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해외여행 패턴이 바뀌었다.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며 도시의 댄디함을 즐기려는 사람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파묻히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갈구하는 것이 있다. 현지인이 즐기는 곳을 찾으려는 욕망이다. 남과 다른 여행을 했다는 자의식과 현지 밀착형 여행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결합된 셈인데,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홍콩과 같은 대도시에서 ‘Local Like(현지인처럼 여행하기)’는 맛집을 찾는 데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홍콩처럼 온갖 정보가 뻔한 곳에서는 외국인이 가지 않는 주택가의 인기 식당인 경우가 많은데, 여행자들의 여행 동선과 맞지 않기 때문에 곧 인기가 시들해진다.
그러다 보니 홍콩에서 요즘 인기를 얻는 집은 일부러 허름하게 꾸민, 인테리어에 신경 쓰지 않는 듯 무심함을 내세운 딤섬집이다. 손님은 모두 외국인뿐, 현지인은 얼씬도 하지 않지만 여행자들은 그곳에서 적당히 타협한 인스타그램을 올린다. 벽, 테이블, 식기가 영락없는 뒷골목 노포 분위기다. 진짜 현지인만 바글거리는 딤섬집은 광둥어를 쓰지 못하는 외국인을 그리 반기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오지 여행의 경우는 어떨까. 대표적인 곳이 인도의 라다크나 파키스탄의 훈자 같은 히말라야 자락의 마을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현지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알려졌다. 라다크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레’를 처음 방문했을 때가 약 20년 전이다. ‘에코 프렌들리 토일릿’이라 부르는 재래식 화장실이 게스트하우스에 설치되어 있었고, 전기는 하루에 8시간 들어오면 ‘오늘 발전소가 일 좀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곳이다. 그 불편은 납득 가능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이곳에서 수세식 화장실은 누군가의 식수를 강탈하거나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근원이었다. 조금 좋다는 숙소들이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했을 때 지역사회는 한목소리로 (대부분 인도 본토 자본에 의해 세워진) 그 집을 비난했다. 여행자들은 수세식 화장실을 선호했다. 외국인 여행자의 주머니에 지역 여행업계가 좌우되는 상황에서 결국 하나둘 에코 프렌들리를 버리기 시작했다. 몇 남지 않은 숙소들이 여행의 윤리적 가치를 주장하며 버티다 망했다. 딱 15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홍콩의 그 딤섬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오지 같은 배경과 도회적 편리함이 결합된 숙소에서 인스타그램을 한다. 그러면서 현지 사람들이 생각과 달리 순박하지 않고 상업화되었다는 평을 남기곤 한다.
‘로컬 라이크’는 가짜라며 진짜를 찾아 소개하고 그것마저 망치는
나는 지금 20년 전 레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스피티 계곡을 취재 중이다. 확실히 오지는 오지였다. 타보 마을에서는 사흘간 인터넷이 단절됐다. 내 일행들은 인터넷이 끊기자 여정이 끝나면 각자 방에서 스마트폰을 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밤에 모두 모여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스피티 지역 사람들은 친절하고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었다. 마치 20년 전 레처럼. 문자 정도 전송되는 조금 더 큰 마을로 이동해서 동업자에게 스피티 계곡의 매력을 말했더니 이런 답장이 돌아왔다. “우리가 이런 곳을 소개하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마을 사람들은 곧 외국인에게 질려버리겠지. 여행 작가는 정말이지 모두 지옥에 갈 거야. 모든 동네를 결국 망치고 있잖아.”
‘로컬 라이크’를 비난하지만, 결국 그건 가짜라며 진짜를 찾아 소개하고는 그것마저 망쳐버리는 나는 과연 올바른가? 기껏 책에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열거하고 할 만큼 했다고 자위할 거다. 늘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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