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27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107차 공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가 박근혜 피고인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박 피고인은 이날도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18개 혐의를 받는 박근혜 피고인에게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오른쪽 표 참조). 방청객 사이에 소란이 일었다. 국선변호인 5명이 4시간 동안 릴레이 변론을 이어갔다. 1심 선고는 4월6일 내려질 예정이다.

ⓒ그림 우연식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하자 방청객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검찰·특검 의견 진술 및 구형

검찰:피고인에게 준엄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첫째, 피고인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비선 실세의 이익을 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 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 그 결과 피고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둘째, 피고인은 국민이 아니라 재벌과 유착되었다. 국내 최고 정치 권력자인 피고인이 매년 안가(安家)라는 밀실에서 은밀하게 경제 권력자들을 일대일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자신과 최순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에게 경영권과 직결되는 현안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장면은 피고인 스스로 ‘서로 윈윈하는 자리였다’라고 표현한 바와 같이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이다.

셋째, 피고인은 민간 기업을 자신과 최순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전유물로 전락시켜 헌법상 보장된 기업 경영의 자유, 기업의 재산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는 정작 계약을 체결할 충분한 자질을 갖춘 중소기업과 기업의 후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희생시켰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경제 한파와 고령화로 인한 청년 실업 문제와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과 그들의 부모들로 하여금 뼛속 깊이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우리 사회가 불법과 반칙이 통하는 사회, 돈과 권력을 가진 특권층만이 성공하고 군림할 수 있는 사회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었고, 정부 정책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국가 발전을 위한 토대이자 소중한 사회적 자본인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라는 가치를 무너뜨렸다.

넷째, 피고인은 자신과 정부에 동조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블랙과 화이트로 편을 가름으로써 문화예술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위축시켰다. 자신의 불법적인 지시를 이행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고위 공무원을 사직시키는 등 사회적 혼란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은 최순실의 국정 개입에 대한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이를 부인했다. 오히려 그러한 의혹 제기를 실체가 없는 국기 문란 행위, 정치 공세라고 비난하면서 온 국민을 기만했다. 검찰과 특별검사의 대면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회피했고, 청와대 압수수색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으며,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헌법재판소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주요 국정 농단 사건의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일체의 출석을 거부했다. 지난해 10월16일 재판부에서 새롭게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더 이상 법원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을 끝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2016년 7월 국정 농단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래로 약 20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인 적이 없었다.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 농단의 진상을 호도하고 실체 진실을 왜곡하면서, 검찰과 특별검사는 물론 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다.

피고인에 대한 구형 의견을 밝히겠다. 피고인은 국정 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다. 비선 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다. 국민들은 반칙과 특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규칙을 끝까지 준수하면서 실력으로 성공한 사람이 존경받고,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국민의 사상과 문화적 성향에까지 관여하는 나라가 아니라,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가운데 어떠한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꿈꿔왔다. 피고인은 국민들의 이와 같은 간절한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이나 사과할 의지가 없다는 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인 점, 피고인이 최순실과 함께 취득한 이익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점,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인한 책임을 전적으로 최순실과 측근들에게 전가한 점, 준엄한 사법부의 심판을 통해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영해 피고인에게 징역 30년, 벌금 1185억원을 선고해주시기 바란다(방청객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와 법원 직원이 제지했다. 한 방청객은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고함치며 법정을 나갔고, 다른 방청객은 울음을 터뜨렸다).


박근혜 변호인 측 최후 변론

박근혜 변호인:(무지개 사진을 제시하며) 통상 무지개를 그릴 때 빨주노초파남보로 그리지만 실제로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빨간 부분만 처벌해야지 붉은 기운이 있다고 처벌하면 안 된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지개와 같다. 경계가 모호하다. 분명한 협박과 두려움 때문에 (재단 출연) 의사 결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본다. 강요도 뇌물도 아니다. 민관 협력, 나쁘게 보면 정경유착의 사례라 할 것이다. 정경유착이라 해도 강요나 뇌물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해당해야 충격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이 편하겠지만 편한 진실일 뿐이다.

양형과 관련해 말씀드리면 얼마 전에 평창올림픽이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높은 곳에서 환영받고 박수받았다. 하지만 이 사건을 (변호)하면서, 박 대통령이 수년간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며 비용 문제, 사후 활용을 고민했고 우리 문화와 과학기술을 세계에 알리려 노력했으며 스포츠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마음으로 수감돼 있는 대통령에게도 수고하셨다고 박수를 보냈다. (1분간 울먹이며 침묵한 뒤) 피고인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했던 모든 일까지 감옥에 가두고, 평가하지 않아야 되는 건가. 실수가 있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한 것, 사적 이익을 추구한 적 없는 것을 감안해서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부디 선처해주시기 바란다.

판사:(417호 대법정 밖에서 계속 소란이 이어지자) 방청객 여러분, 법정 밖에서 협박 등 하지 말아달라. 공무집행 방해, 협박, 모욕 등 형사처벌 가능성도 있다. 그런 일이 안 생기게 각별히 유의 바란다.

박근혜 변호인:검찰이 많은 자료를 제출했는데 대통령이 휴일도 주말도 없이 참 많은 일을 했구나, 그런데 왜 이 자리에 있을까 의심이 들었다. 이 사건 용역계약은 정유라 1인만을 위한 승마 지원이 아니라 올림픽 대비 승마 지원이다. 결과적으로 정유라만을 위한 지원이 됐다고 해도 과정 자체를 무시 못한다. 최순실이 잘못된 모정으로 올림픽 승마 지원 플랜에 정유라를 포함시키고 삼성의 지원을 독차지하려 한 것이다. 또한 안종범 업무수첩에서 피고인 관련 내용은 대통령이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비록 이 자리에 안 계시지만 피고인이 이 자리에 있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으셨을까 해서 제80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이 마지막으로 법정에서 이야기한 내용 일부를 읽겠다. “구속돼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들이었다. (중략)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 찍어졌으면 한다. 모든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겐 관용이 있길 바란다.” 이상이다.

판사:최종 변론을 모두 마쳤다. 검찰도 방대한 사건 공소 유지하느라 고생했고, 변호인도 중간에 갑자기 맡아 변론하느라 고생했다. 굉장히 많은 자료를 내고 충실한 변론 요지 의견을 제출했다. 박근혜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혹시 유죄가 인정되면 어느 정도 형량을 정할지 판단하겠다. 공소사실이 굉장히 많다. 최순실·안종범 피고인보다 블랙리스트 등 공소사실이 더 많고 증거 관계도 다르다. 변호인이 주장하는 법률적 쟁점도 많다. 통상보다 (선고 기일을) 조금 더 넉넉히 잡겠다. 4월6일 금요일 오후 2시10분 417호 대법정이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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