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의 건강정치노트 종교는 때로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종교’는 ‘신성하고 절대적이며 영적인, 특별한 숭배의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그 무엇과 인간 존재가 갖는 관계’이다. 대개 삶과 사후 운명에 대한 궁극적 관심과 관련되어 있고, 많은 문화권에서 이는 신 혹은 영혼에 대한 태도와 관계 측면에서 표현된다.이런 정의만 놓고 보자면, ‘건강정치노트’라는 이 지면에 종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소재다. 종교가 믿음, 영성, 자기 수양의 실천에 국한된 내면의 신념 체계라면 이 자리에 등장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종교가 개인의 내면에만 머물러 있었던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과 ‘유출’ 사이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SF 3대 천왕 중 한 명인 아서 C. 클라크가 1979년 발표한 소설 〈낙원의 샘〉은 천재적 엔지니어 모건이 기술적·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궤도 엘리베이터’ 건설에 성공하는 과정을 그렸다. 보건학 전공자인 필자는 과거에 이 책을 읽다가 궤도 엘리베이터보다 모건의 가슴에 부착된 ‘코라(CORA, Coronary alarm)’라는 알람 장치에 마음을 뺏겼다. 심전도를 모니터하다가 위험 징후가 나타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10분 쉬세요” 혹은 “지금 당장 빨간 약을 드세요” 같은 음성 메시지로 알려준다. 긴급 상황에서는 자동 코로나19 백신특허권, 선진국 재산이 아니라 인류의 공공재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코로나19 백신 완전접종률이 거의 60%에 도달한 이스라엘에서 방역 조치가 하나둘씩 완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이 좀처럼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불평등한 백신 접근성이다.‘부자 나라들(세계은행 분류에서 1인당 GNI가 1만2536달러 이상)’은 전 세계 성인 인구의 19%를 차지하지만 전 세계 백신 수량의 54%를 사들였다. 국제 비영리 보건기구 카이저패밀리재단(KFF)의 3월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자 나라들은 자 비만 친구를 가진 사람이 비만일 확률은?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그래도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해야 할까? 요사이 ‘건강 증진’이 부쩍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물론 부정적 측면에서 말이다. 지난 3월 원고를 준비할 즈음에는 술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문제로 시끄럽더니, 주류 옥외광고 금지 조치가 입법예고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유·제니 간판 떼라고요?’… 고깃집 사장님들 뿔났다”라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다. 며칠 전에는 가당 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 일명 ‘설탕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소란이 일었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부정적 의견이 다수 술이 밉지 사람이 밉나, 그러니 술을 규제하자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지난 1월27일 오후, 이스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이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이전까지 대다수 시민들의 관심 밖이었던 이 계획은 곧 ‘논란’의 중심에 섰다. 건강 증진을 위해 술, 담배 같은 건강 유해 상품에 대한 가격·비가격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건강 유해 상품 규제는 전체 계획의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그러나 언론은 술값과 담뱃값 인상에 그야말로 ‘꽂혔다’. “코로나로 지쳤는데 술·담뱃값 올린다고?” “결국 시민 쥐어짜기”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코로나19의 불행을 다음 재난에 그대로 ‘복·붙’하지 않으려면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벌써 1년이다. ‘21세기 감염병은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이 코너에 코로나19와 관련된 첫 번째 글을 실은 것이 2020년 2월3일. 의학 학술지인 〈랜싯〉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이 당시 미지의 질병이었던 코로나19 관련 첫 번째 학술논문을 나란히 게재하고 일주일 지나서였다. 코로나19 유행 1년을 맞아 기획된 최근의 몇몇 인터뷰에서 예방의학, 특히 역학을 전공했다고 하자 사람들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중국에서 처음 유행이 시작되었을 때, 이렇게 팬데믹으로 발전할 것을 예상했냐’고. ‘이렇게 될 줄 내가 처음부터 알았 외나무다리를 안전하게 뛰라는 세상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딱 이맘때였다. 2018년 12월27일, 국회의 회기 만료를 앞두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이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해 12월10일에 터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사망, 유가족의 애타는 호소, 노동자와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빗발친 후에야 겨우 가능했다.하필이면 추운 겨울날, 산재 유가족들이 또다시 국회 앞에서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법)을 2020년 연내에 입법하라고 말이다. 민주당은 대표가 나서서 입법을 약속한 것만도 벌써 여러 차례다. 정의당은 선제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좀처럼 호응할 노동자 존중은 없고, ‘코로나 전사’ 영웅주의만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보건의료기관은 치료와 돌봄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위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2002~2003년 사스(SARS) 유행 당시, 전 세계 감염 확진자의 약 21%가 보건의료 종사자였으며, 캐나다는 그 비중이 43%나 되었다. 2015년 국내 메르스 감염자의 약 21.5%도 보건의료 종사자였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폭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했던 해외에서 이러한 상황은 반복되었다. 영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에서 보건의료 노동자의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일반 시민들에 비해 11.6배나 높았다. 런던의 한 병원에서 시행한 항체검 임신중지는 복지부의 ‘필수 보건의료서비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지난해 4월11일 역사적인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내려졌다. 기존 형법에 의하면 낙태한 여성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이를 도운 의사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물벼룩이나 진딧물과 달리 인간 여성은 단성생식을 통해 자녀를 출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왜 여성만을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지, 엄연한 불법인데 국가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방조해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뒤늦게라도 법이 개정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지난주까지 말이다.10월6일, 정부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깜 근로복지공단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의 사연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인생 내내 꽃길만 걸어온 사람이라면 모를까, 본인이든 주변 사람이든 일을 하다 다치거나 아팠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성인 대부분이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일터이니 말이다. 나만 해도 전공의 때 지독한 몸살감기에 해열제를 계속 먹으며 일하다가 독성 간염에 걸린 적이 있다. 시험문제에도 곧잘 출제되는 전형적인 약물 과다복용 부작용이었다. 당시 국제 학술세미나 준비를 맡아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고, 약의 성분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심지어 간염 의심 증상이 나타나고도 설마 하며 하루를 더 버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노동 보호’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클래식 과학소설계 3대 천왕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가 1957년에 발표한 소설 〈벌거벗은 태양〉은 ‘솔라리아’라는 행성을 배경으로 한다. 행성의 총인구는 2만명으로 엄격하게 통제되며, 개인들은 각자의 거대한 영지에서 홀로 혹은 배우자와 함께 살아간다. 이렇게 적은 인구로도 행성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로봇 덕분이다. 인간은 예술과 학문 같은 고차원적 정신활동에 집중하고, 모든 노동은 로봇이 도맡는다. 인간 한 명이 로봇 약 1000개를 거느리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주 예전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무인 자동차, 코로나19가 드러낸 공공의료 시스템 부재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한동안 안정세에 접어들던 코로나19 상황이 급반전하여 많은 이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청도대남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던 정신질환자들의 집단감염 상황은 충격적이면서도 너무 비극적이라 섣불리 말을 꺼내기조차 조심스럽다. 증세가 위중한 환자들을 빨리 적절한 치료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이게 여의치 않다. 임상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극도로 취약한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볼 수 있는 공공의료자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격리병상 부족 문제만이 아니다. 서둘러 격리병상을 마련한 국립정신건강센터는 감염병을 치료할 내과의사가 부족해서 환자를 들이지 못하고 ‘데이터 3법’ 반대가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침체된 경제도 일으키고 복잡한 사회문제도 풀고 난치성 질환의 정복도 가져올 수 있는 만병통치약, 그 이름은 빅데이터.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빅데이터 ‘앓이’ 중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한목소리로 빅데이터만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다고 외치는 중이다. 그렇게나 갈등하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도 ‘데이터 3법’ 통과에는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일컫는데, 공통적으로 개인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관련 기업이 사업 과정에서 연쇄살인이 아니다 ‘페미사이드’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유엔에 있는 누군가가, 아마도 당신은 믿기 어렵겠지만, ‘페미사이드(femicide)’에 관한 협약을 제안했어. 마치 탈취제 스프레이 이름처럼 들리지?” 미국 작가 앨리스 셀던(필명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이 1977년 발표한 단편소설 〈체체파리의 비법〉 (아작, 2016)의 한 구절이다. 해충 박멸 연구 때문에 콜롬비아 오지에 체류 중인 과학자 남편에게, 미국에 있는 (역시 과학자인) 아내가 다급하게 편지를 보낸다. 현재 남성들에 의한 조직적 페미사이드가 유행병처럼 퍼져나가는 중이라고. 걷잡을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나 두렵다고. 건강보험 장기 체납자의 불편한 진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한국의 건강보험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성공적으로 전 국민에게 적용되었다. 또한 놀라운 사회연대의 힘으로 ‘통합’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러한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채 30년이 흘렀다. 지난 기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시민사회의 단골 요구였고, 역대 정부도 끊임없이 보장성 개선안을 내놓았다. 느린 개선이 답보 상태에 다다를 즈음,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정치적 발걸음, ‘문재인 케어’가 시작되었다. 예전에 캐나다 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어 역사를 다룬 책에서 한 의료의 질 높은 공공병원 확 늘려라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7월19일 보건복지부는 ‘OECD 통계로 보는 한국의 보건의료’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3개로 13.1개인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4.7개이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3.7%의 속도로 병상 수가 늘어났고, 특히 장기요양 병상은 연간 9.5%씩 늘어났다고 한다.의료 이용 횟수도 많다.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6.6회나 된다. OECD 국가 중 1등이고, 회원국 평 늘어나는 병원 감염 이유가 있었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지난 6월4일 비정규직 노동자 30여 명이 서울대병원 앞마당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도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 자격으로 연대 발언을 하기 위해 참석했다. 서울대병원의 모태인 ‘대한의원’ 개원 행사에 이토 히로부미도 참석했다는데 그 대한의원 본관의 유서 깊은 시계탑 건물, 그리고 올해 3월 문을 연 최첨단의 ‘대한외래’ 입구 사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이 역사적 현장에서 110년째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해온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병원의 청소와 조리, 환자 이송, 설비 유지처럼 드러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 주치의 제도 도입 하루가 급하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얼마 전 의대 재학 시절의 친구들을 만났다.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내가 답했다. “내가 너한테 전화 안 하면 우리 집에 별일 없는 거야. 그동안 모처럼 평화로웠다는 뜻이지!” 풀이하면 이렇다. 그 친구는 의대 부속병원에서 내과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부모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가 전화로 조언을 구하는 전문가이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다는 것은 우리 부모님한테 별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 부모 ‘담당의사’는 따로 있다. 아버지의 경우 심장질환과 그 합병증 때문에 오래전부터 대학병원 심장내과와 신장기내과 단골...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학조사 옹호한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과 각종 건강 피해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뜻하지 않게 ‘역학(疫學)’이 널리 알려졌다. 덕분에 예전에는 역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그게 뭐 하는 거냐”라고 묻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 역학조사?”라고 말한다. 명리학의 역학(易學)과 물리학의 역학(力學)에 크게 뒤졌던 대중적 인지도가 조금 높아졌다고 생각하면 전공자로서 내심 흐뭇하다. 그러나 역학연구나 역학조사와 관련된 보도에 가장 많이 따라붙는 단어는 ‘엉터리’ 혹은 ‘부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결과가 뒤집히는 건강 뉴스는 역학에 대한 불신을 ... ‘골초’ 미국 의사들은 어떻게 담배를 끊었나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을 다룬 기사마다 따라붙는 대표적 댓글이 있다. “통계에 안 잡혀서 그렇지 현실은 더 심하다” “재벌이 문제다” “귀족노조가 문제다” “정부는 뭐 하고 있냐”. 그런데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룬 기사에는 이와 조금 다른 댓글이 달린다. “세상만사가 원래 불평등하다” “이걸 이제 알았냐?” “이딴 걸 연구라고 하느냐?” 같은 일종의 ‘만능 불평등론’이다. 또 다른 댓글 유형은 ‘현실 부정론’이다. 건강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통계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내가 입원해보니 대기업 임원이라는 사람도 똑같은 병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