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씨의 말 1, 2
사노 요코 지음, 기타무라 유카 그림, 김수현 옮김, 민음사 펴냄


“한두 가지 특별한 재능이야 없으면 뭐 어떻겠니. 서너 가지 평범함에 따라갈 수 있으면 되지.”


사노 요코의 에세이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무심하거나 까칠한 것 같으면서도, 일순간 깨달음을 주는 그의 어록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이번에는 그가 생전에 발표했던 글을 엄선해 그림을 얹었다. 대사가 조금 긴 만화책을 읽는 느낌이다.
그중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목 하나. 사노 요코가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수영장에 갔다가 무언가 깨닫는다. 유난히 재능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걸. 그는 자신의 영어 공부를 생각했다. 10년간 정규 교육으로 영어를 공부했고 많은 영어 교사에게 배웠던 그는 “나도 다소 노력을 했다. 하지만 나는 유난히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나 보다”라고 말하고 비로소 영어 공부를 포기한다. 재능 없는 데 집착하지 말라는 충고는 활용할 구석이 많다.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이수희 지음, 부키 펴냄

“심사숙고 후 선택한, 아이 없는 삶도 이해와 지지를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아이 없는 삶’에 들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일찌감치 아이 없이 살기로 선택한 이들도 있고 상황에 따라 포기한 경우도 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회의를 품은 이들을 비롯해 각종 사회 경제적 여건 때문에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선택에 대해 세상은 한없이 무례하다. 이기적이라고 손쉽게 비난하거나 나이 들어 어쩔 거냐며 애정 없는 오지랖을 부린다.
결혼과 출산, 모성을 강요하는 세상이지만 대체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사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적어도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았다. 저자 역시 숙고한 끝에 아이 없는 삶을 선택했다. 그는 출산이 선택의 문제이고 개인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꿈꾼다.


정의가 희망인 이유
김인회 지음, 굿플러스북 펴냄

“한번 발생한 불법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법조인 김인회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로스쿨 교수이자 변호사로 활동하며, 참여정부 인사가 주축이 된 싱크탱크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현장과 연구 두 축을 놓지 않은 그는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책을 펴냈다. 〈문제는 검찰이다〉 〈시민의 광장으로 내려온 법정〉 〈형사소송법〉과 같은 법 관련 전문서와 대중서를 골고루 냈다.
이번에는 칼럼 모음집이다. “발표된 글을 다시 묶어서 내는 것이 약간 염치없는 일”이라고 저자 스스로 말하지만, 여전히 시의성 있고 생각해볼 이슈를 다뤘다. 꼭 알아야 할 과거사, 검찰 개혁과 법조 윤리 등 전공인 법조, 그중에서도 검찰·법원 비판에 날을 세웠다. 그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인권, 정치 개혁에 대한 글도 담았다.


중동신화여행
김헌선 외 지음, 아시아 펴냄

“문자를 포함한 그 모든 기록을 통해 인류 최초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행.”

우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배웠다. ‘인류 최초의 도시’를 비롯해 최초라는 수식어를 두루 휩쓴 곳이다. 하지만 가장 단절된 문명이기도 하다. 그 후손들도 해독하지 못한 이들의 문자를 이방인이 해독해낸 것은 근대의 일이다. 신화학자 일곱 명이 그들의 신화를 통해 우리를 이 낯선 곳으로 안내한다. 술탄과 칼리파부터 저 멀리 북구의 토르와 오딘까지, 종횡무진이다. 가장 낯선 중동 신화를 축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 전통 신화와 전설과 민담으로 살을 붙인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설명하고 인간의 고난을 해명하려는 기본 욕망은 같았다며 신화들 사이의 관계를 규명해준다. 그 덕분에 신과 영웅의 좌표를 읽을 수 있다. 신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베르톨트 브레히트 외 지음, 김남주 옮김, 푸른숲 펴냄

“우리들은 여기 지상에서 하늘나라를 세우리라.”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속삭인다. 그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심지어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 (빗방울)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 때문이다. ‘80년대’의 대표적 저항 시인 고 김남주 시인이 특유의 강렬한 언어와 전투적 서정성으로 옮긴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남주는 자신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하이네, 브레히트, 아라공, 마야콥스키 등 해외 저항 시인들의 시를 몰래 번역했다. 번역 원고는 교도관들의 도움으로 밀반출되어 1988년에 ‘옥중 출간’되었다. 이 책은 당시의 번역본을 재구성한 특별 한정판이다.


현대 영화이론의 모든 것
위르겐 펠릭스 지음, 이준서 옮김, 앨피 펴냄

“관람자는 상상의 포로가 되며 이론가는 이러한 상상을 파괴해야만 한다.”

영화를 바라보는 9가지 이론을 소개한 영화이론 개론서이자 본격적인 현대 영화이론서. 미국과 프랑스 문헌을 중심으로 국내에 소개된 영화이론의 한계를 극복할 균형 잡힌 분류와 진지한 고찰, 이론적 실천을 두루 담고 있다.
‘할리우드’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영화계에서 영화이론 또한 유사한 형세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을 제3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자국의 학문적 기여들을 반영하고 있다. 각 이론에 대한 설명 뒤에 그 이론을 적용한 영화 분석을 직접 시연해준다는 점도 또 다른 미덕이다. 분석 대상이 되는 영화들도 매우 흥미롭고 적절하며 쉽게 구할 수 있다. 해당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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