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는 학생을 ‘돈벌이’로만 본다고?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선생님이 입력을 해주던 시기에는 배우는 기쁨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출력을 내라고 하니까 머리가 하얘지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학생한테 이런 피드백을 받은 날이 있었다. 내 머리도 같이 하얘졌다.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수험 생활에 내가 투입하고 있는 게 먹히지 않으면 어쩌나.멜버른 대학 존 하티 교수는 학생의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탐색한 전 세계의 연구 9만5000건을 대상으로 1600건을 메타 분석한 결과 학생의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277개 중 교사와 관련된 요인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서열화한 학벌 체제에서 공정한 노력은 없다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수능이 50여 일 남았다. 내가 가르치는 재수생들은 점점 기대치를 낮춰가는 중이다. 피 말리며 보낸 지난 1년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학창 시절에 열심히 안 살아서 이 꼴로 산다”라고 자조하면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불평할 거리가 수없이 많은 이 제도를 두고 학생이 “제 능력이 부족하다”라며 노력이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담담히 수용할 때, 나는 계속 미안해진다. 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단지 열심히 공부하는 노력만은 아니기 때문이다.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말은 일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는 이유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재수학원 담임 업무를 맡기 전까지는 몰랐다.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는 이유를.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들이 공부를 얼마나 안 하는지도 몰랐다. 재수학원으로 옮기면서 나는 여러 기대를 품었다. 1년에 네 번씩 치러야 하는 내신 대비 수업 없이 11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교육 기간으로 보장받는 점, 합격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무장했을 학생들을 매일 만난다는 점, 수준별로 편성된 학급 체계 덕분에 아이들의 역량에 맞춰 단계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 등 재수학원은 학생들의 학습을 극대화하고 강사의 역량을 끝까지 끌어낼 수 있는 ‘이... “딸이니까”라는 자기합리화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딸은 덜 가르쳐도 되니까 기대가 크지는 않은데…. 선생님도 여자분이니까 아시겠지만, 여자가 아무리 잘나도 소용없잖아요.” 학부모는 내 눈을 바라보며 동의를 구했다. 지난주에 치른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을 확인한 뒤였다. 내가 학원비를 내줄 게 아닌 이상 부모의 선택에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결실을 보기 위해 학원을 좀 더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가족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중요한 다른 가치도 많을 것이다. 학부모가 숙고하고 교육에 배분할 자원을 결정했을 테니 굳이 염려를 보태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딸이라서 덜 ... 삼수를 하면 나아질까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학부모 상담 주간을 앞두고 유난히 불안에 떠는 수강생이 있었다. 정작 심란해야 할 녀석들은 천하태평이건만, 공부를 못해도 성실히 제 과정을 밟던 그 아이는 마음을 못 잡고 있었다.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면 수강생들은 텅 빈 시간을 견뎌야 한다. 대입 학원에서는 친구와 잡담, 외출, 전자기기 사용 따위의 행동을 금지한다. 그 아이는 몇 시간이고 문제집 한 쪽을 풀지 못했다. 답도 안 나올 고민을 눈덩이처럼 불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부모가 학원에 오는 것을 저렇게 두려워하는 아이가 제 발로 담임 강사를 찾아올 리는 없었다.... 대학에 가서도 ‘고딩’ 때 학원을 못 벗어나는 학생들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대학생이 된 학원 수강생들이 찾아왔다. 으레 그렇듯 밥을 사주고, 대학 생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한 학생이 애교를 떨며 물었다. “선생님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 아이가 내민 종이는 대학 과제물이었다. 생각보다 잘 안 풀린다며 옛 학원 선생인 내게 도움을 청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신문에서만 보던 ‘사교육 받는 대학생’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호의로 잠깐 봐줘도 될 일이었지만, 왠지 기분이 씁쓸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재수 생활을 마친 후에도 학원 강사와 꾸준히 친분을 유지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은 학창 시... “몇 등 안에 들어야 안전해요?” 묻는 아이들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새해가 밝았다. 학교는 방학을, 학원가는 신학기를 맞았다. 일찌감치 재수를 결정한 입시생을 비롯해 입학과 개학을 앞둔 재학생들까지 몰려들어 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번 입시에서 실패해본 재수생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재학생들은 지금까지의 결과를 만회할 기회이니 절실하다. 이들 중 일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대부분의 과목을 선행학습해왔다. 지문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어휘를 학습하는 영어 과목을 제외하곤 처음 배우는 내용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기 중에 잡아놓은 면학 태도가 흐트러질까 봐 비용을 지불하고 오전부터... “학교가 양아치 같다”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최근 한 남학생이 불만을 털어놓았다. “중학교 때까지는 몰랐는데, 고등학교 오니까 공부 잘하는 애들한테 특혜가 너무 많이 가니까 짜증나요.” 그 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시험 등수대로 교실 내 자리를 배치했다. 학교 안의 시설 좋은 독서실을 사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전교 30등까지로 제한했다. 교내 대회 참가를 독려받는 학생들은 언제나 내신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었고, 그들을 위해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같은 학교에서 자기가 공부를 못하니까 이런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수긍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 학생은 그게 용납되지 않았다. 아... ‘학군 나쁜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최근 1년간 서울의 한 지역으로 출강을 나갔다. 이른바 학부모들 사이에 ‘학군 안 좋은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었다. 이곳에 와서 그간 내가 학부모들의 치맛바람과 아이들의 경쟁 욕심에 얼마나 익숙해졌는지 알게 됐다. 행정구역상 같은 서울인데 다른 세상처럼 보였다. 목동이나 대치동 학생들한테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체감했다. 온전한 배움의 열망이 아닌 체념과 자기 비하라는 씁쓸한 분위기였다. 첫 사건은 중간고사 시험 문제에 관한 일이었다. 인근 학교 국어 시험에 인터넷에 떠도는 족보 시험 문제가 똑같이 출제되었다. 심지어 오답 ... 서울 학원가에서 보내는 지방 학생들의 방학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방학 특강 시즌이다. 특강을 듣기 위해 상경한 지방 학생들이 이번에도 몇몇 보인다. 학원이 지방에 분점을 내고 강사가 KTX를 타고 출장 강의를 가는 게 일반화되었다. 그런데도 굳이 서울 학원가로 직접 올라와 강의를 듣는 지방 수험생들이 더 많다. 이 학생들은 학원과 가까운 거리에 사는 친척집에 맡겨지거나 자취방에 거주하면서 여름방학을 보낸다. 인터넷 강의가 보편화한 시대에 서울까지 찾아올 필요가 있을까? 넌지시 물어보니 유명 학원가 수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 친척들의 권유, 인터넷 강의가 잘 맞지 않는 취향 등 학생들의 선택... 수능 목적으로 가르쳐야 신뢰받는 현실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시험문제 오류가 아닌, 시험의 의도 자체에 대해 학생들이 교무실로 찾아가 불만을 터뜨리는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학원에서는 뒷담화가 가능하다. 학교의 평가가 끝날 때마다 이런 일을 거듭 경험한다. 학생들은 학원에 와서 학교 시험문제에 대해 온갖 하소연을 한다. 최근에는 한 학교의 수행평가 채점 결과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학생들의 수행평가를 위해 교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시 두 편에 대해 창의적으로 해석을 해오라’는 과제를 냈다. 인터넷 검색 금지, 다른 서적 참조도 금지였다. 오로지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 ‘자포자기’로 견디는 학생들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처음 상담을 하게 된 건 A가 고등학교 1학년 3월 모의고사를 마친 때였다. A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학원에서 ‘꼴찌’였다. 불안해서 잠을 못 잔다고 했다. 이 상담을 지금도 기억하는 건, 성적이 이 정도로 낮은 학생들은 강사를 피해 다닌다. 상담 요청도 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게 기대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 때문에 학원 다니는 시늉만 한다. 그런데 A는 상담을 요청했다. A는 과목별 점수가 40점대였다. 아이는 마치 당장이라도 대학에 떨어진 사람처럼 불안해했다. 나는 “괜찮아. 앞으로 잘하면 잘될 거야”라며 ... 기간제 교사 차별을 방관하는 학교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김경진씨(가명)는 3월2일부터 교단에 섰다. 150여 곳에 원서를 넣은 끝에 얻은 4개월짜리 기간제 교사다. 방학 때까지 묶어 6개월짜리를 얻고 싶었지만, 비자발적 백수가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임용고시 수험 생활에 지쳐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던 꿈이 사그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학교들은 방학 중에 비용 절감을 위해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를 시간강사로 전환했다가 개학 때 다시 기간제로 채용한다. 김씨는 첫 출근을 준비하며 이런 방식이라도 좋으니 계약이 연장되기를 희망했다. 이아정씨(가명)는 기간제 교사 4년차를... 헌신하지 않는 부모는 유죄인가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학부모들은 “일하는 엄마는 아이한테 늘 죄인이다”라며 미안함을 보였다. 가끔은 “잘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며 내게 할 필요가 없는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퇴근 후 시간을 쪼개 학원 상담에 응하는 것만 해도 부모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이가 일상의 반을 학교나 학원에서 보내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책임 역시 선생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는 엄마들의 죄책감에 공감하지 못했고, 단지 아이에게 신경 좀 써달라는 의례적인 당부로 여기곤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얼마 전 한 아이가 자신의 엄마가 ‘... ‘정유라’ 이름 석 자가 안긴 허탈감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수업 시간에 한동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정유라’ 이름 석 자는 아이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실시간으로 뉴스를 접하며 학생들은 어느 날은 맥이 빠졌고 어느 날은 정신없이 욕을 했다. “우린 학원 다니며 이 고생을 하는데 유라는 좋겠다” “나도 집회 나가고 싶은데 학원을 빠질 수는 없고”. 수많은 아이들이 무력감을 드러냈다. 그들 가운데 몇몇은 지난 11월12일 기어이 토요일 수업에 빠졌다. 삼삼오오 거리로 나선 것이다.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기회였다. 무기력하게 살지 않을 기회였다. 학생들 관심의 시작은 입시 비리였... 학원으로 ‘폭탄’ 돌리는 부모들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가끔 우리가 폭탄을 돌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학원을 그만둘 것을 종용한 날이었다. 학생은 학원 수업에 자주 빠졌고, 과제를 해오지 않기 일쑤였다. 어쩌다 학원에 오면, 수업 중에 책상이나 벽을 쾅쾅 치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학부모에게 상황을 말하고 가족과 협력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 말은 듣지도 않으니까 학원에서 알아서 하세요!”라는 부모의 대답이 반복되었다. 강사는 결심했다. “나는 너한테 더 이상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네가 학원에 몸만 오가는 걸 그냥 두는 건 ... “그런데, 그 언니는 대학 잘 갔대?”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지난 8월, 서울 대치동의 한 유명 학원 강사가 구속 기소되었다. 6월에 있었던 수능 모의평가 문제를 유출했다는 혐의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보통 한 강사의 커리큘럼을 1년 동안 따라가며 배운다. 갑자기 강사가 사라지면 수강생들은 혼란을 느낀다. 내가 가르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앞으로 구속된 강사가 어떻게 되느냐고 먼저 묻는다. 그 수업을 듣던 친구들은 어떡하나 걱정해주다가, 결국은 자신한테 이득이 될지 아닐지를 따져본다. 당장 수능이 코앞이다 보니 관심이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안 걸렸으면 대박인데” 같은 농담도... 수능 D-100에 어른들이 해줘야 하는 것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수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합격 가능한 대학의 윤곽이 잡히는 시기다. 고3 아이들은 방학 전에 6월 평가원, 7월 인천교육청이 주관하는 모의고사를 치렀고, 수시 지원에 마지막으로 반영되는 1학기 기말고사도 봤다. 학원 강사들은 입시 자료집과 누적된 합격생 데이터를 토대로 아이들과 상담을 시작한다. 정확한 입학 커트라인은 대학이 공개하지 않는 한 “대학 안 가도 상관 없어요. 엄마도 괜찮대요”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2년 넘게 학원을 다니면서 숙제를 한 번도 안 해 오는 학생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공부를 안 한다. “너 그러다 대학 못 간다”라고 엄포를 놓았더니 “못 가면 어때요? 전 지금도 행복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만사태평이다. 내 표정을 살피더니 “학원에 안 오면 불안하니까요. 근데 대학 안 가도 상관없어요. 엄 이상한 학원의 노동자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같은 교무실을 쓰던 강사가 해고됐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팀장은 해고 통보를 사흘 전에 한 것만 해도 예의를 지킨 것 아니겠느냐고 위로했다. 학원가에서 해고는 흔한 일이다. 동료들은 마구 잘려나간다. 어떤 학원에서는 강사를 3주 만에 잘랐다. 한 학생이 “그 강사가 수업을 못해서 한 시간 앉아 있는 것도 아까웠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해고당해도 금방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