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이 섬으로 다가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여객선 대합실 지붕 위에 얹어놓은 커다란 생일 케이크 모형이었다. 생일도와 관련하여 ‘섬사람들의 성품이 순수하고 착하니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이는 이름과 연관 지어 찾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인 듯하다.

생일도는 행정구역상 유서리, 봉선리, 금곡리 이렇게 세 마을로 나뉜다. 그중 유서리는 유천마을과 서성마을을 포함하는데 서성마을은 선착장과 대합실은 물론 면사무소, 농협, 초등학교, 중학교, 부녀회관 등에 식당과 마트가 있는 생일도의 중심지다.

생일도의 대중교통이라곤 금곡리 이장이 운행하는 승합차 한 대가 고작이다. 편도에 1500원씩 받는 승합차는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때론 호출에 응하는 택시 구실도 한다.

ⓒ김민수너덜겅 산책길

지난해 여름 캠핑 장소로 점찍어두었던 용출리를 찾았다. 마을의 갯돌해변은 남향에다 맑고 잔잔한 바다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섬의 ‘히든 스팟’이다. 특히 이곳의 갯돌은 작고 납작해 등 배김이 없고 설영을 할 수 있는 사이트 공간도 널찍하다. 여름을 제외한 계절의 섬 캠핑 숙영지로는 최적의 장소이다.

백운산 정상에 서면 제주도까지 보여

생일도는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된 후 총연장 15㎞의 다양한 탐방로가 조성되었다. 용출리마을 뒤편의 임도를 따라 올라 다도해의 일출이 장관을 이룬다는 학서암을 거쳐 서성마을로 내려가도 좋지만 원점으로 돌아오기가 번거롭다.

해발 483m의 백운산은 완도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정상에 오르면 남쪽 멀리 제주도까지 바라다보일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백운산 정상을 찍고 다시 임도로 내려와 금곡리 방향으로 내려가면 생일도가 자랑하는 금곡해변을 만나게 된다. 깔끔하게 지어진 관리동과 화장실, 샤워장, 개수대 등을 갖추고 있으며, 해송 아래 야영장이 있어서 캠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해변에 설치된 데크로드를 지나면 길은 다시 높고 울창한 상록수 숲속 오솔길로 이어진다. 숲으로 가려졌던 바다가 다시 시야에 들어왔을 때 ‘하늘나라에 궁궐을 짓기 위해 가져가던 큰 바위가 땅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는 전설의 너덜겅길을 만나게 된다. ‘너덜겅은 돌이 많이 깔린 비탈’의 순우리말로 마치 중세의 높은 성벽 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용출리마을을 거쳐 숙영지로 돌아오니 양식장에 주문해놓았던 전복이 도착했다. 생일도에서는 육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질 좋은 전복을 구입할 수 있다.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와 전복, 소라 같은 해산물이 풍부해 맛 섬으로 불린다. 

기자명 김민수 (섬 여행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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