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운 좋게 혼자 떠난 일본 여행에서 2박3일 동안 주로 서점에 머물렀다. 거기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일본어를 몰라 구글 번역 앱을 켜고 책 표지를 찍었다. 그러면 기특하게도 무슨 말인지 금세 알려주어, 밤늦도록 그러고 있었다. 특별히 가고 싶은 곳도 없었고 해가 짧은 데다 늦게까지 문 여는 상점이 거기밖에 없었다. 얼마 전 〈꿈의 서점〉을 읽으며 좀 더 다양한 서점에서 ‘죽 때리고’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전국의 현역 서점 직원 22명이 좀처럼 믿기 힘든 콘셉트의 서점을 소개한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아직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은’ 책방이라는 자신만만함이 인상적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도쿄의 겟쇼쿠 서점에는 ‘죽은 자를 위한 추천도서’ 서비스가 있다. 고인의 장서나 생전에 좋아하던 물건을 보고 살아 있었으면 샀을 법한 신간을 가족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손님들이 읽고 싶은 소설을 주문·제작하는 푹스고엔지, 개인의 방을 서점으로 만든 HOLE, 리어카에서 책을 파는 다마가와 서점, 열차가 서점이 되는 책방열차, 서점 안에 있는 비밀서점, 예약제로 운영되는 서점 등 정말이지 믿기 힘든 서점들이 소개된다.

그중 가장 궁금하지만 절대 방문하고 싶지 않은 서점이 있다. 밤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영업하는 도쿄 신주쿠의 요메이쇼보. 심령 전문 서점으로 어두컴컴한 골목길,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며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다. 여기엔 개인이 찍은 심령 동영상을 팔기도 하고 심령사진만 모아놓은 사진집도 있다. 원래 요릿집이던 가게의 주인장이 목을 매 자살한 흔적도 남아 있다.

‘가지 못하더라도 머릿속으로 풍경을 상상하며 읽어’달라는 편집부의 말을 되새기며 열린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지만 아무래도 좀 이상했다. 마지막 반전에 이르러서야 요메이쇼보에 다녀온 것처럼 소름이 돋는다. 이미 다녀온 기분이라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