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커진 경찰,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신임 장관이 취임 이튿날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회는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어떻게 통제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위원 구성을 보니 수사권 재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인사들이 다수다. 위원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어째 염려가 앞서는데, 기우이길 바란다.수사·기소 분리 관련 법안이 개정된 이후 경찰은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주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된 데다 사실상의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정보활동에서도 이미 독점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경찰의 권한이 확대·강화되면 인권침해의 위험성 또 여가부 앞에 둔 당선자의 행보가 걱정스럽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 후 행보가 걱정스럽다. 청와대 이전과 같은 국가의 주요 정책과 현안이 이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소통과 경청, 포용의 중요성을 떠올려본다.당선자와 국민의힘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도 그렇다. 처음엔 인수위가 여가부로부터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보고는 받겠다고 했단다. 어느 날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가 선거판을 뒤흔들 때, 당선을 목표로 무리수를 두는가 보다 하고 접어두려 했다. 당선 후엔 달라지겠거니 믿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아우성에도 귀를 닫고 불통 배은심 여사는 그 시대 모든 청년의 어머니였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새해 벽두에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별세 소식을 접했다. 아들이 떠난 지 35년. 그 인고의 세월은 헤아리기조차 어렵지만 목울대가 먹먹했다.한 영상에서 배은심 어머니의 애절한 목소리를 들었다. “(아들 묘소를) 다니다가 다니다가 날마다 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어요. 네가 보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내 맘을 위로하려고 온 것 같다 이놈아.”이한열의 죽음은 먹통 같던 한국 사회에 민주항쟁의 새 장을 열어젖혔다. 동시에 아들의 죽음은 어머니의 새로운 탄생이었다. “이제 다 풀고 가거라. 엄마가 갚을란다. 한열아! 경찰이 남녀 통합 채용 앞당겨야 하는 이유 문경란 2017년 6월16일, 경찰개혁위원회가 출범하던 날이다. 개혁위원들 건너편으로 총경급(4급) 이상 경찰 간부들이 배석했다. 그런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개혁위 활동 중 전국의 ‘여성’ 경찰 10여 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시종일관 후끈했다. 경찰대 출신의 소위 엘리트부터 지구대 근무자까지 다양했지만 주요 보직이나 부서에 속한 여경은 찾기 어려웠다. 말문이 열리자 그동안 당한 편견과 무시, 차별과 혐오 등에 대한 토로가 쏟아져 나왔다. 놀라운 사실은 또 있었다. 여경의 역사가 70년이나 됐지만 그 같은 목소리를 대변하고 집회의 자유, 무조건 ‘엄정하게’ 막는 게 능사일까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집회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지만 소수자에게 더욱 소중한 인권이다. 다양한 자원과 영향력을 가진 이들은 언론이나 정책, 법제화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관철할 수 있다. 반면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통로를 찾지 못한 이들은 거리나 광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가 “집회는 소수집단의 권익과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했던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일 터이다.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통제다. 정 “여성부 폐지하라는 칼럼 한번 쓰시죠”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2004년 4월,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날 밤이었다. 당시 나는 한 중앙일간지의 여성전문 기자였다. 당선된 여성 의원의 비율이 제16대 국회의 5%대에서 13%로 급상승(?)했다는 기사를 쓰고 있는데 소속 부장이 나를 불렀다. “여자 국회의원의 수도 많아졌으니 여성전문 기자로서 여성부 폐지하라는 칼럼 한번 쓰시죠.” 성평등 사회를 향해 겨우 발걸음을 뗐다고 생각하던 차라 황당했다. 즉답을 못하고 있다 잠시 후 부장에게 말했다. “직접 쓰시죠. 부장 이름으로 나가면 무게감도 더 있을 텐데요.”이후에도 그는 지속적으로 여성부 최숙현 선수 1주기, 대한체육회장은 연임에 성공하고...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던 최숙현 선수의 1주기가 곧 다가온다.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렸던 그는 대한체육회 등 6개 공공기관에 애끓는 호소를 했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최 선수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었다.애도는 함께 슬퍼하는 차원을 넘어 그 비극적 사건의 본질을 사회적 가슴에 새기는 일이다. 고 최 선수 사건 이후 국회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국위선양이란 단어를 삭제했다. 또한 스포츠클럽육성법 제정과 스포츠기본법 발의 등 스포츠 정책 틀의 대전환을 위한 입법적 노력을 “도우러 왔다면 시간 낭비입니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관여하게 된 게 벌써 5년째다.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에 몇 번 사양하다 덜컥 응답을 하고 말았다. 영화 전문가나 마니아도 아닌데 그렇게 한 것은 순전히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후로 나는 부끄럽고 쑥스러운 마음을 간직한 채 매년 영화제를 맞고 있다.영화제에서는 장애인 인권을 소재로 했거나 아니면 장애인 당사자들이 기획·출연·촬영·감독 등을 맡은 영화가 상영된다. 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영화감독 시절 제작해 많이 회자됐던 영화 〈어른이 되면〉이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고, 고 박종필 스포츠계 폭력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스포츠 폭력 고발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촉발이 됐던 이재영·이다영 선수는 국가대표 자격이 무기한 박탈되고 경기 출장이 정지됐다. 온라인 고발이 스포츠 전 종목으로 번져나가면서 가혹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청소년기에 휘둘렀던 폭력으로 성인이 된 뒤 선수 생명까지 위협받는 것이 너무 과하지 않으냐는 것이다.가혹성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폭력 사실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오래전 사건의 경우 조사와 증거 확보가 어렵고 시효 문제도 있어서 자칫 면죄부만 발급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럼에도 법적 처벌 ‘경찰 공화국’ 소리 안 들으려면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지난 연말 국정원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국정원의 정보활동 업무 중 ‘국내 정보 수집’이 삭제됐다. 검찰총장 징계에 관심이 쏠리면서 묻혀버린 뉴스가 됐지만 이는 일대 사건이라 할 만하다. 민간인 사찰과 댓글 달기 공작처럼 정보활동을 빌미로 자행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법적으로 차단된 것이다.반면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권력기관 개혁에 따라 수사의 주체가 되고 정보활동에서도 독점적 권한을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대공수사권도 3년 내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넘겨받는다. 수사권과 정보권이라는 두 권한을 한손에 쥔 경찰 기본권 보장도 눈치 보는 여당 문경란 최근 몇 년간 이맘때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형형한 눈빛들 때문에 가벼운 조울(躁鬱)을 경험한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함께했던 시민들의 그 눈빛이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잊힌 역사가 되었지만 인권헌장 제정의 한가운데 있었던 나로서는 그 눈빛들과의 추억이 인권헌장을 기념하는 연례 체험 방식이 되었다.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과정은 시민이 주체가 되어 토론하고 숙고하여 만든 시민참여형 모델이었다. 이른바 숙의민주주의다. 2014년 8~12월, 축구장처럼 넓은 회의실에서 180명의 시민위원과 전문위원들이 조별 이이효재 선생님의 ‘감격시대’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맞~아요” “그렇지요!” “고맙군요.”선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의 선생님이 감탄사를 연발하면 우리는 마냥 고무됐다. 1980년대 중반, 여성학이라는 새 안경을 쓰고 바라본 세상. 우리들의 작은 깨달음과 실천에도 선생님은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감격시대’.지난 10월4일 한국 여성학과 여성운동의 큰 어른인 이이효재 선생님이 영면하셨다. 향년 96세. 내 삶의 지주로 삼고 의지하던 분이라 마음이 휘청했다. 그날 밤, 동네 한 바퀴를 돌 때 유난히 춥게 느껴졌던 것은 가을바람 때문만은 아니었을 터이다.경기도 이 최숙현 선수가 남긴 숙제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올해는 제1회 전국조선야구대회가 개최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 대한체육회가 이를 기념해 만든 ‘한국 스포츠 100년사’라는 영상을 우연히 봤다. 총 8개의 영상은 올림픽 등 국제대회, 승리와 메달 개수, 3·4강 신화와 영웅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승리와 메달과 국위선양.’ 지난 반세기, 한국 스포츠의 지배적 가치와 국가정책의 목표는 이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대한체육회가 만든 영상에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체육 관련법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국민체육진흥법은 제1조에서 ‘체육을 통한 국위선양’을 명시했다. 이 문구 돌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경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 코로나19 팬데믹은 세상의 많은 것을 바꿨지만, 동시에 사회의 원형질 같은 것을 오롯이 드러낸다. 가정이 임노동의 일터가 되고, 공장과 학교와 식당이 문을 닫고, 세계 여행이 올 스톱되는 팬데믹의 격변 속에서도 변치 않고 쉼 없이 작동한 것이 있다. 바로 돌봄이다.코로나19 이후 우리 일상을 지탱해주는 근간이자 뼈대는 돌봄이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내려놓았지만, 건강한 밥과 청결한 옷과 잠자리에 더욱 집중했다. 등교하지 못한 아이들을 건사하고, 노쇠하고 아픈 이를 돌보는 일까지, 돌봄은 물이나 공기처 장애인이 코로나19로 격리되는 동안… 문경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 어느 오후, 서울 양재천을 걷는데 휠체어 한 대가 스쳐갔다. ‘아차’ 싶었다. 절친인 장애인권 활동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휠체어와 활동보조사의 도움이 필요한 그녀는 “오랜 사회적 격리로 답답하고 두렵고 힘들다”라고 했다. 같이 한번 걸을걸, 왜 진즉 그 생각을 못했을까.최근 〈장애를 포괄하는 코로나19 대책〉이라는 자료를 보면서도 자탄했다. 대책은 유럽장애포럼(EDF)이 만들어 유럽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권고한 것이었다. EDF는 유럽 내 수많은 장애인권단체들의 연합체이다. 12개 대주제로 분류된 총 72가지 정책은 세밀하고 재난은 불평등하다 문경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가 ‘한국식’ 코로나19 대응법을 모범 사례로 지목하고 한국 배우기에 나섰다. 다수의 시민들은 크고 작은 나눔과 연대를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실천함으로써 불안하고 우울한 일상에 자부심과 위안을 선사하고 있다.섣불리 우쭐할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다만 한 가지, 이런 다짐은 해두고 싶다. 더 이상 이른바 ‘선진국’을 쫓아가느라 허둥대지 말자. 차분히 공조하고 연대할 수 있는 민주적 리더 국가로 이참에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자는 것이다.눈길을 돌리니 아프고 슬픈 사연 또한 속출하고 고국으로 돌아간 결혼이주 여성들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 세밑에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를 다녀왔다. 관여하는 인권단체가 하이퐁시와 함께 ‘귀환 여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 그 내용이 참담해 한동안 가슴이 아렸다.이른바 귀환여성은 결혼이주로 한국에 살다가 여러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간 여성을 말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라이언 킹〉에서의 ‘귀환’이 용감무쌍하고 장엄한 판타지라면, 결혼이주 여성의 ‘귀환’은 우리의 야만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비참한 현실이다.A씨는 남편의 구타와 시어머니의 학대로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집을 뛰쳐나왔다. B씨는 알코올 의존자인 남편의 폭력 모두를 위한 스포츠 선진국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해 3월 〈IOC 성평등 리포트〉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올림픽 참가 선수의 남녀 비율을 동일하게 한다.” “경기 시간 라운드 횟수, 장비 등에 차별은 없는지 조사하여 최대한 성평등하게 운영한다.” “코치는 성별 균형을 대표해 선발하며 IOC 집행위원 등은 기존 30%를 넘어 남녀 동일 비율이 되도록 한다.” 보고서는 스포츠 경기, 미디어, 예산 등 5개 분야에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25개 권고안을 담고 있다.한마디로 파격적이다. 그렇다고 선언적 차원에만 그치지도 않는다. 미디어가 성차별 제2, 제3의 조재범 사건 막으려면 문경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 성평등의 함성이 울려 퍼지던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장. 그곳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체육계 성폭력 피해자를 만났다. 그녀는 시종 울었다. 수년간 견뎌야 했던 성추행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외롭고 서러웠다고 했다.“간판을 크게, 아주 크게 달아주세요.” 체육계 인권 피해자들을 돕는 기관을 만들 때 ‘무엇에 유의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피해자들이 쉽게 알아보고 기댈 언덕이 있다는 것에 힘을 얻으면 좋겠다고 했다.대한체육회는 200 체육계 ‘침묵의 카르텔’은 적폐다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필자가 ‘스포츠 인권’ 문제에 관여하게 된 것은 10년 전쯤부터다. 2008년 2월 초,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일을 막 시작하려는 참에 방영된 한 방송사의 스포츠 성폭력 관련 탐사보도가 계기가 되었다. “선수는 자기가 부리는 종이야. 육체적인 종이 될 수도 있고…. 선수 장악을 위해 여자니까 (성관계를) 가져야 날 따라오고….”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 그런데 나에게 더 놀랍게 다가온 사실은 또 있었다. 국민에게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하는 스포츠계가 인권 사각지대였다는 점이다.인권위는 당장 체육계를 비롯해 폭력·성폭력 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