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에 사는 김택수(95·오른쪽)·김영준(66·왼쪽)씨 부자는 ‘가족사랑나라사랑협동조합’이라는 이색 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한다. 선대의 항일 독립운동사를 기리고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이 협동조합에서 아버지 김택수씨는 이사장을 맡고, 아들 영준씨는 상임이사로 활동한다.
김영준 이사의 외할머니는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로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노순경 지사다. 지금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내 여옥사에는 유관순 열사와 나란히 노순경 지사의 수형 기록 등 독립운동 공적물이 전시돼 있다.
노순경 지사의 항일운동 가족사는 화려하다. 아버지는 상하이 임시정부 군정부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노백린 장군(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다. 노백린 장군은 도산 안창호 등과 함께 신민회를 조직해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최초의 항일비행사학교(윌로스 비행학교)를 설립해 운영했다. 오빠 노선경(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은 만주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뒤 대한독립단원으로 활동했고, 동생 노태준(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은 광복군 구대장으로 항일전선에서 활약했다. 또 노 지사의 시아버지 박승환은 대한제국 군대 해산 시 자결 순국했다(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 노순경 지사도 3·1운동에 나섰다가 옥고를 치르고 모진 고문을 받았다. 광복 후 그가 받은 예우는 보잘것없었다. 보훈처는 1979년 타계한 노순경 지사에게 1995년에야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김택수씨 부자는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정부의 예우가 미흡하다고 보고 직접 공적을 기리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잘못 관리한 독립운동 기록도 하나 바로잡았다. “3·1운동으로 외할머니가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 수감되셨을 때 세브란스 의대 교수이던 스코필드 박사가 병원 간호사인 외할머니를 면회하러 갔다. 박사는 외할머니로부터 유관순·이애주·임명애 등 함께 일제에 고문당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소개받았다. 마치 스코필드 박사가 유관순 열사와 아는 사이라 유 열사만 찾아간 것처럼 잘못 기록해둔 전시물을 보고 기념관 측에 사실대로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확인한 결과 해당 전시물은 그 뒤 치워졌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김택수·김영준씨 부자는 강원도 원주시 집 앞에서 ‘노순경 지사 가족역사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회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달인 4월까지 계속된다. 김영준 씨는 “일제침략기 굴곡진 역사에 굽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헌신과 희생으로 나라를 사랑한 분들이다. 한 개인이나 집안의 업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기려고 배워야 할 것으로 여겨져 영원히 기억하고자 이 전시회를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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