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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운명이다〉 〈북한 경제의 이해〉…. 연구실 벽을 장식한 책 제목이 친숙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의 한 연구실에 한국어 서적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한국학과 가브리엘 욘손 교수(56)의 연구실이다. 서울에서 온 한국 기자와 인사를 나눈 욘손 교수는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죠.” 냉철한 분석은 모두 능숙한 한국어로 이루어졌다.

욘손 교수와 한국의 인연은 그가 고등학생이던 1970년대 말 한 한국 고등학생과 펜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고등학교 졸업 논문도 부마 항쟁 등 한국의 정치적 격변을 조사해 썼다. 한국의 경제 발전을 연구하고 싶어 대학에서 경제학을 선택했고, 1983년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그의 학창 시절 꿈은 현실이 되었다. 한국의 경제 발전상을 거쳐 그의 한국 연구는 한국의 정치, 남북관계로까지 이어졌다. 분단 상황에서 이뤄진 남북의 사회·문화 교류를 고찰하고 중립국 감시위원회와 군사정전위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연구했다. 한국 유엔 가입의 성과, 한국의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 등도 가브리엘 욘손 교수가 들여다본 주제다.

한국의 사회 발전상을 지켜봐온 스웨덴 학자의 눈에 가장 인상적이고 안타까운 한국인의 특성이 있다. 바로 지나친 교육열과 ‘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숭배 문화다. 객원연구원 등으로 한국에 머무를 때 접한 그 문화는 살면서 겪은 ‘전무후무한 일’이란다. “한국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앵무새처럼 서울대가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한국 사람들은 교육열과 대학 서열이 행동과 사고방식에 너무 큰 영향을 미쳐서 인생관이 너무 좁아 보였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물었다.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한국은 많은 노력을 하는데 왜 서울대 같은 특정 대학 권력 분산을 위한 노력은 없는 겁니까?”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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