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A컷보다 ‘굴욕 사진’에 공들이는 요즘 연예인들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이 탄생한 부유한 중산계층은 자신들의 모습이 귀족이나 상류층 사람들처럼 초상화로 드러나길 원했다. 자신의 모습을 돋보이게 만드는 초상화는 상승된 중산계층의 지위를 확인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사진의 발명은 이런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멋진 모습의 초상화는 다른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제공한다. 모르던 사람도 자주 사진 이미지로 접하면 그 자체에 ‘의미’를 붙이게 된다. 이른바 ‘스타’들은 이런 방식으로 대중에게 접근한다.영국의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은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잘 드러내지 않 정말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라면, 카메라를 내려놓으세요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찍지 못한 순간에 관하여〉(윌 스티어시 지음)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유명한 사진가들이 찍지 못했지만 기억하고 있는 소중한 순간이 글로 적혀 있다. 너무나 사랑해서, 너무나 안타까워서, 혹은 너무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서 셔터를 누를 수 없었던 순간의 기록이다. 나도 그런 순간이 있다. 아들이 군 훈련소에 들어가는 날,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다.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 한동안 헤어져 있을 아들의 얼굴을 오래도록 마음속에 기억하고 싶었다. 그 순간에 몰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여행 전문가 김민철은 말한다. “나에겐 타임 좋은 사진 찍고 싶나요? '스토리'를 그려보세요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진학교에서 학생들의 과제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하는 비평 시간에 대다수 선생님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이다. 사진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야기해보라는 요구다. 필자는 중·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발표라는 것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유학 시절, 교수들로부터 ‘자네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하는 질문을 받으면 무척 곤혹스러웠다. ‘내가 왜 사진을 찍었지?’라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던 것이다.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뷰파인더를 바라볼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 사진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 [사진세상]그냥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 나가서 ‘서성거리라’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스는 익숙한 사회적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낯설게 보는 것을 가리켜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정의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려는 노력은 사진가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일상 속에서 쉽게 포착되지 않는, 이면에 잠재된 아름다움이나 관계를 발견하는 것은 사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를 ‘사진적 상상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많은 사람이 촬영을 위해 집을 나서서 몇 블록 걷다가는 곧바로 ‘이런, 아무것도 찍을 게 없네!’ 하며 낙심하고 발길을 돌린다. 어느 정도 인내심을 갖고 여기저기 [사진세상]우량아 선발대회, 거기에는 ‘완벽한 아기’만 있었다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1962년 2월23일 〈조선일보〉 1면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남자아이 하나가 옷을 벗고 앉아 있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다. ‘전라’의 아기는 지탱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커다란 메달을 목에 걸고 대형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사진은 당시 대구에서 열린 우량아 선발대회를 후원했던 한 유제품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사용된 광고 이미지였다. 대회에서 선발된 ‘우량아’는 아기를 가진 많은 부모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우량아 선발대회는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차원에서 출범했지만, 이후의 경제성장과 국민인식 변화에 따라 1980 사진계의 '레전드' 로버트 카파 뒤에 그녀가 있었다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로버트 카파.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벅찬 시절이 있었다. 내가 뉴욕 국제사진센터(ICP)로 사진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학교가 로버트 카파를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지던 디데이의 모습을 실감나게 촬영한 사진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중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직감하고 그 속으로 목숨 걸고 뛰어들 용기를 가진 사진가였다. 그가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은 물리적인 거 마음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면?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투시 카메라는 외피를 뚫고 그 안의 뭔가를 들여다보는 기능을 갖고 있다. 과거엔 SF 영화에서나 등장했던 이 기술이 현실에 구현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적외선 투시 카메라 기능을 탑재한 회사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 상상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초월하기까지 한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사진 기술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19세기 말 발명된 엑스레이는 그 이전엔 관찰할 수 없었던 인체의 내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사진의 엄청난 잠재력을 입증했다. 당시 검은 천을 뒤집어쓴 엄마들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진이 발명된 직후 가장 각광받았던 장르는 단연 초상화다.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까지 초상화는 엄청나게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특권층만의 향유물이었다. 화가에게 의뢰해서 만들어지는 초상화는 가격이 높을 뿐 아니라 제작 기간 또한 길어서 며칠, 몇 주에 걸쳐 완성되곤 했다. 화가의 실력에 따라 그림의 완성도 또한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물을 거의 똑같이 복제할 수 있는 다게레오타이프(19세기 중반을 풍미한 최초의 대중적 사진술)가 완성되면서 초상 사진은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으로 부상했다.문제는 긴 노 ‘증거’로서 사진이 가지는 의미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진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 종류의 시각적 증거(visual evidence)를 우리에게 제공한다.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 사진은 그 속에 담긴 사물 자체를 보여준다. 이 경우 사진은 사물이 존재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다. 우리는 존재하는 사물 없이 사진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사물의 시각적 증거인 사진은 촬영 행위와 함께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물이다.두 번째 단계에서 사진은 그 작품을 만든 사진가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전통적 예술사에서 작품은 예술품이라는 범주를 넘어 그 작품을 만들어낸 예 전문가의 시대 아마추어 정신의 부재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한때 사진은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발달된 디지털 기술과 사진 교육 환경의 개선 등으로 이제 사진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인 매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수많은 사람들이 정교화된 디지털카메라와 포토샵 기술로 사진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진은 태생적으로 민주적인 매체였다. 산업혁명으로 부를 축적하게 된 중산층은 그 이전까지만 해도 귀족계층만이 누릴 수 있었던 초상화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되었다. 사진은 이런 대중적 욕망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1889년 코닥 아류작이 아닌 ‘진짜’ 사진을 찍고 싶다면…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사진 선생이나 ‘멘토’를 따라 몰려다니며 촬영한다. 멘토가 자리를 정해주면 그곳에서 모두 똑같은 사진을 찍는다. 누군가가 이미 터득해놓은 방법에서 배울 것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렇게만 배운다면 ‘독창성’ 없는 아류작만 양산하는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20세기 중반을 풍미한 미국 사진작가 리처드 애버던에 대한 수많은 수식어가 떠오른다. 세계 최고의 패션사진가, 천재적인 인물사진가, 아버지의 죽음을 촬영한 사진가, 80세가 넘을 때까지 지칠 줄 몰랐던 열정적인 사진가…. 이런 수식어들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보지도 않을 사진을 왜 그렇게 많이 찍나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윤명희의 수필 〈버려진 사진〉을 보면 화자(話者)가 친구 고물상을 찾아갔다가 문득 쓰레기더미 속에서 쏟아져 나온 오래된 사진을 자신도 모른 채 밟고 있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누군가의 얼굴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화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남은 사진’을 가족들이 정리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후 그는 자신의 모습이 카메라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게 된다. 자신이 없는 세상에 남은 사진이 떠돌아다니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이 글을 읽다가 문득 ‘우리는 왜 사진을 찍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진 합성은 무조건 잘못된 것일까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중앙일간지가 주관했던 국제 사진 공모전의 대상 작품이 합성된 것으로 판명되어 수상이 취소되었다. 노루 가족이 설경의 산간 지역을 지나가는, 전경과 배경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너무 완벽한 풍경이라서 합성 의혹이 제기되었다.해당 작가가 합성으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숨긴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모습 그대로를 담은 이미지라고 허위로 주장했다. 자신이 빛과 형태, 내용이 완벽한 ‘결정적 순간’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거짓으로 드러날 때 작품을 보는 근본적 시 당신의 웨딩드레스는 정말 아름다웠소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1월1일이 지나고 우리는 또 한 살을 먹었다. 누구 마음대로 1월1일을 기점으로 나이 한 살을 더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세월을 부여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몸을 나이가 채워간다’는 의미다. 차곡차곡 채워지는 나이에, 좋든 싫든 주름은 덤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진 찍는 것에 질색하는 분도 있다. 주름은 죄가 아닌데도 말이다.몇 해 전, 경기도 구리 시민 몇 분이 모여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모습으로 ‘사진 책’을 만든다며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각자 사진을 찍고 글 쓰는 작업을 배분해서 기대 신부의 유일한 희망, 신랑의 슬픈 희망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얼마 전 증명사진을 찍으러 동네 스튜디오를 찾았다. 촬영을 마친 스튜디오 사장님은 포토샵을 통해 나의 비대칭인 두 눈을 대칭으로, 미간의 주름은 매끈하게, 백발도 적당한 수준으로 보기 좋게 다듬어주셨다. 이런 기술을 사용할 일이 없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나로서는 빠른 속도와 복원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요즘 면접장에서 증명사진과 실물을 보면서 본인 여부를 재차 확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 증명사진의 본래 목적인 ‘확인’조차 어렵게 되었다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과거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많은 여성이 하 ‘카톡 프사’에 담긴 나의 연기력을 보라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에 따르면, 개인들은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 자신에 대해 상대방이 가질 만한 인상을 통제·유도하려고 애쓴다. 이를 위해 자신의 설정, 외모, 태도 등을 바꾼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연극 공연에 비유했다. 각 개인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공적 영역에선 무대 위 배우처럼 ‘연기’한다는 것이다. 사적 영역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을 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흔히 ‘초연결 시대’라 불린다.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기기의 이용 수준이 아주 높은 데다 그것들이 쉽게 사진이 만들어낸 ‘눈의 결정체’ 이미지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연하장이나 광고지에 나오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크리스털 형태의 눈송이일 터이다. 어린 시절 옷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를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눈의 가장자리가 다소 뾰족하게 보이던 것이 기억난다. 과학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눈송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그 각각의 형태가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점도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도구까지 동원해서 눈을 관찰하진 않는다. 결국 눈송이들의 모습은 비슷비슷한 형태의 영롱한 육각형의 크리스털 이미지로 우리 기억 속에 각인 변화하는 환경에서 ‘오리너구리’가 되어라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기존 인쇄 저널리즘에서는 사진이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멀티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수용자들의 욕구가 좀 더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변화하면서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급변하는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수용자들은 사진과 글을 바탕으로 하던 인쇄 매체의 글 읽기 방식보다는 유튜브 콘텐츠와 비슷한 동영상 방식의 콘텐츠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포토저널리즘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용어 가운데 ‘오리너구리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다. 일단 오리너구리라는 용어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오리 아름다운 풍경 사진은 세상을 파괴하는가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많은 나라가 국토를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진을 사용해왔다. 특히 미국은 개척기 때부터 그렇게 했다. 19세기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였던 윌리엄 헨리 잭슨은 1871년부터 사진 조사단을 구성해서 미국 서부의 옐로스톤 고원 지역을 촬영했다. 그 사진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매우 컸다. 의회로 하여금 1872년에 옐로스톤 지역을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선포하게 만들었을 정도다. 잭슨 팀의 작업은 국토의 보존 및 활용뿐 아니라, 그 나라의 자연과 시민들의 주거지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야 바람직한지 미국인들이 고민하게 만들었다.잭슨 팀의 ‘결정적 순간’ 만드는 현실 너머의 진실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진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도 사진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표현은 ‘결정적 순간’ 아닐까? 그리고 ‘결정적 순간’ 하면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그의 작품은 사진 속 ‘순간성’이라는 관념을, 하나의 그림으로 사건과 스토리를 이야기한다는 예술사의 오래된 개념과 융합시켰다. 전체의 이야기 혹은 사건을 하나의 사진 안에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18세기 후반 유럽 예술에서 ‘역사회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역사회화는 사진처럼 현장성을 갖고 있지는 않으나 하나의 이미지로 역사적 사건을 묘사하는 장르다.18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