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풍경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임병식·글 서영걸(사진가·기획자) 분단, 남북 대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철책선을 경계로 총 든 군인들의 이미지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휴전선이라 불리는 ‘진짜’ 군사분계선에는 정작 팻말밖에 없다. 상주하는 군인도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2㎞ 떨어진 남방한계선 GOP다.사진과 기억은 닮아 있다. 기억이 불완전하듯,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 한 장은 하나의 사실을 증명할 뿐, 진실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사진의 힘은 믿음이 강화한 신화에 불과하다. 사진 한 장이 그 복잡한 역사를 온전히 다 담을 수 있을까?미·중·러가 만들어내고 있는 신냉전의 잃은 이를 돌려드릴 수 없을지라도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이명익·신선영·박미소, 글 정세랑(소설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언제나 경계했어야 했는데 처참히 실패했다. 하지만 책임자들은 1년이 지나도록 그 실패의 앞뒤와 구조적 원인을 살피기는커녕, 미흡한 조사를 서둘러 마무리 짓기 위한 변명과 거짓말만을 남발하는 중이다.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은 그런 말들이 아니라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다. 잃은 이를 돌려드릴 수 없고 다친 곳을 지워드릴 수 없어도 함께 듣는 것으로 그다음을 향할 수 있다. 미래의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진실뿐이라는 걸 깨달은 이들은 질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소멸하는 것에 대한 애도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양경준·글 최의택(소설가) 눈을 뜨고 일어나 인터넷을 확인할 때마다 뭉텅뭉텅 사람들이 소멸한다. 문자와 숫자로만 존재하는, 아니 존재했던 사람들이 소멸하는 것을 오늘도 나는 소비한다.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잘못 삼켜버린 알약처럼 목구멍 한구석에 자리 잡는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삼켜버리기 위해 마른침을 꼴깍꼴깍 넘겨보지만 괜히 목만 까끌까끌해질 뿐이다. 일상이나마 소화시키기 위해 소멸된 사람들을 잊는다. 보지 않는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려고 애쓴다. 일상의 문제들은 그러한 노력에 보답한다. 어느 정도는. 하지만 억지로 잊는다고, 그들은 오늘도 빨래를 한다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김민·글 송승언(시인)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갇혀 있다.대체복무자들의 일상은 안온해 보인다.어쩌면 나의 찌든 일상보다 더.그러나 그들은 갇혀 있다. 신념에 따라살인술을 배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해.내가 한때 익힌 바 있는 그 기술로오늘도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그것은 반복되는 고통 체험이고랜선을 타고 흐르는 고통을 통해 우리는 연결된다.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갇힌다. 그 연결로 인해.그는 안에 있고 나는 밖에 있지만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우리는 연결된다.혐오스러운 정치와백린탄이 쏟아지는 마을 풍경과죽어가는 희생자들과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갇 시사IN 제851호 - 국힘의 분화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상원 기자 기자들의 시선/김연희 기자 포토IN/새해부턴 더 깨끗하게, 안전하게COVER STORY IN누가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갔나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지만,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한 이들은 누굴까. 2024 총선 유권자 표심을 살피며 ‘이탈 국힘’을 집중 분석했다. ‘김건희 리스크’ 유권자에게 물어보니ISSUE IN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그의 결정 주목하는 까닭 사장님의 파산 왜 이렇게 늘었나 청년들이 빚진 이유 ‘ 어떤 안전한 세상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조남진·글 김지연(소설가) 어떤 한국 남성들이 각종 매체에 은밀하게 숨겨진 사인(한국 남성의 성기가 아주 작다고 조롱한다는 집게손가락 이미지)이 있다며 그것을 만든 사람을 찾아내 해고하기 위해 힘을 쏟고, 기업과 정부기관이 그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굴복할 때에, 어떤 한국 여성들은 진짜로 죽는다. 죽으면 안 되는 이유로, 죽어서는 안 되는 방식으로 죽임을 당한다.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좋은 점으로 안전한 밤거리를 꼽는다. 물론 한국의 밤거리는 안전한 편이긴 하다. 그럼에도 어떤 한국 여성들은 혼자 밤길을 걸을 때 누군가 뒤따라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부터 한다 홀로 버티지 않기 위하여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신선영·글 김혜영(고 이한빛 PD 어머니) 참사 유가족이 또 다른 참사의 추모식, 참사 현장을 찾아가 유가족을 만나는 일은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생명안전버스를 탄 것은 유가족의 외로운 손을 잡고 함께 기억하고 곁이 되어 서로 부축하고 위로받고 싶어서였다.재난 참사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정부의 대처 방법이나 책임 떠넘기기 또한 대구지하철 참사부터 이태원 참사까지 너무나 똑같았다.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었고 피해자들 역시 각자도생해야 했다. 그들은 여전히 삶을 흔들고 있는 과거의 기억을 안고 버티어가며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기억이란 단지 그날 참사가 있었고 해녀는 바다다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최혜영·글 김소연(시인) 해녀를 안다. 해녀를 모른다. 자신의 자비를 해녀와 나눈다. 자신의 공포도 해녀와 나눈다. 해녀에게 인간의 한계를 가르친다. 해녀는 바다가 가르치는 대로 한다. 해녀는 바다가 가르치지 않은 것도 한다. 해녀는 바다를 안다. 해녀는 바다의 무서움을 알고 바다의 엄격함을 안다. 해녀는 바닷속에서 기쁘고 해녀는 바닷속에서 서럽다. 해녀는 눈물을 바다에 보탠다. 아무것도 모른다. 바다의 규율을, 바다의 몰이해를, 바다의 광활함을, 바다의 난폭함을, 바닷속의 마을을, 산호와 바위와 언덕과 해초들의 사계절을, 바다의 바다를, 바다도 모르는 바 이 출판사의 리스트가 궁금하다 [2023 행복한 책꽂이] 김영화 기자 ‘힘이 있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왔다. 영국의 비평가 마크 피셔를 소개하던 중이었다. 2003년 ‘k-펑크’라는 블로그로 큰 인기를 얻은 문화 이론가로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관점으로 정치와 대중문화에 관한 비평을 개진해온 인물이다. 출판사 리시올의 김효진 대표(사진)는 20여 년 전 피셔가 남긴 자본주의에 관한 통찰이 2020년대 한국 사회에도 들어맞는다고 느꼈다. ‘자본주의에서는 소소한 쾌락이 넘치는데, 왜 우리에겐 우울과 불안, 권태가 만연한지’ 풀어내는 그만의 글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2017년 마크 피셔의 작고 후 하루하루, 날마다 기다려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김흥구·글 김숨(소설가) “6학년 때, 공부시켜준다고 해서 갔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도토루 공장. 시너, 알코올로 비행기에 슨 녹을 닦아내고 페인트칠하는 일.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공부도 못하고, 월급도 못 받고. 미안하다는 말도 못 들었지. ‘위안부’도 ‘근로정신대’도 속아서 갔어. 열두 살에, 열세 살에, 열네 살에. 1999년 3월1일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어. 2009년 12월 일본 정부가 근로정신대에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1인당 99엔(13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알았어. 안 받았지. 2012년 독자리뷰 시사IN 편집국 신다인 (2021년부터 종이책 구독, 서울)〈시사IN〉 제849호(사진)를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 올해도 수많은 죽음이 있었구나. 청주 오송에서 침수 사건으로 14명이 숨졌고, 초등학교 신임 교사가 자신의 일터인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회동 건설 노동자는 분신했고, 전세 사기로 유서를 남긴 사람들도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또 시작됐다.제849호는 짧은 글과 몇 장의 사진을 통해 죽음과 사건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IN〉의 고민이 느껴지는 호였다 “한동훈의 ‘운동권 프레임’, 민주당은 대책 있나?” [정치왜그래?] 장일호 기자 박성민(민주당 전 최고위원)“한동훈의 ‘운동권 프레임’에 민주당은 대책 있나?”"한동훈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보면 자신을 소수자이자 탄압받는 포지션에 놓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이 마주하고 있는 위기가 민주당 때문입니까? 지금 국정운영을 하는 분은 윤석열 대통령이고, 한 비대위원장은 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하셨던 분입니다.한국의 위기, 그리고 집권여당이 겪고 있는 지금의 위기는 대통령의 총체적 실패와 막장 국정 운영에서 온 거 아닙니까? 한편으로는 한 줄 한 줄이 모두 국민의힘의 총선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마치 대 그들도 우리처럼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이명익·글 이동은(영화감독·그래픽노블 작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에서 소년은 교장에게 말한다.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말할 수가 없다고. 나는 행복해질 수가 없는 사람이란 걸 들키게 될 거라고. 교장은 답한다. “아주 소수의 사람만 가질 수 있다면 그건 행복이 아닐 거야.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게 행복 아닐까?”“주여! 동성 커플에게도 우리와 같은 지옥을 맛보게 하소서.” 십 년 전 한 동성 커플의 청계천 결혼식장 근처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아래엔 ‘한국기혼자협회’라고 쓰여 있었다.혼인은 사회적 구속력을 가진 전통적 제도다. 2015년 6월, 미국 연방 대법원 후쿠시마를 산책하다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도요다 나오미·글 정지돈(소설가) 단어의 결합이 잘못된 거 아니야? 제목을 본 친구의 말. 후쿠시마와 산책이라니! 뭐부터 얘기해야 할지… 나는 할 말을 고민하고 친구는 기다린다. 방사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야. 체르노빌 생존자 증언에서 봤어. 세슘은 짙은 남색이고, 비에 젖어 텃밭을 굴러다녔다고. 후쿠시마에서도 방사능을 볼 수 있어. 버려진 가방과 신발들, 작업복 바지와 긴 장화, 다시 달리는 열차와 복구된 거리. 일상을 회복했다는 건 슬픔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슬픔을 미래로 나르겠다는 의미야. 더 이상 불타지 않는 거리로. 보이지 않는 울음이 들리는 광화문 군가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주용성·글 노순택(사진사) 시월의 광화문광장. 근엄한 표정의 ‘킹 세종’ 앞에 ‘유에스 솔저’들이 열중쉬어 자세로 비를 맞고 있다. 물론 이곳은 세계 최강대국 미합중국의 대사관 앞이며, 세계 최분단국 대한민국의 정부청사 앞이기도 하다. 슈미트와 검퍼와 듀티와 맥컬핀은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일을 하다가, 지금 이 자리에 섰을까.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맞으며 무슨 생각을 추적했을까. 10년 만에 부활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었다. 102억원이 깔린 길바닥에 군인 4000여 명과 장비 170여 대가 오와 열을 맞추며 행진했다. 국군의 뿌리라며 우러르던 독립투사들 아이들에게 염치없지만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이명익·글 금정연(작가) 잼버리라는 이름에서 내가 떠올리는 건 많지 않았다. 젊음, 초록색 혹은 모래색의 스카우트 유니폼, 스카프, 배지, 챙이 둥근 모자, 텐트, 모닥불, 그리고… 마시멜로? 2023년 8월 이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다. 이제 나는 잼버리라는 이름에서 폭염과 습기와 벌레 물린 자국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다리와 곰팡이 핀 달걀과 밥과 두부 두 조각이 전부이던 자원봉사자용 비건 식단과 바가지요금을 떠올린다. 나는 그게 단순한 무능함이나 무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모든 불편과 불쾌를 ‘세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박창환·글 홍은전(작가) 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에서 10분만 걸어가면 그들을 볼 수 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전엔 몰랐다. “서식지: 남아프리카, 아르헨티나, 남태평양”이라고 적힌 사자, 코끼리, 바다사자가 서울 광진구 능동에 모여 있다. 수십 년 전엔 자국의 동물과 함께 끌려온 콩고 주민도 있던 그 자리에 그랜트 얼룩말 ‘세로’가 있었다. 펜스 바깥 호모사피엔스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이들의 발톱이 몇 개인지, 임신 기간이나 수명은 얼마인지 같은 것들. 나는 다른 이야기를 알고 싶다. 서식지에 맞게 수만 년 동안 진화해온 그들의 눈과 코, 다리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