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산업만큼 비주류가 주류를 압박하는 형국도 보기 드문 것 같다. 크래프트 맥주 혁명 이후 개성과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음주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술은 취하기 위한 음료나 사회생활의 수단이 아니라 음미하는 기호 식품이자 라이프스타일로 격상했다. 그래서 ‘혼술’ ‘홈바’ 문화 확산과 잔술 판매 보편화를 취향의 다양화, 문화 탐닉의 즐거움으로 보는 시각이 생겨났다.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새로이 주목받은 주종이 바로 칵테일이다.

〈칵테일의 모든 것〉
데이비드 원드리치·데이비드 그레인저 지음, 정지호 옮김, 벤치워머스 펴냄

지금 여기서 말하는 칵테일은 1990년대 말 뉴욕에서 시작한 이른바 크래프트 칵테일 혁명이라 불리는 우산 아래서 복원된 정통 칵테일을 뜻한다. ‘준벅’이나 ‘블루하와이’ 같은 알록달록한 색상과 강렬한 이름을 가진 디스코텍 시대에 탄생한 칵테일이나, 제조가 쉽고 간단한 ‘잭콕’ ‘블랙 러시안’ 등과는 거리가 멀고, 묘기를 보여주는 웨스턴 콘셉트 바나 모던바로 통칭되는 토킹바나 섹시바는 아예 논외로 둔다.

크래프트 칵테일 혁명이란 칵테일의 싸구려 이미지를 벗겨내고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춘 바텐더가 최대한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재료로 정성을 들여 만드는, 골드 에이지 시대(1860~1919)의 ‘완벽한 한잔’으로 되돌리자는 라이프스타일 운동이다. 이런 흐름은 곧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져 요식업계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3년간 칵테일 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칵테일 문화는 새로운 음주 문화로 자리 잡았다.

〈칵테일의 모든 것〉은 이런 시대적 문화적 변화 속에서 기획된 도서다. 칵테일 혁명을 이끈 데이비드 원드리치와 〈에스콰이어〉 지가 함께 엮은 레시피북이자 칵테일에 관한 제조기술, 지식과 문화를 알려주는 안내서다.

오늘날 우주의 모든 것이 살짝 더 견딜 만해지는 음주 생활을 위한 최신 지침이 빼곡하니 펼쳐보길 권한다.

기자명 김교석 (벤치워머스 편집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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