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종씨(59)는 얼마 전 자신이 운영하는 할랄 식당 앞에서 택시를 탔다가 질문을 받았다. “괜찮으세요?” 식당에 무슬림이 많이 올 텐데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무슬림(이슬람교도) 학생은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히잡을 잡아채이기도 했다. “더운데 왜 이런 걸 쓰고 다니냐”는 시비였다. 유씨는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몇 년 새 국내에도 무슬림이 늘어나면서 곳곳에 기도실이 생기고 할랄 음식점도 늘었다. 그러나 제주 예멘 난민을 둘러싼 여론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무슬림을 쉽게 ‘테러’와 연관 짓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유씨가 서울 이태원에 국내 제1호 할랄 한식당 ‘이드’를 창업한 때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들 현일씨 덕분이었다. 어려서부터 이슬람 문화에 관심이 많아 대학 전공을 아랍어과로 선택한 현일씨는 1학년 때 무슬림이 됐다. “솔직히 ‘왜 하필 이슬람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죠. 한국에서 이슬람은 낯설잖아요.” 아들은 무슬림 친구들을 집으로 자주 데려왔다. 하지만 음식을 나눠 먹을 수가 없었다. 이슬람 율법에 의해 허용된 할랄 음식을 먹어야 하는 학생들은 할랄 닭고기를 싸들고 와서 직접 요리를 해먹었다. 유씨는 그때 한국 사회에서 무슬림의 어려움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할랄 음식점을 열기로 결심한 것은 아들이 말레이시아로 유학을 간 이후다. 아들을 타지로 유학 보낸 후, 한국에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무슬림 학생들이 ‘자식처럼’ 느껴졌다. 무슬림 학생들은 밖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다. 무슬림 관광객은 늘어난다는데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할랄 식당도 당시에는 없었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을 팔아보기로 했다. 첫 메뉴는 불고기, 비빔밥, 삼계탕이었다. 이후 무슬림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메뉴에 돼지고기 대신 참치가 든 김치찌개와 할랄 닭볶음탕을 추가했다. ‘이드’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의 공식 인증을 받은 식당이다(사진). 식당 이름은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둘-피트리’에서 따왔다. 이둘-피트리는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날을 기념해 성대한 음식을 장만해 나눠 먹는 날이다.
가톨릭 신자였던 유씨 역시 아들 어깨너머로 알게 된 이슬람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었다. 무슬림이 된 후 일상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식당이 바빠도 하루 다섯 번의 기도나 금요일마다 있는 합동예배를 빼먹지 않으려 애쓴다. 식당 안쪽 방은 쉬는 공간 겸 기도실로 운영되고 있다. 유씨의 바뀐 일상이 말해주듯, 이슬람은 종교이기 이전에 문화다. “무슬림에게 마음을 열고 먼저 그 문화를 알아가려는 태도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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