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도 여전히 자녀 체벌과 같은 가정 내 아동학대가 벌어지나?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스웨덴 사회에는 이 문제에 대한 ‘거대한 침묵’이 존재한다. 체벌금지법이 있지만, 혹은 그 법이 있기 때문에 가정 내 폭력에 관한 질문은 너무 큰 금기(터부)가 되어버렸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때리면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마. 이건 불법이니까 알려지면 우리를 격리시킬 거야”라고 아이들 입을 막는다.
체벌금지법이 없다면 나을까?그건 아니다. 여전히 체벌을 금지하는 법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아이들의 고립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사회가 개인화·핵가족화하면서 가족도 점점 작은 단위로 축소되고 외부와 단절되고 있다. 열리지 않고 간섭하지 않으니 부모와 아이만 남아 고립된다.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모른다.
고립도 아동학대인가?
물리적 폭력이 없어도 아이를 바깥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두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 아이가 바깥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부모 외 누군가 한 명은 아이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스웨덴은 짧은 시간 안에 가정폭력이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와 손자 손녀 세대의 삶은 꽤 다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윗세대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다. 에이니의 할머니가 미혼모로서 겪은 문제, 에이니의 아버지가 겪은 폭력이 가정 내 트라우마가 되어 후손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준다. 우리 스스로 쉽게 알아채지 못하지만 분명히 구세대의 유산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
그런 유산을 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녀 체벌에 관해 금기시하지 않고 입을 열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도 그동안 숨기고 있다가 이 작품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서 내 경험을 얘기할 때 치유가 되고 힘을 얻었다. 폭력의 피해자든 가해자든,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도움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왜 아이가 맞지 않아야 할까?
아이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의 갈등, 자연 파괴, 전쟁…. 세상의 모든 폭력을 끊을 수 있는 다음 세대가 바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의 권리를 높이는 것이 곧 다른 모든 사람과 생명체의 권리를 높이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이 먼저 폭력을 겪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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