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서울시와 공동 기획으로 ‘빅데이터, 도시를 읽다’ 시리즈를 3회 연재한다. 서울시가 보유하거나 민간 제휴로 확보한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금껏 없던 새로운 렌즈를 통해 인구 1000만명의 국제도시 서울을 들여다본다. 첫 회는 통신사가 보유한 LTE 시그널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울의 인구 지형을 드러낸다.


도시의 최고 자원은 사람이다. 사람이 모일수록 혁신과 역동성과 상거래가 살아난다. 도시의 중심이란 결국 사람이 모이는 장소다.

서울시와 KT는 통신사가 보유한 LTE 시그널 데이터에 서울시의 공공 데이터를 결합하여, 특정 시점, 특정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를 정밀하게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도 주민등록 인구 데이터, 교통카드 이용자 현황, 와이파이 이용자 현황 등을 자료로 하여 인구 지형을 추산하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LTE 시그널 데이터는 어떤 기존 기법보다도 포괄적이고 정밀한 예측 능력을 발휘했다.

LTE 단말기 한 대는 한 달 평균 8640건에 이르는 신호를 발생시킨다. 하루 300건 가까운 수치다. 이용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기록이 발생하므로 더 정교한 자료를 만들 수 있다. 수집한 데이터를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가입자 중 LTE 서비스 가입자 비율, 휴대전화를 켜놓은 비율, 성별·연령별 이용자 특성 등을 보정해 추계한다. 이 추계값을 실제 생활인구, 대중교통 자료 등과 대조해보니 정확도가 대단히 높았다. 이 기법은 내국인, 장기 체류 외국인, 단기 체류 외국인(여행자)도 구별해 포착할 수 있다. 각자 다른 통신상품에 등록하기 때문이다. KT는 LTE 시그널 데이터를 이용한 인구 추정이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접근법이라고 밝혔다. 데이터를 가지고 누구의 위치정보인지 식별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를 거쳤다.

〈시사IN〉과 서울시는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로 서울의 내국인 인구 지형도를 그려봤다. 서울에는 종로구 등 25개 자치구가 있고, 그 아래 424개 행정동(법정동과는 개념이 다르다)이 있다. 수집된 데이터를 시·구·동 단위로 살펴보면 1000만 국제도시 서울의 맥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사용할 데이터는 2017년 10월17일 화요일 하루치다. 보편적인 양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주말과 공휴일과 월요일이 아닌,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의, 대형 이벤트가 없는 날을 골랐다.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9℃, 최고기온은 24℃였고, 비는 오지 않았다.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경기가 송파구 잠실2동 데이터를 약간 교란시킨 것을 제외하고, 전형적인 가을 하루였다.

 

 


서울의 밀도가 가장 높은 시간, 오후 2시

서울이 가장 밀도 높은 시간은 언제일까? 수집한 전체 데이터를 평균한 결과, 답은 오후 2시였다. 분석 대상인 10월17일 데이터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에는 내국인 1147만명이 있었다. 서울시의 내국인 주민등록인구는 989만명이다(2017년 3분기). 주민등록인구 대비 158만명가량이 더 활동한 셈이다.

낮 동안 인구가 몰리는 지역은 경제활동의 중심지일 가능성이 높다. 어디일까? 위 〈그림 1〉을 보자. 오후 2시의 서울 인구 지형도다. 초대형 도시 서울은 인구 중심지도 여러 곳이다. 가장 눈에 띄는 동은 셋이다. 강남구 역삼1동, 종로구 종로1·2·3·4가동, 영등포구 여의동이다. 각각 강남역, 광화문, 여의도 일대다. 서울의 3대 도심이 나란히 ‘빅3’로 잡혔다. 강남권에서도 전통적 중심지인 강남역·역삼역·논현역 일대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종로1·2·3·4가동은 광화문에서 종로4가까지를 포함하는 서울의 원도심이다. 여의동은 여의도 전체를 포괄한다. ‘빅3’의 피크 인구는 18만명 안팎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하나를 받을 수 있는 규모의 인구가 동 하나에 밀집해 있다.

 

 

 

 

4위가 서울의 역동성을 잘 보여주는 지역이다. 가산디지털단지를 중심으로 IT 기업이 밀집한 금천구 가산동이 4위다. 인접한 구로3동(11위)까지 묶어서 보면 이 일대가 사실상 서울의 네 번째 도심지다. 새로운 산업은 새로운 중심지를 만들어낸다. 구로공단은 한때 방직산업의 중심지였다가 방직업의 쇠락과 더불어 슬럼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IT 산업의 부흥에 올라타는 데 성공하면서 다시 서울의 거점지역으로 올라섰다. 4위와 거의 차이가 없는 5위는 중구 명동이다. 내국인 분석은 명동의 중심성을 과소평가한다. 명동은 외국인 인구 밀집지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명동은 오후 1시가 인구 피크 시점인데, 이때는 4위 가산동 보다도 인구가 많다.

6위와 7위도 통념을 깬다. 6위에 오른 신촌동은 몰락 상권의 대명사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신촌 일대가 있는 지역이다(법정동명 창천동까지 행정동으로 신촌동에 속한다). 신촌 상권이 유행을 선도하던 시대는 지났지만, 인구 유인 능력은 여전히 높다. 연세대와 세브란스병원도 인구 밀집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7위인 마포구 서교동의 궤적은 아주 독특하다. 동별로 시간대별 인구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크게 세 종류의 곡선이 나온다. 첫째, 〈그림 2〉에서 보듯 오후 2시까지 정점으로 치솟고 이후로는 떨어지는 ‘뒤집은 U자’ 모양 곡선이다. 역삼1동처럼 일자리가 많아 낮 시간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동네가 이런 곡선을 그린다. 둘째, 아침과 저녁에 인구가 많고 낮 시간에는 사람이 없어서 ‘U자’ 곡선을 그리는 동네도 있다. 강서구 화곡1동 등 베드타운 지역이다. 셋째, 둘의 특징이 적당히 섞이면 굴곡이 거의 없이 옆으로 누운 그래프가 나온다. 일자리와 주거 밀집지구가 공존하는 양천구 목1동이 대표적이다.

서교동은 이 셋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홍대 상권이 있는 서교동의 정점 시간대는 오후 7시다. 형태는 ‘뒤집은 U자’ 곡선이지만 피크가 퇴근시간 이후다. 이런 궤적은 서울 전체를 통틀어서도 없다. 밤의 도심지라 불러도 좋을 독특한 궤적이다. 가로수길, 성수동, 강남역 서편 서초동 상권, 마포와 홍대 상권이 만나는 마포구 대흥동 상권 등도 주간·야간 인구가 비슷하기는 하다. 하지만 역전되는 곳은 홍대 하나다.

이제 밤의 서울을 만나러 갈 차례다. 서울 인구의 저점은 새벽 3시다. 대부분의 인구가 집에 있을 시간이므로, 사실상 거주인구 크기라고 봐도 무리는 없다. 2017년 10월17일 새벽 3시 인구는 1080만명이었다. 주민등록상 내국인 인구보다는 90만명쯤 많고, 서울 인구의 정점인 오후 2시보다는 67만명 적다.

 


새벽 3시의 인구 크기를 단순 비교해보면, 역삼1동이 이번에도 1위다. 역삼1동은 서울의 경제활동 중심인 동시에 대규모 주거지역이기도 하다. 약 7만명이 이 시간 역삼1동에 있다. 오후 2시 피크보다는 11만명이 빠져나갔다. 은평구 진관동, 강서구 화곡1동 등 대표적인 주거 밀집지역들이 그 뒤를 잇는다.

단순 비교 결과만 보면 경제활동과 주거 기능이 복합된 지역과, 주거 기능만 밀집된 베드타운 지역이 뒤섞여 있다. 베드타운 지역만 추려내보자. 새벽 3시 인구에서 오후 2시(인구 피크) 인구를 빼봤다. 야간 인구가 주간 인구보다 많을수록 베드타운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차이를 베드타운 지수라고 부르자. 서울의 424개 동 중 베드타운 지수가 플러스인 동네는 285개다. 비율로는 67%, 셋 중 두 개꼴이다.

위 〈그림 3〉에 베드타운 지수 상위 10개 동이 표시되어 있다. 강서구 화곡1동이 1위다. 야간 인구가 주간 인구보다 1만9881명 많다. 은평구 역촌동, 강서구 화곡본동이 뒤따른다. 베드타운 지수 상위 10곳 중에 세 곳은, 새벽 3시 단순인구 상위 10위에도 드는 대형 베드타운이다. 강서구 화곡1동, 은평구 역촌동, 강동구 길동이다.

인구 유입 많을수록 경제활동 중심지역

서울의 맥박을 25개 자치구 단위로 보면 어떨까. 구별로 오후 2시 인구와 새벽 3시 인구를 추출하여, 인구 유출입 현황을 살펴봤다. 새벽 3시 인구보다 오후 2시 인구가 더 많으면 인구 유입 자치구, 더 적으면 인구 유출 자치구로 볼 수 있다. 인구 유입이 많을수록 경제활동이 활발한 중심지역, 유출이 많을수록 주거 기능이 강한 배후지역으로 볼 수 있다. 결과가 아래 〈그림 4〉이다. 도심지인 강남구·중구·종로구·서초구의 인구 유입이 가장 많았다. 배후지라는 인식이 강한 금천구는 인구 유입 5만명이 넘는다. 가산디지털단지 효과로 보인다.

 


순유출 지역에는 인구가 많고 경제활동 기반은 약한 전통적 배후지들이 이름을 올렸다. 관악구·은평구·노원구가 유출이 가장 많아 서울의 대표적 베드타운 기능을 담당한다. 강남 3구로 분류되는 송파구도 큰 차이는 아니지만 순유출 자치구였다. 하루치 데이터만으로는 유출 지구라고 확정하기 어려운 작은 차이다.

구별 특징을 더 살펴보자. 구별로, 어떤 시간대이든 피크 인구가 가장 많은 동을 구별 거점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구별 거점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앞서 봤듯, 세 가지 기본 유형이 있다. 시간대별 인구 그래프가 ‘뒤집은 U자’ 곡선을 그리는 주간형 거점지구, ‘U자 곡선’을 그리는 베드타운형 거점지구, 가로로 누운 혼합형 거점지구다. 거기에 ‘뒤집은 U자’이면서도 퇴근시간 이후 인구 피크가 오는 서교동을 야간형 거점지구로 따로 분류했다. ‘뒤집은 U자’ 곡선의 기준은 오후 2시 인구가 새벽 3시 인구보다 1.5배 이상 많을 때로 했다. 424개 동 중 51개 동이 이에 해당했다. 그 결과가 아래 〈그림 5〉다. 자치구 별로 거점지역이 어디인지를 잘 보여주는 자료다.

 

 


원의 크기는 피크 때의 인구 크기다. 클수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거점이다. 색은 거점지구의 유형을 보여준다. ‘뒤집은 U자’ 곡선을 그리는 주간형 거점지구와 야간형 거점지구는 경제활동이 역동적일 가능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주간형 거점지구는 붉은색 원, 야간형 거점지구는 노란색 원이다.

‘U자 곡선’을 그리는 베드타운형 거점지구는 푸른색, 가로로 누운 혼합형 거점지구는 초록색이다. 이 지역들은 구 전체로 봐도 ‘뒤집은 U자’ 곡선을 그리는 거점이 없다. ‘뒤집은 U자’ 곡선 지역은 인구 피크가 높아서 베드타운형·혼합형 곡선 지역에 거점지구를 내주지 않는다.

서울에서 활력이 높은 지역과 주거 기능을 담당하는 지역이 각각 어디인지가 뚜렷이 보인다. 구 전체의 거점지역도 ‘뒤집은 U자’ 곡선을 그리지 못하는 지역이 25개 자치구 중 11곳이다. 서울이 어느 정도나 큰 도시인지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낮 시간에 크든 작든 인구를 빨아들이는 동네를 가진 자치구가 14곳이고, 이들이 총 51개의 인구 유입 동네를 나눠 가진다.

 

 

 

 

기자명 글 천관율 기자·인포그래픽 최예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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