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6일 히로시마 시 평화기념공원, 원폭 투하 73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추도하는 평화기념식이 열렸다. 올해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의 기념사는 특별했다. 그는 핵무기의 폐해를 언급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환영하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같은 기념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베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감시하는 참의원 외교국방위원회 소속 이노우에 사토시 의원(60·일본공산당)을 만났다. 그는 일본 최대 진보 매체 〈신문 아카하타〉 기자 출신으로 같은 당 우메다 마사루 중의원 의원 비서 등을 거쳐 2001년 참의원 의원이 되었다. 그는 최근 육상 자위대와 군수업체 가와사키 중공업의 관제 담합을 파헤치기도 했다.


ⓒ홍상현 제공이노우에 사토시 의원(위)은 일본의 군사력 증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여전히 군비 확장에만 골몰한다.

일본의 경우 중기 방위력 정비 계획이 5년마다 수립되고, 여기에 맞춰 예산 총액이 결정된다. 방위대강(방위정책의 기본 지침)은 10년마다 정해지는데, 아베 정권은 오히려 이 방위대강을 앞당겨 변경하고 있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개선되어 군비 확장의 구실이 사라지고 있는데도 군사력 증대 정책엔 변함이 없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전쟁 포기를 명시한 평화헌법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을 시도해왔는데, 아베 총리는 오히려 군대를 갖지 못하니 ‘정상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재무장을 도모하고 있다.

침략전쟁에 대한 책임 때문에 평화헌법이 만들어졌는데?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침략’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평화헌법의 제약을 ‘굴욕’이라고 여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과거처럼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로 만들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 군수산업을 발전시키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베 정권 들어 군수산업과 관련해 돈을 버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군수업체의 성장 외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미국산 무기를 도입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무기 구매와 관련한 미국의 요구를 줄곧 수용해왔다. 심지어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일본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에 공헌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미국이 아닌 바로 일본 총리의 국회 발언이다. 전체 방위 예산에서 미국산 무기 구매 비용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연평균 수주 금액에서 계속 정상의 자리를 지키던 미쓰비시도 최근 미국 군수업체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EPA2018년 4월14일 일본 국회 앞에서 시위대가 아베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기반을 고려하면 미쓰비시나 가와사키 중공업 같은 일본 군수업체의 이해관계를 외면하지 못할 것 같다.

일본 군수업체의 반발을 의식한 자민당 방위 부회가 방위비를 이전 수준의 두 배로 늘리는 안을 내놓았다. 미·일 양국의 군수업체 모두를 위해 파이를 키운다는 발상이다. 이를 위해 신설된 부처가 방위장비청이다. 무기 거래의 거점인 동시에 지원과 협력이라는 방위산업체와의 상호작용이 이곳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미국에서 무기를 들여오는 한편 유착을 통해 일본의 방위산업체도 육성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공동개발을 진행하거나 최종 조립을 일본에서 진행한다는 식으로 일본 군수업체를 배려하기도 한다.

참의원은 일본공산당으로 대표되는 선명 야당 소속 의원들과 자민당 내 비주류 파벌 의원 등이 포진하며 나름 효과적인 견제 기능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2016년 7월 자민당이 27년 만에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상황이 힘들어졌다. 참의원은 중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권의 폭주에 제동을 거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한 바 있으나, 지금은 총리에게 덜미가 잡혀 있는 느낌이다. 미미하나마 집권 세력을 견제하던 자민당 내 다른 파벌의 기능도 요즘 사실상 사라졌다. 총리 관저가 지나치게 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공동 여당인 공명당의 말도 듣지 않으며 여차하면 공조를 파기하겠다고 위협까지 한다.

올해 상반기 주변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에 외교력을 집중했다. 반면 아베 정권은 육상 배치형 요격 미사일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 도입 추진 등 군사력 증대에 힘을 쏟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아키타 현과 야마구치 현에 이지스 어쇼어를 배치할 계획이라는데 당초 한 기당 800억 엔이라고 했다. 비용이 점점 불어나더니 이제는 한 기당 3000억 엔, 총 6000억 엔에 이른다고 한다. 이지스 어쇼어를 통해 한반도 전체를 감시할 수 있어야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애초 방어체계로서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된다. 자위대의 장비와 조직을 ‘해외에서 무력행사’라는 목표에 맞춰 실질적으로 개편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 상징적 사건이 일본판 해병대, 바로 수륙기동단의 창설이다. V-22 오스프리 수직 이착륙기, 수륙 양용 장갑차 도입 등도 이와 맞물린다. 해병대는 기동 타격부대다. 이것이 방위와 무슨 상관인가. 난세이(南西) 제도 같은 작은 섬에서는 부대를 운용할 수조차 없으며, 산호초로 뒤덮인 지역에 수륙 양용 장갑차 투입이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국내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훈련도 미군 해병대와 함께 받았다. 지금까지 자위대에서 실시한 훈련과 다르다.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미·일 합동훈련이 실시되었는데 자위대가 전차까지 가져갔다고 한다. 중동의 어느 지역을 상정해 만들어놓은 훈련장에서 주민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를 연기시키려 아랍계 할리우드 배우까지 썼다. 중동 지역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질 경우 자위대가 함께 반격하는 상황을 상정한 것이다. 오직 방위를 위해서만 무력을 사용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와 전혀 무관하다. 중국을 의식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자위대 내부에서 반발은 없나?

미국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장비도, 훈련도, 부대도 바꿔가다 보니 자국의 방위와는 무관한 전쟁터에 보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위대에 들어가지 않는 방위대학 졸업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베 정권은 대학의 연구기관까지 군사 분야 연구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연임이 확실시된다. 촛불시위 등으로 고조된 아베 총리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수그러들지 않아 시민·야당 연대의 구실이 상당히 중요한 국면이다.

자민당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야당의 연대가 견고해야 한다. 야당이 자민당을 대체할 수 있다는 신뢰를 받기 위해 의정활동이나 법안의 공동 발의, 정책 연대도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이번 국회에서 개헌 발언을 하려던 아베 총리를 저지하기도 했다. 큰 틀에서 보면 아베 정권으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야당의 존립 기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한다. 내년에 있을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역량을 결집해갈 생각이다.

기자명 도쿄·홍상현 (〈게이자이〉 한국 특파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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