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2018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좀도둑질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아빠(릴리 프랭키)였다. 그날도 아들(조 가이리)과 함께 온 가족의 일용할 양식을 훔쳐 돌아오는 길, 추위에 떨고 있는 한 여자아이(사사키 미유)를 보았다.

2.
너무 가여워 보여서 집으로 데려왔다. 너무 배고파 보여서 밥을 먹였다. 너무 졸려 보여서 잠을 재웠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렇게 아이는 이 가족에 스며들어 막내가 되었다.

3.
말하자면 ‘구조’였지만 따지고 보면 ‘유괴’였다. 하지만 엄마(안도 사쿠라)는 유괴가 아니라고 우긴다. 더 나쁜 환경에서 덜 나쁜 환경으로 아이를 옮긴 거니까 잘한 일이라고 믿는다.

4.
하지만 곧 닥쳐오는 위기.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쫓는 경찰 때문에 그들의 오붓한 동거가 위협받는다. 남들 눈엔 이상하게만 보이는 이 가족의 수상한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는데…

5.
14년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당신은 영화의 등장인물을 도덕적으로 심판하지 않는다” 많은 기자와 평론가들이 지적한 말이다.

6.
감독의 대답은 이랬다. “영화는 남을 심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감독은 신도 판사도 아니다. 악인을 설정하는 것으로 이야기(세계)는 알기 쉬워질지 모르지만, 반대로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자신의 문제로 일상에까지 끌고 들어가도록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7.
“아빠는 이제 아저씨로 돌아갈게”라고 말하는 배우 릴리 프랭키의 좁은 등이, 우리의 안쓰러운 시선을 짊어진 채 휘청거린다.

8.
“(결점을 가진 인간들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는 감독의 오랜 열망이 또 한 번 멋지게 실현된 영화.

9.
남몰래 혼자만 간직하고 싶다가도, 이 좋은 걸 나만 알고 있기 미안해서 또 얼른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어지는, 바로 그런 영화. 〈어느 가족〉 - 김세윤(영화 애호가)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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