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위키백과에 따르면, 사이보그(cyborg)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로 기계와 인간의 결합체인 개조 인간을 의미한다. 영화 〈공각기동대〉 〈터미네이터〉 〈로보캅〉 등의 SF에 등장했던 익숙한 존재다. 우리는 사이보그에 대해 양면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인간의 몸에 기계가 결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는 사이보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을 보면 사이보그야말로 인류의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이 글에서 우리는 이미 꿈꾸는 사람은 봄꽃처럼 아름답다 김이경 (작가) 봄 맞은 산에 오른다. 가쁜 숨이 닿는 곳마다 보랏빛 꽃들이 피었다. 제비꽃이다. 톡톡 벌어진 꽃송이가 밥 달라 조르는 새끼 제비들의 앙증맞은 입을 닮았다. 이래서 제비꽃인가 했더니 제비 올 때 핀대서 제비꽃이란다. 어쨌거나 작지만 어엿한 봄, 생명의 전령사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조동진의 ‘제비꽃’이 인기를 끌 때 나는 그 노래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머리에 꽃을 꽂은 소녀라니 총선 전 ‘북풍’ 없었다, 이제 남북 충돌 막을 미래 비전 세워야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 1919년 4월11일.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민주공화국’이 탄생한 날이다. 4월11일이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생일인 셈이다. 이전에는 1인 군주가 통치하는 군주제의 역사였다. 1919년 4월11일, 비로소 주권의 소재가 군주에서 국민으로 옮겨왔다. 이날 독립운동가들은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발표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다.군주주권에서 국민주권으로, 전제군주제에서 민주공화제로 첫걸음을 뗀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는 오늘날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 떠나는 윤석희 인권위원의 경고, “인권위를 감시하라” 이은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법규집’ 등 한아름 들고 온 자료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2021년 2월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임기를 시작한 윤석희 변호사가 ‘인권위와 함께한 3년’은 자료와 고군분투한 시간이기도 했다. 많을 땐 한 주에 1000쪽이 넘는 기록을 읽었다. 인권위 업무에 전념하는 상임위원과 달리, 비상임위원은 전업이 따로 있다. 윤석희 인권위원은 주경야독하는 심정으로 낮엔 본업을 하고 밤엔 기록을 살폈다.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는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인권위원은 윤석희 변호사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 1994년 변호사가 된 선거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일까? [물리학자 김상욱의 ‘격물치지’]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격물치지(格物致知)’란 사물을 탐구하여 앎에 이른다는 의미다. 물리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칼럼 제목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 같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의심하고 그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이때 우리가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물질적 증거다. 즉, 격물치지라는 말이다.첫 칼럼에서 선거가 민주적인 방법인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곧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선거는 민주주의 그 자체다. 선거를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이 정치권력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많지 않기 세상을 바꾼 자폐 스펙트럼의 역사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패턴 시커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강병철 옮김, 디플롯 펴냄“이들은 하루 종일 체계화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느리지만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다양한 증상과 강도가 공존한다는 뜻에서 ‘자폐증’ 대신 ‘자폐 스펙트럼’이라 부르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대중문화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을 그리는 방식도 그들에 대한 오해를 허무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자폐 스펙트럼 성향이 가진 패턴 찾기 능력, 즉 ‘체계화’에 주목했다.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토대로 끝없는 질문을 통해 검증된 시스템을 ‘비주류’ 디스코는 어떻게 세계를 제패했나?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디스코라는 장르가 있다. 흑인들이 만든 장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강력한 반대의 벽에 부딪힌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기어코 그 벽을 허물고 세계를 제패한 장르이기도 하다. 요약하면 팝 음악사를 통틀어 디스코만큼 드라마틱한 운명을 겪어야 했던 장르는 없다.태초에 블루스가 있었다. 미국 남부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 선조들의 음악을, 목화 따면서 불렀던 게 블루스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1900년대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병충해로 목화 산업이 타격을 입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미국 북부에서 군수산업의 노동 수요가 높아진 몽테뉴에게 배웠다, 슬픔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걸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크든 작든 하나의 세계가 무너질 때 마음을 기울여 읽을 수 있는 문장은 많지 않다. 유명한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생의 마지막에 몽테뉴를 읽었다. 파시즘의 광기를 피해 찾아간 브라질의 셋집 지하실에서 몽테뉴의 〈에세〉를 발견한 그는 이 “체념과 물러남의 대가”에게서 “기쁨과 위로”를 얻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에세이 형식의 전기 〈몽테뉴〉(한국어판 〈위로하는 정신〉, 안인희 옮김, 유유 펴냄)를 썼다. 전기는 미완으로 남았지만 남은 문장만으로도 그 간절한 마음을 헤아리기엔 충분하다.한 생애가 저무는 걸 지켜보며, 비슷한 심정 피해 장애인은 승려인가, 노예인가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벌써 10년 전 일이다. 실종되었던 시각장애인이 엄마에게 보낸 한 장의 편지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염전 노예 사건. 장애인 100여 명이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가혹행위를 당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한 현대판 노예 사건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외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세계 시민들도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서 벌어진 일이 맞냐?’며 경악했다.부모가 맡겨놓고 간 장애인을 지금까지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줬는데, 왜 처벌받아야 하느냐고 법정에 선 염전주들은 항변했지만, 법원은 단호했다.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 보장이라는 기본이념을 정면으 피노키오가 진정 되고 싶었던 것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피노키오로 철학하기〉(효형출판, 2023)에는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1883)과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이 동화를 해석한 〈피노키오. 두 번의 해설과 세 번의 그림이 있는 인형의 모험 이야기〉(2021)가 합본되어 있다. 475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이탈리아반도에는 1400여 년간 통일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1861년, 마침내 이탈리아 건국이 이루어지자 콜로디는 지역주의와 전근대성으로 낙후된 조국을 근대적으로 계몽하기 위해 저 교훈적인 동화를 썼다. 나무토막에서 꼭두각시 인형으로 탄생한 피노키오는 인 나는 “건강한” 의대 증원을 바라는 의사입니다 김연희 기자 병원은 생과 사가 갈리는 곳이다. 목숨을 살리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는 이 공간에는 전쟁터 못지않은 긴장이 감돌곤 한다. 지금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는 다른 성격의 전운이 퍼지고 있다.2월6일 정부는 19년간 동결돼 있던 의대 정원을 풀어 2025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3058명에 고정돼 있던 의과대학 문이 5058명으로 65% 더 넓어질 전망이다.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즉시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2월20일부터 대학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대거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다. 정부는 ‘의 콰이강의 다리에 숨은 조선인의 슬픈 이야기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멀리서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밀림을 행군하는 장병들이 스코틀랜드 군가 ‘보기 대령 행진곡’을 부른다. 들으면 누구나 아, 하게 되는 익숙한 곡이다. 당당히 행진하며 부대가 들어오는 곳은 타이의 정글 속 포로수용소다. 말레이에서 일본군에 항복한 영국군 포로들이 도착한 것이다. 일본군은 전쟁물자 수송을 위해 한창 철도를 건설 중이다. 험준한 협곡을 흐르는 강에 열차가 지날 다리를 건설하면서 포로들을 동원한다. 포로들은 기어코 다리를 완성한다. 그리고 완공 날, 영국 특공대가 다리를 폭파한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 시사IN 제859호 - 의대 증원 나는 찬성한다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오성 기자 기자들의 시선/김동인 기자 포토IN/노노공의 노래는 계속된다COVER STORY IN의대 증원에 찬성한다, 이런 방식엔 반대한다〈시사IN〉은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의사와 의대생을 한자리에 모았다.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가 깊어지는 가운데 19년 만에 찾아온 변화의 기회가 바람직한 결실을 볼 수 있을까?ISSUE IN 시스템의 이름으로 사라지는 책임 정치? 주도권 싸움에 막 내린 제3지대 ‘11일 천하’ 반복되는 보은성 인사, 총선 후엔 낙하산 투 정치 팬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연예인에게 열광하듯이 정치인을 따르는 사람을 ‘정치 팬덤’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이 현상은 ‘노사모’가 결성되면서 처음 시작되었다지만, 대중의 정치인 숭배는 그제야 생겨난 게 아니다. 대중의 갈채와 환호를 받아온 영웅은 언제나 있었다. 1980년대의 김영삼·김종필만 해도 열렬 지지자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3김 시대의 지지지와 오늘의 정치 팬덤은 성격이 다르다. 사회학자 조은혜는 〈‘팬덤 정치’라는 낙인〉(오월의봄, 2023)에서 그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김대중·김영삼·김종필’을 묶어 이른바 ‘3김 시대’로 칭했던 ‘보스 요약본과 쇼츠의 시대, ‘시성비’에서 벗어나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신혜림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 PD) 얼마 전 20부작 드라마를 5시간으로 압축해낸 유튜브 요약본을 눈물 뚝뚝 흘리며 봤다. 친구에게 그 얘길 했더니, 친구는 냉정하게 '그건 아무것도 봤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5시간이나 투자했는데 본 게 아니라니. 하루에 주어진 여유시간을 다 쓰고 잠까지 줄여가며 본 것인데! 잠깐 억울해졌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만 해도 신입 교육 때마다 ‘모든 컷, 모든 멘트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나.이제 드라마를 1.2배속으로 보면 양반이다. 우리는 곧잘 주인공 서사의 핵심만 압축한 유튜브 요약본을 보거나, 그도 아니 교황청 ‘동성 커플 축복’ 허용, 한국 교계도 바뀔까 김영화 기자 “축복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으며 그 누구도 이로부터 배제되지 않는다.” 2023년 12월18일 교황청이 동성 커플에 대한 사제의 축복을 허용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축복(Blessing)은 예수의 대리자인 사제가 하느님께 복을 청하는 행위다. 결혼은 남녀 간에 하는 것이라는 기존 교리를 손대진 않았지만, 축복받을 수 있는 범위를 성소수자 신도로 넓힌 것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동성 커플 축복에 관해 “가톨릭 교리와 불합치한다”라고 밝혔던 가톨릭 교회의 큰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전 세계 가톨릭 사제들은 결혼하려는 동성 소득 불균형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만화로 보는 토마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클레르 알레·벤자민 아담 지음, 정수민 옮김, 한빛비즈 펴냄“문제는 정치다.”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피케티의 저서 중 한 권만 추천하라면,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권하고 싶다. 신분제 및 노예무역의 18세기부터 2010년대 중후반에 이르기까지 불평등한 경제 시스템과 이를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이데올로기 사이를 오가며 '불평등'이란 상태를 풍부하고 흥미롭게 설명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만화는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단지 그림으로 쉽게 교육 현장의 갈등과 격차, 로봇이 해소할까 키울까 변진경 기자 학교 안으로 로봇이 들어가고 있다. 학생들을 만나면 영어로 인사하고 말을 건네며 외국어 학습을 돕고, 학교 사각지대 구석구석을 훑으며 방범· 순찰 활동을 벌인다. 급식 시간에 조리실 튀김 솥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나눠줄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학교 내 필요한 인력은 늘어나는데 교육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에 주어지는 예산을 앞으로 더 줄이려는 사회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인력 채용에 따른 고용 유지와 산업재해 위험도 교육 당국이 피하고 싶어 하는 부담이다. 학교에 들어간 로봇들은 과연 교육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할 하늘과 바람과 별, 그리고 물리학자 김상욱 김연희 기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김상욱 경희대 교수가 5년 만에 펴낸 책이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제목 위에 물리학자의 열망이 포개졌다. 그에게 ‘하늘’은 우주와 법칙, ‘바람’은 시간과 공간,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다가왔다. 여기에 ‘인간’을 더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경계를 넘은 물리학자의 좌충우돌 여행기이자,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지도책”이 완성됐다.저자도 인정하듯 쉽지만은 않은 책인데 독자들은 “분명 과학 얘기인데 따뜻하다”라는 서평으로 화답한다. 2023년 5월 말 출간된 이후 6개월 동안 1 변호사가 알려주는 사기당하지 않는 법 [세상에 이런 법이] 오지원 (변호사) 전청조, 남현희씨 관련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사기 피해자들은 전 재산을 잃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거나 정신적으로 무너지기도 한다.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먼저 몇 주나 몇 달 등 단기간에 아주 다정하게 잘해준다. 호감을 얻기 위해 수입차를 보여주고 궁금해하지 않는 재력을 지속해서 ‘과시’하며 유명인들과 같이 찍은 사진도 보여준다. 이들은 작은 진실을 큰 거짓말 속에 섞는다. 예를 들면 갚을 의사도 없이 큰돈을 빌리면서 그에 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