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5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0차 공판
다스의 미국 소송과 관련된 증거조사가 계속됐다. 검찰은 다스가 BBK 투자금 140억원을 김경준씨한테서 돌려받는 과정에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공무원들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피고인의 세 딸이 방청석 앞줄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그림 우연식7월10일 열린 재판 휴정시간에 검찰과 이명박 피고인의 변호인 강훈 변호사(가운데)가 논의하고 있다.

 


판사:다스 미국 소송 관련 3차 서증조사에 들어가겠다.

검찰: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박○○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다. “2009년, 김경준의 스위스 계좌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동결이 해제될 거라는 걱정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향후 집행할 재산(다스가 돌려받아야 하는 투자금)이 없어질 것을 우려해 한국 정부 차원에서 동결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업무를 양○○ 법무비서관이 맡았다.”

다음은 제승완 전 청와대 총무2비서관의 진술이다(제승완은 이명박 피고인이 대통령에서 퇴임한 이후 계획이 담긴 ‘Post Presidency Plan’, 일명 PPP 기획안을 작성했다). 제승완은 처음 조사를 받을 때는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혼자 PPP 기획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라고 진술했으나, 다음 조사에서 “제가 김백준 기획관과 함께 보고한 게 기억난다”라고 정정했다. 구체적 경위에 대해서는 “MB스쿨을 설립하는 방안이 있었는데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라고 진술했다.

변호인:제승완이 작성했다는 PPP 문건에는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커다란 정치적 위기를 겪을 만한 내용이 많다. 삼성으로부터 소송비 대납을 받는 부분도 있고, 아들(이시형)의 생계를 위해 다스 주식을 증여받는 계획도 있다. 만일 진짜 이런 아이디어를 보고한다면 서면으로 만들 리가 없다. 보고 자체도 기획관과 행정관이 같이 들어가서 하지 않을 거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당장 아주 크게 혼이 나고 문책을 당했을 것이다(변호인은 PPP 문건의 버전이 두 개이며, 이명박 피고인이 보고받은 문건은 위와 같은 내용이 없는 버전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이건 주 LA 총영사관에서 제공받은 자료이다. 김재수 전 LA 총영사가 재직할 당시 공식 활동보고 자료이다. 여기에는 다스 미국 소송 관련 업무를 기재하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법정 내 스크린에 다른 화면을 띄우며) 지금 보시는 자료는 공관장 수첩이다. 김재수 전 영사의 비서가 관리한 일정 수첩이다. 공식적인 활동보고와 달리 다스의 미국 소송 관련 업무가 기재돼 있다. 김재수는 정치에 뜻이 있어서 (이명박 피고인이 당선된) 대선 때부터 다스 미국 소송에 관여해왔다. 미국 소송 관련 검토를 했고 김경준이 대선 전 국내에 송환되지 않도록 지연시키려 했다.

다음으로 이명박 피고인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제시하겠다. “미국 소송 관련해 다스를 지원하라고 공무원들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 요즘 말이 나오고 시끄러워서 확인해보니 그게 친인척 업무라 민정비서실에서 파악한 게 아닌가 싶다. 김경준 재산 동결이나, 에리카 김 범죄인 인도 청구 검토 등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모른다. 그런 검토를 했다면 김백준을 통해서 보고했을 텐데 그런 기억은 없다.” 피고인은 미국 소송과 관련해 보고받은 사실, 지시한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다수의 증거를 통해 피고인이 대통령 재임 기간을 포함해 장기간에 걸쳐 미국 소송을 보고받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된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 공무원들이 친인척 관리 차원으로 설명되지 않을 만큼 깊이 관여한 사실도 확인된다.

그런데 이명박 피고인의 변호인은 “김백준 기획관은 LKe뱅크 소송 수탁인으로서 당연히 이명박 피고인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야 한다. 공무원이 관여한 것도 다 적법이다”라고 주장한다. LKe뱅크 소송을 말하는데 2008년 4월에 모두 취하돼 종결됐다(LKe뱅크는 이명박 피고인이 김경준씨와 동업해 만든 종합금융회사다. 김경준씨를 상대로 한 미국 소송에서 다스와 공동으로 대응했다).

변호인: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 참···. LKe뱅크가 소송을 취하한 다음에는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하는가? 김백준은 소송 수탁자로서 돈을 받아 대통령에게 돌려줘야 하는 처지다. 현재 소송 당사자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김백준 처지에서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 (검찰은 다스 소송에 공무원이 동원됐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는데) 개인적인 일을 자신의 부하 직원에게 처리하게 한다고 해서 직권남용은 아니다.

■ 7월10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1차 공판

삼성이 등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명박 피고인과 다스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아킨 검프(Akin Gump)’에 67억7400억원을 송금했다. 미국의 대형 로펌인 아킨 검프는 2007년 10월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했다. 검찰은 이를 뇌물로 본다. 변호인은 프레젠테이션 162쪽 분량을 준비해 이명박 피고인이 삼성의 대납 사실을 몰랐다고 반박했다. 5월23일 첫 재판에서 “사면 대가로 삼성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다”라고 했던 이명박 피고인은 이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판사:삼성 뇌물 사건 서증조사를 시작하겠다.

검찰: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다. “PPP 기획안을 본 적 있다. 거기에 ‘다스는 (김경준과 140억원 반환) 합의를 이끌어낸 로펌 아킨 검프에 별도의 수임료를 내지 않은 만큼 VIP로 인해 이득을 봤다’는 문구가 있었다. 아킨 검프가 (BBK 투자금 반환소송) 항소심에 투입됐고, 김석한 변호사(아킨 검프 소속)가 일단 무료로 맡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사실 (김석한은) 미국과 한국 사이를 중개하는 로비스트였고, 이명박이 당선 유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선되면 삼성·현대차 미국 소송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밀어달라고 부탁했다.”

김백준은 또 이렇게 진술했다. “2008년 3월에서 4월경, 김석한 변호사가 찾아온 적 있다. 김석한이 오면 김희중 제1부속실장 등에게 ‘누구 모시고 간다’라고 한 뒤 대통령을 접견했다. 김석한이 이학수 실장(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는데 ‘이 실장이 대통령을 잘 모시고 싶고 돈도 넉넉히 지원하고 싶다고 한다’라며 이 부회장 말을 전했다. 대통령은 이 말을 전해 듣고 미소를 지었다.”

변호인:‘밝은 미소’, 공소장에도 나오는 말이다(공소장에는 삼성의 제안에 ‘피고인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불법 자금을 제공받는 방안을 승인했다’라고 쓰여 있다). 김석한 변호사는 이명박 피고인이 대통령 후보이던 2007년에 무료 소송을 제안했다. 무료로 변론을 해줄 테니 현대, 삼성 사건을 밀어달라고 했다. 2008년 3~4월경, 김석한은 갑자기 무료 소송을 못하겠으니까 삼성에게 소송비를 받아야겠다고 했고, “돈을 지원하고 싶다”라는 이학수의 말을 전해 듣고 이명박 피고인이 밝게 미소를 지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무료 소송이라고 하다가, 갑자기 제3자가 대납해준다고 하면 그때 기분은 어떨까? 쉽게 말해 검사 친구가 술을 사준다고 해서 실컷 먹고 있는데 ‘사실은 이거 조폭 형님이 내준 거다’라고 하면 그때 기분은 ‘화가 난다’일까, ‘기쁘다’일까. 김석한의 무료 변론이 아니라, 삼성의 대납이라면 감사 인사로 이건희 회장 사면, 금산분리 해지, X-파일 해결 등을 해줘야 하는데 무엇이 즐거워서 밝게 웃었겠나?

검찰:김백준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2008년 4~6월경 이학수 실장이 대통령을 찾아왔다. 청와대 본관 2층 소접견실에서 기다리자 잠시 후 대통령이 와서 악수한 후 얘기를 나눴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삼성의 전반적인 입장을 설명하고 앞으로 잘 모시겠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김백준은 4회 검찰 조사에서는 이렇게 진술했다. “김석한이 ‘이학수 실장이 MB에게 캐시를 지급하고 싶은데 재임 중에 국내에서 지급할 경우 위험하니 퇴임까지 안전하게 미국에서 잘 쌓아두고 관리해주겠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변호인:이학수 실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는 건 김백준과 김희중 진술이다. 이학수는 방문하지 않았다고 하고, 청와대 출입 기록에도 없다. 검찰은 관용차를 보내서 들어오면 보안 손님으로 몰래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김희중은 당시 김백준 기획관이 이학수 실장을 모시고 본관 2층 접견실로 간 걸 목격했다고 한다. 핵심은 ‘2층 소접견실’이다. 이학수가 청와대를 방문한 건 2008년 집권 초기이다. 그런데 청와대 본관 2층 소접견실은 2010년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검찰:김석한 변호사가 피고인에게 보낸 2009년 4월20일자 서한이다. 내용 요지는 이렇다. “대통령을 오랜만에 다시 뵈어서 영광이었다. 만나는 시간을 많이 할애해주셔서 감사하다. 한국에 중요한 사항이 있을 때 워싱턴의 시각을 김백준 수석(기획관)에게 전달하겠다. 대통령이 지시하신 몇 가지 사항은 금주 말경에 보낼 계획이다.” 피고인은 김석한을 임기 초에 한 번 본 게 전부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피고인이 김석한 변호사를 직접 만나서 지시하고 김석한은 이를 이행하고 보고하는 단계였음을 알 수 있다.

변호인:김석한의 편지를 보면 “오랜만에 얼굴을 뵙습니다”라고 돼 있다. 한 달이나 두 달 전에 만난 사람에게 오랜만이라고 하지 않는다. 1~2년 만에 보는 사람이라야 그렇게 말한다.

검찰: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수서이다. 다스 법률 비용 등을 지원해 뇌물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한다. “아킨 검프의 김석한씨는 1990년대부터 미국 내에서 삼성의 법률 관계인으로 일을 많이 해줘서 업무 관계로 내왕하던 사이다. 김석한의 부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법률 문제 소요 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납부했다. 2008년 초반인지 하반기인지 김석한이 한국에 들어와서 당시 삼성전자 고문으로 있던 나를 찾아왔다. 김석한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백준 총무기획관을 청와대에서 만나고 왔다면서 ‘미국 소송을 아킨 검프에서 대리하게 됐다. 비용이 많이 드는데 청와대에서 마련할 수도 없고, 정부가 지급도 못하고, 삼성에서 내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고 청와대에서도 고마워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백준 기획관도 삼성에서 해주면 고맙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당시 김석한이 다스 소송비용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해서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청와대 관련 미국 법률 서비스 비용으로 기억한다.”

즉 삼성이 최초로 아킨 검프에 준 비용은 다스 소송으로 특정한 건 아니고 피고인에 대한 현금 지원이었다. 이학수는 또 자수서에서 “나랏일을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희 회장님에게 보고했더니 청와대 요청이면 그렇게 하라고 해서 김석한에게 소송비용을 대신 부담하겠다고 했다. 그 뒤 실무 책임자에게 ‘김석한 변호사가 법률 비용을 청구하면 너무 박하게 하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했다. 삼성전자 본사에서 직접 고문료 형태로 지급하다 미국 법인에서 별도로 지급하기도 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여러 가지로 회사 측에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한 건 사실이다. 삼성이 (이건희) 회장님 사면을 위해 노력한 분위기는 당연히 청와대에도 전달됐을 것이다. 지난 1월 건강 문제로 미국에 갔다가 언론을 통해 금번 의혹을 알게 됐다.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 잘못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법적 책임을 감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조기 귀국했다. 당시엔 회사와 회장님을 위한 거라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이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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