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키드의 씁쓸한 추억 김문영 (이숲 편집장) 냄새는 많은 것을 환기한다. 어느 시간, 어떤 장소에서 맡은 냄새는, 그 냄새와 결합된 기억을 불러와 불시에 우리를 시간 여행으로 이끈다. 〈수영장의 냄새〉는 작가의 개인적 기억을 환기하면서(수영장 냄새는 아마 소독약 냄새겠지만 더 나은 환경을 위한 관리의 과정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아파트 키드로 대표되는 고도성장기의 30여 년 전 사회상을 소환한다.주인공 ‘민선’의 엄마는 늘 바쁘다. 집안 살림을 도맡으면서 증권과 부동산에 관심을 둔 엄마 덕에, 민선이네는 서울 변두리에서 갑자기 ‘부’의 상징으로 떠오른 대형 아파트 단지에 입 세상 모든 모녀에게 보내는 메시지 김문영 (이숲 편집장) “준비된 이별이 얼마나 있겠느냐마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책의 시작은 비교적 담담하다. 바쁜 직장인 은영은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온 부재중 전화 메시지를 본 후에야 전화를 건다. 이모라면 비교적 가까운 사이일 텐데 번호조차 저장해놓지 않은 걸 보니 이들의 소원한 관계를 짐작해볼 만하다. 은영은 전화선을 타고 들려온 이모의 목소리로 엄마의 운명 소식을 전해 듣는다.만화의 컷은 느닷없이 장례식장. 은영은 슬픔보다는 원망의 혼잣말을 내뱉는다. “어떻게 마지막까지 이렇게 가버릴 수 있지?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남겨질 내 생 기막히게 완벽한 거장의 세계관 김문영 (이숲 편집장) 한 남자가 친구 에두아르를 땅에 묻으며 애도한다. 그 남자 에밀은 친구의 장례 이후 큰 슬픔과 마주한다. 우리 모두의 젊은 시절이 그렇듯, 한때 좋아하던 것들에 탐닉하고, 예술과 문학에 대해 토로하며 우정을 최대 가치로 여긴 그들. 세월과 함께 푸르른 날들은 사라져가고, 그렇게 하나둘 작은 새처럼 세상을 떠난다. 며칠 후, 에밀은 친구가 죽기 전에 부친 편지를 받는다. 운명은 그에게 마지막 친구의 선물을 가져다준다.친구가 말한 주소로 찾아가는 에밀. 마음에 드는 걸 딱 한 가지만 고르라는 친구의 말에 그는 온갖 화려한 예술품으로 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비극 김문영 (이숲 편집장) 세상의 작은 별들. 지구 곳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작은 존재들은 이유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난다.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짧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이념에 맞서 싸우는 전사가 되고 전쟁의 상처로 고통 속에 머물다 가기도 한다. 역사가 바뀌고 변하고 진화한다 해도, 인류사에서 전쟁 없는 역사를 기록하기는 힘든 일이다.여기, 아주 오래된 이야기, 그러나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주는 그래픽노블이 있다. 1970년대 말, 바르셀로나. 스페인 내전을 주제로 한 영화의 촬영 장면으로 시작한다. 화자는 할머니 이사벨의 삶을 재현하는 손녀다.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김문영 (이숲 편집장) 시작은 다소 충격적이다. 주인공 혜진은 아버지가 고독사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것도 방치된 지 3~4주가 되었다는 통보였다. 흔히 상상하는 가족관계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혜진은 그 어떤 슬픔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어쩌다 아버지는 가족과 인연을 끊게 된 걸까. 아버지는 왜 두 딸이 있는데도 혼자 살다 외롭게 죽어간 걸까. 저자는 혜진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며 독자를 그녀의 가족사로 이끈다.아이 하나를 키우며 남편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30대 혜진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었다. 다만 마음 따뜻해지는 ‘한여름의 풍경’ 김문영 (이숲 편집장) 책의 배경은 1976년 여름, 미국 플로리다. 지금으로부터 40년도 더 지난 시대적 배경, 게다가 우리와 별 인과관계가 없는 머나먼 미국 땅에서 벌어지는 열 살 소녀 써니(썬샤인 르윈)의 ‘그해 여름’이 왜 하나도 멀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 아니, 이 총체적 공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은 ‘뉴베리 상’ 3관왕에 빛나는 작가의 작품답게 촘촘하면서도 풍부한 스토리라인을 보여준다.가볍게 스치듯 지나칠 수 있는 대사 하나에도 깊은 의미를 심은 작가 제니퍼 홀름의 〈써니 사이드 업〉은 단순하면서도 재치 있게 묘사한 매슈 홀름의 일러 잘 넘어지는 법을 가르쳐주는 마을 김문영 (이숲 편집장) 살면서,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친구나 먼 친척, 혹은 이웃 중에서 지적장애인을 만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간다. 지적장애도 그런 다양한 성격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그래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장애가 없는 비장애인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 아닐까. 그림책 〈넘어진다는 건〉의 책장을 한두 장만 넘겨보면 주인공 ‘노엘’이 좀 별난 사람임을 알게 된다. 말은 어눌하고 대화는 쉽지 않다. 생일을 맞은 노엘은 엄마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생일 선물... 너무나 현실적인 미래의 잔혹 동화 김문영 (이숲 편집장) 〈파더 판다〉는 일종의 우화지만 우리의 불안하고 슬픈 미래를 가늠해보게 하는, 그래서 외면하기 힘든 다소 기이한 만화다. 총 3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마지막 장의 제목이기도 한 파더 판다(Father Panda)는 영어 대신 우리말의 ‘판다’의 의미로도 읽혀 재미있다. 결국 돈이 최고의 가치이고 생산성이 곧 구원이자 선으로 인식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 작품의 배경은 미래의 어느 시점이다. ‘임신 가능’으로 판정된 여성들은 정부가 정해놓은 일정한 나이까지 출산을 해야 한다. 남성의 정자 확... 단숨에, 또 느릿느릿페이지를 넘겼다 김문영 (이숲 편집장) 별 기대 없이 집어든 책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점의 한가운데 만화 코너를 서성이다가 모노톤의 배경에 오뚝 서 있는 주인공이 담긴 표지가 눈에 띄었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아무 정보도 없었기에 독서의 즐거움이 배가된 걸까. 단숨에 정말 단숨에, 마치 영화에서 마약을 흡입하듯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겨 읽었다. 그다음에 또 한 번 읽을 땐 느릿느릿 정독했다. 이런 정격 극화의 태생이 웹툰이었다니 다소 놀라웠다. 그리고 상당 부분 내 어린 시절과 오버랩되기도 했는데, 세대가 달라도 공유했던 정서가 너무도 흡사해 다시 한번 놀랐다.... 스스로 운명 개척한 ‘센 언니들’의 투쟁기 김문영 (이숲 편집장) 시대는 발전했고 자유로운 성에 관한 담론이 여기저기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페미니즘은 뜨거운 감자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면, 그래서 마땅히 여성의 권익이 보장되고 있다면 ‘여성’이라는 주제가 이토록 뜨거운 토론의 장에 서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가 미개에서 벗어난 지 오랜 세월이 흘렀고, 여성이 대통령이 되고 장관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한들, 여전히 수많은 나라, 수많은 자리, 수많은 사회, 수많은 가정에서 제2의 성에 머물러 있는 ‘여성’을 우리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아냐’가 우물에 빠진 날 김문영 (이숲 편집장) 좀비나 드라큘라 또는 유령은 어느 시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흥미로운 소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현실이 괴롭거나 암울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은 러시아에서 이민 온,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한 소녀 아냐의 성장기이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그리고 넘어서야 할 어둠을 유령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흥미롭고 재미있게 풀어간다. 부유한 미국 아이들이 가득한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냐는 못생겼고 뚱뚱하다. 게다가 러시아 이민자로서 이런 사립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 이민 왔던 어린 시절, 뚱뚱한 몸과 러시아식 억양 때문에 괴롭힘을... ‘사춘기’가 힘들다 한들 ‘며느라기’만 하랴 김문영 (이숲 편집장) 웹툰으로 시작해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며느라기〉. 이맘때 이 책을 돌아보는 것은,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 이 땅의 수많은 며느리가 주인공 민사린과 같은 혼란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보는 못된 시어머니, 지독한 며느리는 우리 주변에 그다지 흔치 않다. 민사린이 무구영과 연애하고 결혼하면서 즉, ‘무’씨네 일원이 되어 만난 ‘시월드’ 집안은 무척 평범하다. 시댁 식구를 미워할 구석이 없는데도 민사린의 심기가 불편한 까닭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체화해온 관계성에 있다. 누구 하나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바보... 사춘기 ‘그해 여름’ 떨림의 순간들 김문영 (이숲 편집장) 현재 유럽뿐 아니라 북미에서도 주목되는 가장 핫한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의 신간이 나왔다. 한겨울에 읽는 우리의 ‘뜨거운 여름’ 이야기. 누구나 통과했을 10대의 추억이 담겼다. 열세 살 앙투안은 어린 동생 티티 그리고 부모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러 브르타뉴의 바닷가 별장으로 떠난다. 떠나는 길에 앙투안의 엄마는 친구 실비가 유산했다는 전화를 받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엄마도 앙투안을 낳기 전 유산한 경험이 있었음을 처음 알게 된다. 많은 가족의 풍경이 그렇듯, 부모는 늘 일로 분주하다. 엄마는 무얼 먹을까 걱정하며 장을 보러 나... 소녀는 왜 늑대 인간을 꿈꿨나 김문영 (이숲 편집장) 지난해 미국에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 에밀 페리스는 이 한 권의 그래픽노블로 2017년 이그나츠 어워드, 2018년 아이스너 어워드를 휩쓸었다. 이 그래픽노블의 큰 축은 작가의 분신으로 짐작되는 소녀 캐런 레예스의 이웃이자 캐런이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여인 앙카의 사망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추리물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는 사람 눈에는 더 보이는, 그래서 공감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장치가 책 전체에 가득하다. 특히 미술에 대한 작가의 조예는 그저 놀라울... 책으로 만나는 동물원 여행 김문영 (이숲 편집장) 태초부터 인류 곁에는 동물이 있었다. 세상에는 우리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사나운 동물도 있지만, 사람 곁에서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는 동물도 많다. 그들과의 교감을 통해 우리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특히 어린 시절, 동물과 함께 자란 어린이는 정서적 안정은 물론이고, 더 많은 사랑을 배운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점점 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 어린이를 사랑한 작가가 있다. 자신의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직접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브루노 무나리는 기존 어린이책의 상투성을 벗어난 책, 즉 시각적... 세상과 불화하는 겁 없는 10대 이야기 김문영 (이숲 편집장) 넷플릭스에서 제작·방영된 영국 드라마로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은 〈빌어먹을 세상 따위(The End of the Fxxxing World)〉의 원작은 그래픽노블이다. 이 책은 간결하고 단순한 대사, 막 흘려 그린 듯한 무성의한 그림체가 시선을 끈다. 주인공 제임스와 앨리사의 관점을 나누어 편집한 챕터의 흐름은 ‘다행히도’ 놀란 독자의 가슴을 쉬어가게 만든다. 제임스의 엄마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자살을 했고, 앨리사의 새아버지는 집을 떠나라고 앨리사를 압박하는데 친엄마조차 딱히 딸을 지켜주려 하지도 ... 상처를 마주하는 소녀들의 성장 그림책 김문영 (이숲 편집장) 책을 덮고서 가슴이 먹먹해 한동안 가슴을 부여안았다. 작가의 말까지 읽은 후에는 한참을 훌쩍였다. 그 어떠한 탄탄한 서사도, 이처럼 민낯을 드러낸 사실적 스토리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이 책이 그렇다. 미바와 조쉬 프리기 커플의 〈다시 봄 그리고 벤〉에 이은 두 번째 창작집 〈셀린 & 엘라 ; 디어 마이 그래비티〉. 어디까지 작가의 경험이 녹아든 건지 혹은 무엇이 허구인지는 중요치 않다. 작가가 천착하는 주제는 상처받은 사람들이고 그 치유의 과정이며, 느릴지라도 언젠가는 회복되리라는 희망이다. 두 소녀 셀린과 엘라의 성장 드라... 그는 선 하나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김문영 (이숲 편집장) 현재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뛰어난 그래픽 노블리스트인 지피(본명 잔 알폰소 파치노티)는 〈전쟁 이야기를 위한 노트〉로 ‘르네 고시니 상’과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고작품상-황금야수상’을 수상했다. 그의 최근 작품 〈아들의 땅〉은 그래픽과 서사 두 가지 모두에서 주목할 만한, 섬뜩하고 놀라운 작품이다. 제목에서도 왠지 성서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서사에서도 역시 여러 차례 성서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개인적으로 영화든 소설이든 설명적이지 않고 스토리를 함축해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의 확장을 일으키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좁은 방’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김문영 (이숲 편집장) 출판사에서 낸 소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좁은 방〉은 대학생 용민이가 학생운동을 하다 잡혀 감옥에 들어갔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오기까지 8개월을 그린 만화다. 죄를 지은 나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알았던 좁은 방에 평범한 대학생인 그가 구속된 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아냈다.’ 그리고 덧붙인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해온 질곡의 시간이 만화 속에 담겨 있다. 특히 주인공 용민이처럼 1990년대 민주화운동의 한 축... 달이 정녕 아름다운가요 김문영 (이숲 편집장) 달은 참 이상한 별이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상징이 되어 빛을 발하니까. 달은 하나의 은유가 되어 수많은 신화와 동화에 등장하곤 했다. 우리는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토끼가 살고 있다는 동화를 믿고 싶어 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달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 꿈을 이룬 주인공이 나온다. 경찰이 되는 것과 달에 가서 사는 게 꿈이던 청년. 그는 달나라 경찰이 되어 있다. 범죄율 0%인 그곳에서 경찰이 할 일은 거의 없다. 매일 루나 도넛 자판기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