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관광을 온 외국인이라면 어느 동네에 가장 매력을 느낄까? 서울시와 KT가 시도한 통신 데이터 기반 인구 추정 방식은 이 질문에도 과거에 볼 수 없던 방식으로 유용한 답을 준다.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은 국내 휴대전화에 외국인등록증을 이용해 가입하므로 내국인과 구분해 LTE 사용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은 로밍 정보를 남긴다. 단기 비즈니스나 관광 목적으로 들어온 외국인이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관광객의 눈으로 서울을 살펴보기 위해, 로밍 자료에 기초한 단기 체류 외국인 데이터를 관광객 지표(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라고 간주하고 분석해봤다. 개인정보 비식별 처리를 거쳤으므로 수집한 데이터로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 서울 관광은 주로 주말에 집중되므로 2017년 10월21일 토요일을 분석 날짜로 선정했다. 내국인 분석 일자인 10월17일에서 나흘 뒤다.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11℃, 최고기온 25℃였고, 비는 오지 않았다.  

관광객은 내국인과 인구 지형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우선은 특정 시간대가 아니라 24시간 동안의 결과를 합산해보았다. 시간대별 관광객 숫자를 단순 합산한 것이어서 중복 계산이 있다. 예를 들어, 새벽 1시부터 7시까지 역삼1동에 있던 관광객은 총 7번 합산된다. 다른 모든 지역의 합산 숫자도 이와 같다.
 

ⓒ시사IN 이명익명동은 밤 10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더 많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강남의 후퇴다. 내국인 거점 1위인 강남구 역삼1동은 거대 상권이 형성되어 있어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지만, 관광객의 동선에서는 1순위가 되지 못했다. 합산 12만7000명으로 7위였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한 외국인이 강남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면, 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강남보다 강북을 선호한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외국 관광객은 ‘강남 스타일’ 아니야

1~6위는 모두 한강 이북에 있다. 중구 명동은 관광객에 대해서라면 경쟁지역이 없는 수준이다. 하루 합산 68만7000명이 명동에 있다. 2위는 중구 소공동이다. 명동에 서쪽으로 인접한 시청 일대 지역이다. 주요 호텔과 쇼핑센터가 밀집해 있다. 합산 33만5000명이 있다. 3위인 중구 광희동은 명동에 동쪽으로 거의 인접한 을지로·충무로 일대 지역이다. 하루 합산 24만7000명이 있다. 소공동과 광희동까지 사실상 명동 권역으로 본다면, 명동의 외국인 집중성은 더 높아진다(세 동의 결과값을 단순 합산하는 것은 동네를 넘나드는 관광객 한 명을 중복 계산하게 되므로, 하루 합산과 마찬가지로 정확하지 않다).
 

서울역 서편 남대문 일대인 중구 회현동은 하루 합산 17만3000명이 잡혔다. 자체 숫자만으로 전체 5위인 데다가, 회현동 역시 소공동·명동 남쪽으로 인접한 동네다. 9위인 중구 을지로동은 명동과 광희동 사이에 있다. 중구의 이 ‘빅5’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외국인 관광객은 압도적으로 이 일대를 선호했다.

홍대 상권인 마포구 서교동이 하루 합산 21만9000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관광객 흡수 능력으로는 역삼1동을 앞섰다. 6위는 광화문·종로 일대 원도심인 종로구 종로1·2·3·4가동이었다. 8위는 강서구 방화2동인데, 눈에 띄는 관광지는 아니어서 김포공항 효과로 보인다. 하루 합산 11만5000명이 잡힌다.

관광객 밀집지구도 24시간 동안 인구 지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래프로 그려볼 수 있다. 내국인 밀집지구와 그래프 모양이 반대다. 관광객들은 주요 관광지에서 숙박까지 해결하기 때문에, 밀집지구일수록 오히려 ‘U자’ 곡선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 위 〈그림〉 하단의 그래프를 보면, 중구 명동과 광희동, 마포구 서교동이 오후 시간대가 움푹 파인 ‘U자’ 곡선을 그린다. 서교동의 피크 시간대는 밤 10시다. 이 시간 홍대 일대에는 관광객이 약 1만2000명 있다. ‘뒤집힌 U자’ 곡선을 그리고 오후 4시가 피크인 소공동은 예외다. 쇼핑 시설이 주력인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명동의 피크 시간대는 밤 11시다. 이 시간 명동에는 관광객이 약 3만3000명 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명동에 있는 내국인은 1만7000명이다. 밤 10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는 명동에서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더 많은 시간대다. 국제도시 서울에서도, 단 한순간이라도 둘의 숫자가 역전되는 지역은 명동(밤 10시~이튿날 아침 6시)이 유일하다.

기자명 글 천관율 기자·인포그래픽 최예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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