도군 소안도는 역사의 흔적과 민족의 정기가 남아 있는 특별한 섬이다. 항일의 섬으로도 불린다. 독립운동 유공자가 단일 면적에서 가장 많이 배출된 곳이기도 하고, 태극기가 마을 가득히 내걸린 자존의 섬이다. 미라리 해변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이 있다. 아름드리 숲에 있는 마을 펜션은 미라리 분교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마을에서 운영한다. 며칠 넉넉하게 쉬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픈 곳이다. 폐교를 숙소로 리모델링한 덕분에 넓은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마음껏 놀 수 있다. 섬을 도는 마을버스를 타고 소안도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크다. 전복과 김의 섬인데 정작 전복 요리를 하는 식당은 없다. 마을 사무장께 전복을 사고 싶다고 미리 연락하면 바다에서 기르는 것을 금방 건져다 준다. 숙소에서 회로 먹고, 볶아 먹고, 쪄 먹고, 남은 내장은 아침에 전복죽을 끓여 먹으면 좋다. 하루 만에 피부가 좋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생김으로 만든 김국은 그 맛이 아주 개운해서 해장하기에 그만이다.

완도 생일도는 ‘날마다 생일’을 주제로 하는 섬이다. 미역·멸치·횟감·소라·전복 등등 먹거리가 유난히 풍성한 섬이다. 사람들도 유순하고 인정이 많다. 생일도의 남쪽 용출마을과 서쪽의 금곡마을에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펜션과 식당이 있다. 금곡리에는 모래 해변이, 용출리에는 몽돌해변이, 서성리에는 당숲이 아름답다.

완도 여서도는 먼 섬이다. 그런 만큼 외부의 간섭이 적어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답게 보전된 섬이다. 여서도의 돌담은 유명한데 먼 외국의 오래된 성벽처럼 높고 길고 튼실하다. 돌담 사이로 돋아난 마삭줄과 고사리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연방 카메라를 불러들인다. 여서도의 돌담은 바람으로부터 집과 외양간, 밭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쌓은 담이다. 돌담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마을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섬의 집들은 마치 새의 둥지처럼 돌담으로 둘러싸여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바다가 깊고 푸르러 낚시꾼들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어종이 풍부하다. 해 질 녘 포구로 돌아오는 배를 기다렸다가 횟감을 살 수도 있고, 해녀가 작업하는 날이면 자연산 전복과 소라를 사먹을 수 있다. 민박집에서는 식사도 해준다.

ⓒ윤미숙우이도 모래 해변
신안의 섬  박지도·우이도

천사의 섬, 신안군 섬들은 다정다감하다. 안좌면까지 놓인 천사대교를 따라 나무다리를 건너 걸어갈 수 있게 된 반월·박지도는 갯벌로 둘러싸인 신비한 섬이다. 오전에 바다였던 곳이 오후에 젖은 땅으로 번들거리는 모세의 기적이 매일 일어난다. 열 가구 남짓 사는 박지도는 작고, 건너편 반월도는 조금 큰 섬이다. 두 섬이 갯벌을 건너 나무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비구와 비구니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 노둣길은 물이 빠지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숙소는 작은 섬 박지도에 있다. 깨끗한 마을 펜션과 식당이 마련되었다. 앞바다에서 잡은 낙지를 먹고 싶다면 미리 연락할 일이다. 특히 박지도의 당산 숲은 숲의 정령들이 모여 사는 듯 신비하고 아름답다.

산안 우이도는 모래의 섬이다. ‘한국의 뉴질랜드’로 불릴 만큼 뛰어난 비경을 자랑하는데 ‘풍성사구’라는 모래언덕이 유명하다. 바람이 만든 작품이다. 끝없이 넓은 해수욕장이 세 곳이나 있는데 특히 돈목해변으로 가는 띠밭등 ‘노을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다워서 슬프다. 이곳 석양은 한국 최고의 절경으로 불릴 만하다. 깨끗한 민박도 있고 먹거리가 좋다. 먹거리가 좋은 것은 어머니들의 손맛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섬의 먹거리는 정말이지 귀한 것들이다. 김, 우뭇가사리, 불등가사리, 다시마, 톳, 미역과 고둥, 참돔, 감성돔, 숭어와 장어, 멸치와 장대, 삼치와 갈치, 낙지와 꼬막 등의 특산물이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제값에 팔릴 수 있도록 섬 먹거리 직거래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 청정한 섬의 바다에서 힘들게 잡은 것들이,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먹거리들이 도매금으로 중간상인들의 농간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안타깝다. 섬마을과 도시마을 간 직거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자명 윤미숙 (전 전라남도 섬지원센터 전문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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