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실험실에서 사고가 났다면?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당신이 근무하는 화학 실험실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실험을 통해 발생한 폐액들을 처리하다가 폭발이 일어났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 몇 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신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어 장기간의 치료를 받아야 하고, 다른 동료는 몸의 20% 범위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회사’에서는 비용 걱정 말고 치료에 전념하라고 했다. 관련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니 염려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치료 비용이 누적되면서 ‘회사’의 태도가 돌변했다. 현 시점까지 나온 치료비는 부담할 테니, 앞으로 발생할 비용은 ‘사이버 강의 대참사’의 책임은 누구에게?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일상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학가의 풍경도 바꾸어놓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개강을 맞아 북적여야 할 대학 캠퍼스가 썰렁하기만 하다. ‘비대면 강의’로 강좌를 대체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동영상 강의 제작은 온라인 강의에 익숙하지 않은 교강사(교수·강사)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대학 측에서 동영상 강의 제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담당 직원이나 조교를 배치하는 등 대처를 하고 있지만, 모든 강좌를 비대면으로 전환하여 매끄럽게 운영하기란 불가능하다. 일단 각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강의 시스템의 데이 교수·강사·학생이 동등한 노조원이라면?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한국 대학에는 노동조합이 여러 개 있다. 교수 노조, 교직원 노조(대학노조), 비정규교수 노조, 시간강사 노조, 대학원생 노조, 비학생조교 노조, 청소·시설·경비노동자 노조 등이다. 이 노조들은 사안에 따라 서로 연대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소속 조합원의 임금협상이나 노동환경 개선 같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활동한다. 같은 현장에서 일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 발전’ 같은 거시적 문제에 대해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가 극히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필자는 전국대학원생노조의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타이완에는 교수·강사 ‘대학원생 유머’의 씁쓸한 뒷맛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 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 간다.” 요즘 유행하는 ‘대학원생 유머’ 중 하나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 대학원생을 ‘잘못된 선택을 한 자들’로 묘사한 이후, 대학원생에 대한 유머가 넘쳐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대학원생’을 검색하면 수많은 ‘짤(이미지)’을 볼 수 있다. 구글에서 ‘graduate meme’을 검색해도 만만치 않은 검색 결과가 쏟아지는 걸로 봐서 영미권이라고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대학원생 노동조합 운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다.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적 개정 강사법의 ‘낯섦’을 지지한다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개정 강사법이 올해 8월 시행되면서 대학가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개정 강사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강사의 교원 지위 확보이다. 군사정권 시대에 박탈되었던 강사의 교원 지위를 회복하고, 교원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권리는 일단 채용이 되어야만 체감할 수 있다. 방학 중 임금 지급이라는 항목 또한 처음 의도와는 달리 약 2주일분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게 된 것에 그쳤다. 대부분의 강사들 처지에서는 강사 공채의 합격·불합격 여부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박사학위 없는 4 교수 연구실 점거가 반지성적 행동?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지난 6월 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의 한 대학원생이 지도 교수를 검찰에 고소했다. 해당 교수는 2015년과 2017년, 몇 차례에 걸쳐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사건이 2018년 7월 서울대 인권센터에 접수되었는데도 정직 3개월 권고라는 가벼운 처분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이후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두 차례나 열렸지만 어떠한 징계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 피해자 처지에서는 두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지도 교수-지도 제자라는 특수한 관계는 그것이 개인의 성품에 힘입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별 지장 대학원생의 ‘유령 노동’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이다. 근로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연말정산’ 개념으로 반드시 챙기는 일이지만, 대학원생은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원생은 노동자가 아니라 학생’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대학원생들은 대학에서 조교, 연구(보조)원, 간사, 학부생 대상 멘토링 프로그램의 멘토 등 다양한 노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들이 받는 돈은 ‘근로소득’이 아니라 대부분 ‘장학금’의 형태를 띠고 있다.대학원생의 노동에 대한 대가가 장학금으로 지급되는 경우 그 노동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수강신청 대란은 왜 일어나는가?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매 학기 개강 직전이면 대학가는 ‘수강신청 대란’에 휩쓸린다. 강좌마다 인원수가 고정되어 있기에,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수강신청 프로그램 서버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클릭 대기’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빠른 접속을 위해 고성능 PC와 초고속 인터넷 회선을 갖춘 PC방에서 수강신청을 한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이 수강신청 대란은 이미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교육은 서비스이고, 대학은 기업이며, 학생은 소비자라는데 수강신청 대란이라니 이 무슨 배급경제 시대의 풍경이란 말인가. 심지어 인기 강좌의 수강권을 사고파 대학 측의 감사 이메일에 분노한 사연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몇 년 전 연말, 강의를 맡은 과목의 성적을 입력해놓고 한숨 돌리려는데 대학 교무팀으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한 학기 동안 고생하셨다”는 뻔한 내용이었지만 제목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201×학년도 2학기 감사의 인사(비전임).’이 대학은 강의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전임과 비전임을 나누는구나. 허탈한 웃음이 먼저였고 분노는 뒤늦게 찾아왔다. 아마도 전임 교수들에게 보내는 메일의 문구와 비전임 교강사(교수·강사)들에게 보내는 메일의 문구가 조금 달랐겠지. 그걸 구분하느라 제목에 ‘(비전임)’이란 말꼬리를 붙였을 것이다. 총학생회는 필요 없다고?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내가 재학 중인 대학의 일반대학원에는 총학생회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총학생회장의 ‘권한대행’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희한한 상황은 전대 총학생회장 선거 과정에서 두 선거 캠프 간에 발생한 문제가 법정 싸움으로 번지며 발생했다. 선거에서 당선되어 활동 중이던 전대 총학생회에 대해 법원이 ‘직무정지’를 명했고, 총학생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권한대행’ 2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그렇게 선정된 권한대행이 일반대학원을 대표해서 대학본부와의 각종 논의 테이블에 참여하는 일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학생운동의 내용 강사법 발효에 꼼수 쓰는 대학 본부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지방 소재 사립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재직 중인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다. 최근 대학 본부가 강사들에게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면 강의초빙교수로 채용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이는 강사법 발효에 대비해서 강사 비율을 줄이고 비정규직 교수 비율을 늘리려는 대학 측의 ‘꼼수’임이 분명하다. 강사법에 따라 교원 지위를 갖게 될 강사들에겐 4대 보험을 제공해야 하지만, 기존 사업장에 소속되어 있는 초빙교수나 겸임교수에게는 4대 보험 제공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학부 졸업에 필요한 총 이수학점(졸업학점)을 축소함으로써 강사 인건비를 줄이려는 시 대학원생이 연구실에서 연휴를 보내는 까닭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고려 말기에 충절의 상징인 삼은(三隱)이 있었다면, 대한민국에는 명절 때마다 청년들을 괴롭히는 ‘3은’이 있다. “취업은 했니?” “애인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한 칼럼(‘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경향신문〉 9월21일)은 이들 질문에 대해 ‘취업(연애, 결혼)이란 무엇인가?’ 되물으라고 조언했지만, 현실적으로 친족 공동체와 의절할 각오가 돼 있지 않고서야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 칼럼의 필자는 이미 명절마다 이런 질문들을 ‘받는’ 위치가 아니라 ‘던지는’ 위치에 더 가깝다.그 칼럼과 그것이 만들어낸 담 ‘기대 반 걱정 반’인 강사법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지난 몇 년간 국회에 계류하던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른바 강사법)이 극적으로 합의되었다.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되, 학기당 6학점까지(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그 이상도 가능)로 강의 시수를 제한한 게 핵심이었다. 2011년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강사법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강사 80% 이상이 주 6시간 미만으로 강의하는 상황에서 소수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줘 대량 해고나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강사 대량 해고의 빌미가 될 것이라며 강사 대학원생은 학생이다? 아니다?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4년 전, 박사과정 수료 후 3년차가 되면서 받고 있던 장학금이 끊겼다. 그때 나는 학교 근처 원룸에서 월세 55만원을 내며 살고 있었다. 생활비야 아르바이트로 충당한다 쳐도 매달 나가는 월세가 큰 문제였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전셋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5000만원 정도면 서울 외곽 지역에 원룸 전세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월세 보증금에 더해 이곳저곳에서 끌어모은 돈 2000만원을 제하고도 3000만원이라는 목돈을 더 구해야만 했다. 집안 사정상 부모께 손을 벌릴 처지는 아니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을 찾아갔다. 학교 안에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대학원 연구등록비’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연구 등록’ ‘논문 등록’ ‘수료 등록’ ‘수료 연구생’ ‘대학원 연구생’,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같은 대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대학원생은 학위논문을 완성하여 졸업하기까지 일정 금액을 학교에 납부하고 ‘어떤 신분’을 얻어야만 한다. 그 신분을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는 ‘연구 등록(생)’이라 하고, 학교에 납부하는 돈을 ‘연구등록비’라 부른다.일반대학원 학사제도를 간단히 소개하면, 석사과정에선 24학점 이상, 박사과정에선 36학점 이상을 각각 4학기 동안 이수하게 되어 있다. 즉, 4학기(2년)의 학사과 ‘대학교 청소, 학생이 해야 된다’?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몇 주 전, 교수들이 많이 보는 한 신문에 칼럼이 실렸다. 대학교수이자 그 신문의 논설위원인 필자는 칼럼에서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제자가 생활비를 벌충하기 위해 청소 자격증을 취득하여 대학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자신의 학교를 청소하고, 경비하고, 정원을 가꾸는 등 육체적인 노동에 익숙해지는 일이 장학금 취득과 자립심 향상, 취업에까지 도움이 된다. 그 교수에게 묻고 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대학’이란 무엇인지?최근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에서 재정난을 이유로 청소 노동자를 아르바 드라마 속 대학원, 하하하 웃지요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버스 안, 젊은 남성과 할머니의 대화. “총각은 뭐 해?” “학교 댕깁니다” “어디 댕기는데?” “카이스트요.” “어디?” “과학기술원이요.” “그래, 공부 못하면 기술 배워야지.”텔레비전 드라마 〈카이스트〉(1999~ 2000)의 첫 장면이다. ‘이공계 천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던 시대상이 자조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당시 신문을 살펴보면 ‘이공계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와 같은 이공계 육성론이 심심찮게 발견된다.극중에서 전자과 이희정 교수(이휘향)는 ‘과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보다도 포기할 줄 모르는 마음가짐’이라 연봉 100만원짜리 간사라니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사이트에 따르면 2017년 12월 현재 국내 학술지는 총 5424종에 이른다. 학술지(학회)는 보통 간사(총무·편집) 두 명을 두고 있으므로 대략 대학원생 1만여 명이 지금 이 순간에도 간사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그들의 노고를 감히 ‘간사 노동’이라 칭하려고 한다. 물론 학문 분야마다, 학회마다 노동환경과 처우가 다르기 때문에 간사 노동은 이런 것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돈 한 푼 못 받고 일하는 간사가 있는가 하면, 연봉 계약을 맺고 직원에 가까운 개념으로 일하는 간사도 있다. 학 행정조교에게 열린 지옥문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박사과정 1년차 겨울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학과 행정조교를 맡고 있던 선배의 연락을 받고 학과 사무실로 갔다. 동기 대학원생 한 명이 먼저 와 있었다. 선배는 씁쓸하게 웃으며, 학과장이 나와 내 동기 둘 중 한 명을 후임 조교로 뽑으라 했다고 전했다. 선배가 택한 방식은 동전 던지기였다. 나는 앞면을 골랐다. ‘운명의 100원’짜리 동전이 선배의 손을 떠나 공중으로 던져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동전이 다시 선배의 손으로 떨어지기 전에 나는 사무실 문을 박차고 도망쳤어야 했다. 잠시 뒤 펼쳐진 선배의 손바닥 위에서는 이순 대학원생들이여, 단결하라!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480만원. 내가 수료한 대학원의 한 학기 등록금이다. 나는 일반대학원 인문계열 전공이라 그나마 저렴한 편이다. 이공 계열이나 예체능 계열, 그리고 교육대학원 같은 특수대학원의 경우는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매달 들어가는 책값·교통비·생활비까지 고려하면 대학원생들은 매년 준중형 승용차 가격에 준하는 비용을 지출하며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 BMW(Bus·Metro·Walking)를 타고 다닌다.대부분의 대학에서 대학원은 학부의 시설과 인력을 공유하며 운영된다. 학부생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