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없는 만남은 없다. 가족도, 연인도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별한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근로계약으로 맺어진 사용자와 노동자의 인연 역시 언젠가 끝이 난다. 사용자의 경영상 사정에 의해 해고(정리해고)되거나 노동자의 잘못을 이유로 해고(징계해고)당하지 않는다면 정년에 이르러서야 이별을 맞이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노동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예정된 이별, 노동자 스스로 경력 관리나 창업을 위해 사직을 하는 이별도 흔해졌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별의 순간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전화·SNS로 통보한 해고는 효력 없어

사용자는 노동자와 이별을 원할 때 헤어질 만한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해고 등의 제한). 헤어질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사용자는 왜 헤어지기를 원하는지, 언제부터 이별인지 노동자에게 서면으로 정중하게 알려줘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 사유 등의 서면 통지). 전화나 SNS로 통보한 이별은 효력이 없다. 그리고 완전히 이별하기까지 적어도 30일의 시간을 주거나 30일분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6조 해고의 예고). 다음 직장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윤현지


노동자가 이별을 원하는 경우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강제로 일하게 할 수 없다. 사용자가 ‘다음에 일할 노동자를 구할 때까지 일을 그만둘 수 없다’며 사직서 수리를 하지 않더라도 노동자에게 사직서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민법 제660조 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 통고). 권고사직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합의로 이별할 것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제안한 이별에 노동자가 동의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노동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직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사용자가 원했든 노동자가 원했든, 사용자는 이별하는 노동자의 노동기간 1년마다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계산된 퇴직금을 퇴직하는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 퇴직금의 지급). 퇴직하는 달의 임금과 아직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 등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 역시 퇴직하는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36조 금품 청산). 간혹 회사가 사실상 도산 등으로 인해 임금·퇴직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경우 국가가 사용자를 대신해서 노동자에게 임금·퇴직금을 일정 금액 지급해주는 체당금제도도 있다. 사용자가 갑자기 도산했다고 해도 노동자는 이 제도를 활용해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이별한 노동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안 된다(근로기준법 제40조 취업 방해의 금지). 사용자가 이별에 앙심을 품고 이와 같은 행동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사용자는 노동자가 퇴직한 후라도 노동한 기간, 업무 종류, 지위와 임금,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증명서를 청구하면 사실대로 적은 증명서를 즉시 내주어야 하는데 이 증명서에는 노동자가 요구한 사항만을 적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39조 사용증명서).

최근 어떤 사용자가 자신이 해고한 노동자에게 퇴직금 700만원을 1000원짜리로 지급한 사건이 있었다. 이별할 때 모습이야말로 그 사람의 본질이다. 상대방이 필요할 때, 함께 있으면 즐겁고 신날 때 나쁘게 대하는 사람은 없다. 원하지 않았던 이별,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이 발생한 이별 앞에서 어떤 태도,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가 그 사람의 품위인 것처럼 직장 역시 이별을 앞둔 퇴사자와의 관계에서 어떤 태도,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가 그 기업의 수준이다.

기자명 김민아 (노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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