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교유서가 펴냄

“아우구스투스…… 그래, 마음에 드네. 아주 좋아.”

로마 역사를 다룬 수많은 소설 가운데 ‘지존’은?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로마 공화정 말기에서 아우구스투스 황제 집권까지 무려 130여 년의 세월 동안 주연급만 수십명에 달하는 규모의 캐릭터들이 협력하고 투쟁하며 비장한 말로를 맞는다. 로마 공화정까지 상세하게 서술되었다. 꼼꼼히 읽을수록
더 재미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제7부이자 대단원이 바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다. 카이사르 암살 이후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 사이의 10여 년에 걸친 패권 대결이 큰 줄거리다. 안토니우스가 옥타비아누스에 대항할 수 있었던 물리적 근거이자 연인이었던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콜린 매컬로의 묘사도 매우 흥미롭다.


박완서의 말
박완서 지음, 마음산책 펴냄

“억지로 주의를 붙이자면 난 그냥 자유민주주의자예요. 개인주의자고, 그냥 소박한 민주주의 개념 있잖습니까?”

나이 마흔, 〈나목〉으로 등단해 40여 년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온 소설가 박완서의 생전 인터뷰를 그의 맏딸 호원숙 작가가 묶었다. 1990년부터 1998년까지 고정희 시인, 권영민 문학평론가, 피천득 시인 등과 나눈 대담의 시작은 공교롭게도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고 난 이후다. 스스로 ‘감정적으로 독립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자기 고백으로 ‘작가의 말’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부터 딸에게 신여성이 되길 당부한 교육열 높은 어머니의 일화를 비롯해 안목과 체험, 구상이 어떻게 소설 쓰는 태도가 되는지 등 시종일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음산책 출판사가 기획한 ‘말 시리즈’ 열 번째 책이다. 작가의 말이 그의 소설처럼 잘 읽힌다.


스케일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펴냄

“크기가 두 배로 늘 때마다 에너지 25%가 절약된다.”

인간의 수명은 왜 기껏해야 120년인가? 계속 에너지를 공급해주는데도 왜 우리는 결국 죽는가? 왜 생명은 반드시 죽는데 도시는 웬만해선 죽지 않을까? 지구는 언제까지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보편 이론이 가능할까?
복잡계 과학을 개척한 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 교수가 자신의 25년 연구를 집대성한 책. 그는 우리의 몸, 도시, 기업을 포함해 복잡한 체계들의 근본적인 단순성을 찾아냈다. 그가 ‘스케일링 법칙’이라고 부르는, 생물의 크기 변화에서 발견되는 규모의 법칙이다. 그것이 도시와 기업 같은 인간의 창조물에도 폭넓게 적용되는 일반 법칙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연과 인공물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일 이론을 전개한다. 스케일이 굉장하다.


몸은 사회를 기록한다
시민건강연구소 지음, 낮은산 펴냄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틀어진 삶의 계획은 어떤 식으로든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목차를 훑다가 ‘함께 극복하는 재난의 공동체’라는 제목이 눈에 밟혀 순서를 어기고 212쪽으로 질러갔다. 라오스 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 뉴스가 떠오른 탓이었다. 관련 기사를 접할수록 전형적인 사회적 재난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경제 원조의 외피를 쓴 ‘세련된 침략’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재난은 불평등을 드러내고, 특히나 빈곤하고 취약한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예방의학·보건학·사회학 등을 전공한 이들이 모인 독립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들이 〈프레시안〉에 연재한 건강 불평등에 관한 글을 모았다. 일반 독자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최신 연구 결과와 논문을 현안과 엮어 읽기 편하게 풀어냈다. 그 자체로 ‘대한민국 건강 보고서’다.


전쟁의 재발견
마이클 스티븐슨 지음, 조행복 옮김, 교양인 펴냄

“오직 전투를 경험한 자들만이 그 선을 넘을 수 있다.”

이 책은 전쟁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전사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환한 역사가와 문학가들은 전쟁의 승리를 칭송하지 않고 전투 중 병사들이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지 전한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 의해 무겁고 무서운 진실이 복원된다.
“전쟁은 연이은 전투이며, 전투는 개별 인간들이 얼마나 죽이고 죽었는지를 기록한 장부이다
(빅터 데이비드 핸슨).” “모든 것이 최악으로 돌아가는 전쟁에 관해 읽을 때는, 평시의 고통은 하찮고 털끝만큼의 가치도
없음을 기억하며 읽어야 한다(기 사예르).” “나는 전투 중의 죽음을 최대한 정직하게 그리고 나의 ‘부족한 능력’이 허용하는 한에서, 그 복잡성을 최대한 감안해 묘사하려 했다(마이클 스티븐슨).”


블록체인 혁명
돈 탭스콧·알렉스 탭스콧 지음, 박지훈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3차 산업혁명의 근간에 인터넷이 있었듯 4차 산업혁명의 근간에는 블록체인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줄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사용하는 블록체인은 ‘분산’되어 전 세계에 퍼진 개인용 컴퓨터에서 작동한다. 해킹에 노출되는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강력한 암호로 보호되고 있어 보안이 더욱 완벽하다. 이 디지털 원장에 거의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 출생증명서, 등기부등본, 금융계좌, 보험 청구, 투표, 식품 원산지 표시 등 코드화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월드 와이드 웹’을 닮은 ‘월드 와이드 원장’이자 또 다른 복식부기라 할 수 있다. 복식부기의 발명이 자본주의와 국민국가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다면, 블록체인은 또 다른 경제체제와 국가체제를 불러올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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