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국회에 계류하던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른바 강사법)이 극적으로 합의되었다.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되, 학기당 6학점까지(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그 이상도 가능)로 강의 시수를 제한한 게 핵심이었다.
 

ⓒ박해성 그림

2011년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강사법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강사 80% 이상이 주 6시간 미만으로 강의하는 상황에서 소수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줘 대량 해고나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강사 대량 해고의 빌미가 될 것이라며 강사법 시행에 반대해왔다. 이번에 대학·시간강사 대표, 정부·국회가 추천한 전문가 12명이 참여해 15차례 논의 끝에 개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학문 후속 세대인 대학원 박사 수료생 처지에서 볼 때, 이제 겨우 3년차에 접어드는 새내기 시간강사 처지에서 볼 때 불안한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강사법 합의안에 따르면 시간강사라는 고용형태를 없애고 최대 3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강사’라는 직위를 신설하겠다는 것인데, 6개월짜리 목숨이 3년짜리가 된다고 해서 학술 노동자들의 삶이 본질적으로 나아지리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기존 강의전담교수니 초빙교수니 하는 직위들이 그러했듯, 대학 내 불안정 노동의 양만 늘리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또한 신설되는 강사직에 지원하기 위해선 1~2년씩 강의 경력과 연구 경력이 요구되는데, 시간 강의 자체가 없어진다면 학문 후속 세대는 어떻게 그 경력들을 쌓으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가짜 국제 학술지’처럼 ‘가짜 강의 경력’을 만들어주는 업체와 브로커가 생겨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대학에 따라 시간당 강사료가 적게는 2만원대에서 많게는 8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만약 강사법 개정안이 시행되어 강사들이 매 학기에 6학점씩 강의할 경우, 어떤 대학 소속 강사는 강사료로 주당 약 12만원 받고, 어떤 대학 소속의 강사는 약 48만원을 받게 된다. 일단 강사료부터 현실화해야 하지 않을까.

시간당 5만원을 강사료로 받는 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강사의 강좌를 수십명이 수강한다. 400만원이 넘는 사립대학 등록금을 고려하면, 대학은 강좌당 수천만원씩 등록금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그 강의를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한 강사에게 돌아가는 강사료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비율을 최소 30% 정도로는 맞춰놓고 강사의 생활 안정 운운해야 하지 않을까?  


개정 강사법이 더 많은 ‘앎의 기쁨’ 가져다주기를

현재 대학 강사료에는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이나 과제 채점에 소요되는 시간, 성적을 처리하고 이의 제기를 받는 시간 등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강사를 정말 ‘교원’으로 대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시간당 강사료 제도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임금 책정 방식도 함께 도입해줬으면 한다.

결국 강사법 문제는 ‘한 사회가 지식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지금까지 시간강사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며 대학 교육의 토대를 지탱해왔다. 오로지 정규직 교수 자리만을 바라보며 박봉을 감수하는 시간강사는 극히 일부이다. 대부분의 강사는 연구자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강단에 선다. 강사라는 직업은 연구자의 생애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치게 되는 과정인 것이다. 대학과 학계가 생산해내는 지식이 양질로 유지되려면 생산 주체인 연구자들의 생활이 안정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강사법의 입법 취지 또한 이와 같을 터이다. 부디, 개정된 강사법이 본연의 취지에 맞게 시행되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앎의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기를.

 

기자명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