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한 젠더 권력엔 보복 아닌 대화로 이상원 기자 마사 누스바움은 세계적 법철학자다. 미국 시카고 대학 로스쿨 교수인 그는 고전철학·정치철학·윤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독창적 저서를 냈다. 2021년 〈교만의 요새〉 서문에서 누스바움은 썼다. “나 역시 여성이다. 우리 사회의 다른 많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성희롱과 성폭력 피해자이기도 하다.”누스바움이 보기에 미국은 성평등 혁명을 겪고 있다. ‘미투 운동’ 이후 이 혁명이 어떤 진전을 이뤄왔는지 논하는 게 책의 첫 번째 목표다. 두 번째 목표는 오랫동안 특권을 누려왔고 지금은 개혁에 반발하는 이들의 논리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 밑바탕에 유럽 난민 규제, 더 엄격해진다 [기자들의 시선] 이상원 기자 이 주의 협정4월10일 신(新) 이민·난민 협정이 유럽의회에서 통과됐다. 유럽에 가는 난민을 더 엄격하게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회원국은 난민 유입으로 부담이 생기는 경우 유럽연합(EU)의 다른 회원국에 난민을 배분할 수 있다. 본국에 물품을 지원하고 난민을 돌려보내거나,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EU 외 제3국에 인도하는 조치도 가능하다.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대규모 난민이 유럽에 향한 뒤부터 논의된 협정이다. 특히 난민이 몰리는 국가들이 이번 협정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헝가리와 폴란드 등 일부 국가는 난민 배분에 여전히 반 떠나는 윤석희 인권위원의 경고, “인권위를 감시하라” 이은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법규집’ 등 한아름 들고 온 자료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2021년 2월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임기를 시작한 윤석희 변호사가 ‘인권위와 함께한 3년’은 자료와 고군분투한 시간이기도 했다. 많을 땐 한 주에 1000쪽이 넘는 기록을 읽었다. 인권위 업무에 전념하는 상임위원과 달리, 비상임위원은 전업이 따로 있다. 윤석희 인권위원은 주경야독하는 심정으로 낮엔 본업을 하고 밤엔 기록을 살폈다.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는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인권위원은 윤석희 변호사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 1994년 변호사가 된 “나라 없어지게 생겼는데 300조? 저출산 예산 더 쏟아부어야” [김은지의 뉴스IN] 장일호 기자 ■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진행 : 김은지 기자■ 출연 :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저출산은 성차별적이고 저출생은 성평등적 개념? 둘 다 다르게 필요한 개념”“2067년 인구 3300만명? 이주 배경 인구 포용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 미래 없어”“부영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에 반색한 정부… 세제 혜택 검토는 옳은 방향 아니야”“한국 사회 사람값, 사람 대우 제대로 해주는 나라인가? 메가시티보다 중요한 질문”“20년간 저 디즈니랜드 놀이기구, 누가 만들었을까 [설날엔 디즈니] 듀나 (SF 작가) 설은 정말 특별한가? 이번 기고 글에서 김상욱 물리학자가 묻는다. 뜻밖의 사유가 누군가의 갑갑한 설 연휴를 버티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것 말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독자들에게 과학자, SF 작가, 〈시사IN〉 기자들이 명절에 즐길 만한 콘텐츠를 엄선했다. 설날과 까치에게 유쾌한 질문을 던지는 김상욱 물리학자, 박진영 공룡학자의 과학 이야기는 ‘읽는 재미’를 보여주고, 듀나 SF 작가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큐멘터리를 흥미롭게 조명한다. 남다른 취향을 가진 〈시사IN〉 기자들의 추천작들에서 “올해를 버티게 해줄” “절대로 후회하 왜 여성혐오 범죄는 테러로 불리지 않는가? 김영화 기자 스물네 살 백인 남성 ‘알렉스’는 모태솔로다. 보디빌딩 유튜브와 비디오게임 관련 포럼을 즐겨 본다. 특권을 누린다는 기분을 느껴본 적은 없다. 자신이 특권층이란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우연히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접하게 되었다. 수십만 조회수에 달하는 게시물들은 저마다 말한다. 모든 혜택을 누리는 건 여자들이고 진짜 피해자는 남자들이다, 당신은 잘못이 없다, 그러니 여성폭력 방지법을 폐지해야 한다…. 혼자만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알렉스는 안도감마저 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점점 몰입되고 주장은 더 과격해졌다.어딘가에 있을 법한 알렉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면 나무를 심자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새해 첫날이면 일기장 맨 앞에 다짐 혹은 소망을 한 줄로 적는다. 나만의 새해맞이 의식인데 그것도 언젠가부터 시들해졌다. 해마다 실천하지 못한 전년의 다짐을 되풀이하자니 맥빠질 수밖에. 한데 세밑에 만난 책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덕분에 새해 새 소망이 생겼다. 가슴이 뛴다.〈나무를 대신해 말하기〉는 아일랜드 출신의 식물학자이며 의학생화학자인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가 자신의 삶과 자신을 키운 켈트 문화, 그리고 50여 년간 연구해온 나무에 대해 이야기한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열두 살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된 사연부터 친중과 친미 넘어 타이완이 선택한 것 타이베이·김영화 기자 “전 세계가 타이완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2024년 1월14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수차례 언급한 말이다. 실제로 그랬다. 전 세계 언론인 400여 명이 이번 선거를 취재하기 위해 타이완에 모였다. 2020년 선거 당시엔 절반인 200명 정도였다. 타이완 현지 언론은 이 ‘관심’을 집중 보도했다. 지지자 수만 명이 모인 유세 현장마다 미국과 일본, 홍콩 등 외신 카메라가 즐비했다. 동아시아에 위치한 인구 2300만의 작은 국가에서 치러진 선거가 이례적 조명을 받는 순간이었다.‘미·중 대리전’은 이번 타이완 폭력과 평화를 연구한다는 것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비바레리뇽 고원매기 팩슨 지음, 김하현 옮김, 생각의힘 펴냄“평화는 왜 그렇게 연구하기 어려울까? 아니면 반대로, 폭력은 왜 그렇게 연구하기 쉬울까?”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프랑스 비바레리뇽 주민들은 나치를 피해 도망쳐온 난민 수백, 수천 명을 받아들였다. 인류학자인 저자는 자신의 먼 친척 중 한 명인 다니엘 트로크메가 당시 피난 온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곳을 지키다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방 벽에 그의 사진을 붙여놓고, 그때 당시 비바레리뇽 고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재구성한다. 오늘도 죽음을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김다은 기자 자살을 생각하는 20대 여성과 연구자가 컴퓨터 화면 너머에 있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한 번에 세 시간, 길게는 다섯 시간을 온라인으로 만났다. ‘연구 인터뷰’였지만 어떤 참가자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해보지 못했던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참여하기도 했다.이야기를 하다 눈물이 너무 많이 흐르면 참여자들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끄고 한참 동안 출렁거리는 감정을 추슬렀다. 그 시간 동안 이소진 작가는 까맣게 바뀐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며, 자살을 시도하고 생각해온 이들의 ‘증발하고 싶은 마음’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도 익숙하고 ‘짧은 머리’ 미스 프랑스, 프랑스 사회를 흔들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2023년 12월16일, 제94회 미스 프랑스 대회에서 북부 노르파드칼레 지역 대표인 에브 질이 '우승'했다. 2003년생인 그는 프랑스 북부 릴 대학에서 수학 및 정보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에브 질의 우승은 프랑스 사회에서 여러모로 화제였다. 그의 어머니는 인도양 남쪽 마다가스카르 인근에 있는 프랑스령 레위니옹섬 출신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프랑스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곳이다. 본선 대회 직전 레위니옹 지역 라디오 '앙텐 레위니옹(Antenne Réunion)'과의 인터뷰에서 에브 질은 “제가 우승한다면 레위니옹의 일부도 우 독자리뷰 시사IN 편집국 임선희 (2022년부터 종이책 구독, 서울)매주 〈시사IN〉을 우편함에서 꺼내 표지를 살펴보기 전, 이번 주는 어떤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을까 기대하게 된다. 최근 〈시사IN〉을 읽으면서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심리를 분석한 기사가 매우 흥미로웠다. 무당층의 생각뿐만 아니라 거대 양당 지지자들의 의중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또한 이번 〈시사IN〉 제851호(사진)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다룬 기사가 인상 깊었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현상을 소득과 성별, 직업 등에 비춰 종합적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기사에서 다뤘듯 저 누가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갔나[2024 총선 유권자 지형 분석 ②] 김은지 기자 2022년 3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그 기세를 몰아 같은 해 6월 지방선거도 이겼다. 그런데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인사는 “집토끼 모으기조차 실패했다”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17%포인트 차이라는 큰 격차는 보수 표도 다 가져오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바로 다음 선거가 2024년 4월 총선이다. 국민의힘의 우선 과제는 ‘보수 표심 복원’인 셈이다.국민의힘으로서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지만, 다가오는 총선에선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한 이들을 게임을 보랬더니 손가락을 보는 사람들 전혜원 기자 11월23일.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엔버)’의 뮤직비디오 ‘샤이닝 하트(Shining Heart)’가 공개됐다. 11월25일. 젊은 남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남초 커뮤니티)에서 뮤직비디오 속 엔버의 손동작에 주목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영상에서 엄지와 검지로 ‘집게손’ 모양을 만드는 대목이 있는데, 이것이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성별만 바꾸어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을 내세운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해당 로고는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1 에브리타임에서 ‘썰린 글’ 살려내다 [사람IN] 김은지 기자 ‘누구의 목소리가 대표되느냐’는 민주주의의 오랜 과제다. 온라인 플랫폼 에브리타임(에타)은 그래서 문제적이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다. 397개 대학교에서 631만명이 가입했고, 지금까지 작성된 게시물이 16억 건이 넘는다(2023년 2월 기준).그런 에타가 혐오 표현의 온상이라는 분석이 계속 나온다. 노동, 젠더, 학벌, 장애, 퀴어 등 혐오의 대상도 다양했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58·맨 왼쪽)는 “에브리타임의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과잉 대표하는 것이 문제 노벨상 수상자 골딘이 말하는 남녀 임금격차의 진짜 원인 전혜원 기자 남녀 임금격차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문제를 역사와 통계로 규명한 미국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77)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난 54년 동안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 번째 여성이며, 단독 수상한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1990년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첫 여성 종신 교수로 임명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상을 수여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노동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성별 격차의 주요 원인뿐 아니라 그 변화의 동인을 밝혔다”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골딘 이전에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성장하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요? 인종차별적 질문입니다 임지영 기자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역 2번 출구, 안산유통상가에 들어서면 간판, 고무, 금속, 기계장비, 도장 등 각종 품목을 취급하는 업체의 간판이 끝없이 이어진다. 1989년 지어진 건물 25채에 점포 2000여 개가 들어서 있다. 그중 한 상가 3층에 ‘방송국’이 있다. 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이다. 대부금융과 전기공사 업체를 가로질러, 그 문을 두드렸다. 정혜실 단원FM 본부장이 나왔다. 라디오 부스에서는 녹화가 한창이었다. 안산 시내를 샅샅이 뒤지다 월세가 저렴한 이곳을 발견해 지난해 입주했다. 창고는 방송국이 되었다.정혜실 본 그날 인권위 14층에서 한숨과 헛웃음이 터져나온 이유 [프리스타일] 이은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는 각종 ‘호소’가 몰린다(인권위 공식 이메일 주소는 호소(hoso)로 시작한다). 직장 내 괴롭힘부터 성차별, 군대 내 폭력, 수사기관의 부당한 수사 등 가늠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사정과 사연이 인권위에 모인다.취재하며 만난 인권위 구성원들은 자주 인권위가 한국 사회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비유를 들곤 했다. 인권위가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인권위 구성원들에게 ‘인권을 지킨다’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있다는 건 분명히 느껴졌다. 그중 사무처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인권침해인지 아닌지를 성범죄자 3명 중 1명 감형,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3년치 판결 분석 김은지·주하은 기자 흔히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고 한다.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곧잘 등장하는 말이다. 6년 전 김명수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 나선 당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관은 판결로 얘기하는 것이지요?”라고 물었다. 과거 판결로 대법원장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다.윤석열 정부의 첫 대법원장 후보자가 나왔다. 8월22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후보자를 소개하며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 데 앞장서온 신망 있는 법관”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는 9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가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0.78명)을 듣고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 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 1.59명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으니 어쩌면 그의 반응은 당연하기도. 그런데 윌리엄스 교수가 더 놀랄 만한 숫자가 나왔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떨어진 것. 이런 추세라면 서울 초중고생은 12년 뒤에 78만명에서 42만명으로 반토막 날 예정.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윤석열 대통령이 8월28일 열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