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경제효과 논란은 물을 절반쯤 채운 컵과 같다. 물이 ‘절반밖에 없다’는 부정과 물이 ‘절반이나 있다’는 긍정이 부딪친다. 중요한 것은 올림픽 유치와 운영, 그리고 시설물 사후관리에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간과하면 ‘지구촌 축제’라는 가면을 쓴 올림픽의 이면을 놓친다.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은 총 13개다. 7곳을 새로 지었고 6개를 개·보수했다. 총건설비만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총 조성비용 1183억원이 들어간 올림픽플라자(개·폐회식장)는 대회 이후 철거 비용만 따로 1000억원이 들어간다.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2011년 7월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총 64조9000억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되었다. 우선 공항, 도로, 철도, 숙박시설, 선수촌, 경기장 등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설비 투자의 경제적 효과가 약 16조4000억원이었다. 여기에 내·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지출 등을 더해 총 21조1000억원의 직접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보았다.

ⓒ연합뉴스2017년 11월4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에서 〈2017 드림콘서트 in 평창〉이 열리고 있다.


당시 보고서가 추산한 ‘간접효과’는 무려 43조8000억원이었다. 대회 이후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올라 앞으로 10년간 관광 효과가 32조2000억원에 이른다는 게 골자다. 국가와 기업 이미지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와 상품 가격 상승으로 11조6000억원의 경제효과도 전망했다. 현재 언론과 이희범 조직위원장이 내놓는 경제효과 논리는 7년 전 발행된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다. 판단은 숫자를 보는 이들의 몫이다.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긴 힘들다. 특히 간접효과는 ‘아마도 그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숫자로 나타낸 ‘미끼’에 가깝다.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3% 경제성장률도 가까스로 내다보는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1988년 서울올림픽의 개발 붐보다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유령 시설물이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확정된 4차 예산 조정에서 정부는 세입 2조5000억원과 세출 2조8000억원으로 3000억원 적자를 예상했다. 시설물 사후 관리까지 포함하면 적자는 더 불어난다. 이 돈은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강원도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원한다. 대회를 위해 지출한 사회간접자본(SOC) 비용은 또 누가 충당해야 하는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적자를 면한 대회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미국) 대회 말고는 없다고 알려졌다. 1976년 올림픽을 개최한 몬트리올 시(캐나다)는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이르는 빚을 2006년에야 겨우 갚았다. 스톡홀름(스웨덴), 크라쿠프(폴란드), 오슬로(노르웨이)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포기했다. 최근 함부르크(독일)와 로마(이탈리아)가 같은 이유로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을 중단했다. IOC가 지난해 내놓은 ‘올림픽 어젠다 2020’에서 1국가 1도시의 단독 개최 원칙을 포기하고 개최국에 더 많은 종목 추천권을 주기로 한 것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포석이다.

올림픽의 이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들여다봐야 한다. IOC는 세계적인 ‘자유 귀족 집단’이다. IOC 위원들은 철저히 그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심지어 북한의 장웅 IOC 위원마저도 “나는 북한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IOC를 대표한다”라고 말했다.

IOC는 동계와 하계를 포함해 2년마다 자신들의 축제에 도시 이름을 붙여주면서 사실상 모든 이익을 챙겨간다. 기업 후원과 미디어 중계권료를 포함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그들 주머니 속으로 넣는다. 1894년 6월 탄생한 IOC는 124년간 9명의 위원장을 거치는 사이 회원국을 206개로 넓히며 몸집을 불려왔다.

ⓒ연합뉴스2월6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평창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IOC는 평창에서 ‘평화’를 띄웠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은 그들에게 거대 ‘시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참가 카드를 꺼내자, IOC는 반겼다. 비유하면 단체 손님이 제 발로 한산한 식당에 찾아온 셈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 밝힌 대목이 눈에 띈다. 도 장관은 인터뷰에서 “IOC가 먼저 북한 선수 12명을 받고 게임 엔트리에는 5명을 넣으라고 요구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정치 개입 금지하면서 정치 즐기는 IOC

그동안 IOC는 정치 개입 금지를 표방하면서도 개최지 선정 경쟁에서 국가원수가 나서는 것에는 침묵해왔다. 200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2 하계올림픽 결정 당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정면 대결을 그들은 뒤에서 즐겼다. 2016 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시카고 지지 연설을 방관한 것도 마찬가지다. 과거 올림픽 유치전에서 일부 국가의 부정한 돈이 IOC 위원들에게 전달되는 스캔들이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조용히 이익을 취했을 뿐이다. 이쯤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유치한 나치 독일은 자신들이 평화와 자비를 추구한다고 선전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은 상대 진영에서 치르는 올림픽(1980년 모스크바·1984년 로스앤젤레스)에 불참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는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인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대표팀 인질 살해 사건을 벌였다. 이처럼 올림픽을 둘러싸고 불거진 정치 사건들은 역설적으로 올림픽의 순수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IOC는 시대에 맞는 가치를 올림픽에 입혀 판을 깔았다. 과거에는 개최국 발전이 주된 가치 중 하나였다. 이것에 의문부호가 달리기 시작하자 최근 그들은 더 유연한 개최지 선정과 사탕발림을 내걸었다.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평화’를 전면에 내세워 우려되는 경제효과를 슬쩍 뒤로 치웠다.

IOC는 이번에도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벌이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취재진이 사용할 랜선까지 판매하며 쌈짓돈을 불리고 종잣돈을 챙긴다. 경제효과 대신 IOC를 들여다봐야 진짜 올림픽 경제가 보이는 이유다. 컵에 물이 얼마 있는지 논하기에 앞서 애초 그 컵을 누가 놓았는지 질문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기자명 임정혁 (스포츠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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