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살자’고 생각하기까지” 박미소 기자 2학년 6반 권순범 학생의 누나 김소리씨(34)는 표정을 숨기며 살아왔다. 엄마들에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괴로울 때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울었다. 참사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남 일 듣는 것처럼 모른 척했다.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다.“4월이 되면, 집 밖으로 나오기가 힘들어요. 이맘때쯤이면 노란 현수막이 거리에 많이 걸리죠. 동시에 확성기를 단 차량이 안산 일대를 돌면서 혐오 발언을 크게 틀어놓고 다녀요. 매년 반복이에요. 종종 안산을 떠나고 싶어지죠. 차라리 기억상실증에 걸리면 편할 “단 한 명의 부모만 남더라도” 신선영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명임씨(60)는 인생에서 두 번 지옥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은 부모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2학년 7반 반대표를 맡고 있다.“저는 세월호가 내가 살아서 겪는 두 번째 지옥 같아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학교 정문 앞에 살았어요. 열여섯 살이었는데, 당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들이 나왔죠. 세월호를 겪으면서 진도 팽목항에서 ‘내가 다시 지옥 속에 들어와 있구나’ 싶더라고요. 근데 나는 아직도 살아 있구나. 왜 내 “세월호는 계속 새롭게 이야기되어야” 조남진 기자 역사소설가 김탁환 작가(55)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를 진행하다가 김관홍 잠수사를 만났다. 세월호 선체에서 희생자들을 찾아 품에 안고 물 밖으로 올라오는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로 장편소설 〈거짓말이다〉를 썼다. 퇴고 도중 김 잠수사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또 다른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엮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랑이어라〉와 소설 〈거짓말이다〉의 제작 과정을 작가의 일기 형식으로 담아낸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를 출간했다. 2018년 메르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살아야겠다〉를 “우리 아들 유학갔다고 말해요” 조남진 기자 김광숙씨(70)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아들 김기웅씨(당시 28세)와 그해 10월 아들과 결혼을 약속한 예비 며느리 정현선씨(당시 28세), 그리고 조카 방현수씨(당시 21세)를 세월호 참사로 잃었다. 지금은 결혼한 딸네 집과 인천 집, 그리고 세월호 일반인추모관을 오가며 살고 있다.“이런 큰 사고가 남한테만 나는 줄 알았지 내 자식한테 올 줄은 몰랐어요. 세월이 흐르면 잊힌다고도 하던데…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는 자식 보고 사니까 그냥 잊어가면서 사는데, 자식이 그렇게 되니깐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시간이 갈수록 새록새록 “끝날 때까지 끝내지 않겠습니다” 박미소 기자 304낭독회는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시민과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모임이다. 2014년 9월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했다. ‘낭독’회에서 참석자들은 참사와 관련된 글을 소리내어 읽고, 귀로 들으며, 세월호를 기억한다. 낭독‘회’는 한 장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집회처럼 이어져왔다. 저마다 조금씩 차이 나는 기억과 감정을 각자의 내면에 가둬두지 않고 타인들에게 풀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기억과 참사, 그리고 안전에 대한 의미를 매번 새로이 정립한다. 낭독회의 오랜 일꾼인 유현아(53)·권창섭( “정면 돌파하는 느낌으로 살아요” 이명익 기자 김예원씨(24)는 단원고에 자원 입학했다. 오빠(김동혁, 2학년 4반)가 받지 못한 졸업장을 대신 받고 싶었다. 참사 희생자의 동생이라는 걸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았기에 오빠와 자신의 학생증을 함께 걸고 시작한 학교생활. 하지만 학교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자신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상처받을 말과 글은 단원고 안에도 있었다. 하지만 오빠의 동생으로서 결심한 단원고 졸업. 스스로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는 않는다.“저는 오빠 졸업장을 대신 받고 싶어서 단원고에 갔어요. 생각보다 학교생활은 힘들었어요. 그 일이 일어난 학교인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