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지휘관은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이었다. 그는 정부 소방합동조사 때 목욕탕 2층 진입이 늦은 이유에 대해 “연기가 외벽 불씨와 만나 화염이 폭증하는 ‘백드래프트’ 현상을 걱정했다”라고 진술했다. 소방합동조사단은 잘못된 판단으로 보았다.

화재 초기 골든타임에 현장 지휘관이 왜 판단을 잘못했을까? ‘현장 경험 부족’이 지적된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총괄 지휘해야 할 지휘관이 정작 현장 경험이 거의 없다는 지적은 일선 소방관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체 소방서장 215명 중 간부 후보생 출신이 72명으로 33.5%를 차지한다. 소방위(6급)로 출발하는 간부 후보생의 경우 규정상 최소 1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 탓에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해근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은 “지금 소방 조직의 진급 체제는 현장에서 오래 근무할수록 진급을 못하는 시스템이다. 현장 지휘 능력이 충분한 소방관들 대신 현장 경험이 1년도 안 되는 간부 후보생이 지휘 라인에 많이 배치된다”라고 말했다. 정부 소방합동조사단은 현장 지휘 미숙을 해결하기 위해 “실전 훈련 중심의 능력 평가 방식으로 전환해 우수한 지휘관을 양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시사IN 신선영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여가 지난 현장의 모습. 화재를 키운 건축 구조와 소방안전시설 부실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제천 참사에서는 고질적인 또 다른 문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장비 부실이다. 특히 소방대원들이 사용하는 무전기가 먹통이었다. 충북소방서 119 상황실은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온 2층에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즉시 무전을 통해 현장 구조대를 호출했다. 그러나 현장 구조대의 응답이 없었다. 상황실은 무전을 포기하고 당일 오후 4시4분과 4시6분, 두 차례 현장 화재조사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2층 여탕에 사람이 있다”라고 알렸다.

‘국민안전처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에 따르면 현장 대원들은 모든 지시를 무선통신(무전기)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무전기는 모든 구조대원과 상황실이 동시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정부 소방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제천소방서 기지국에서 중계소로 가는 송출 기능에 이상이 있었다.

이 문제는 제천 참사 당일만 있었던 ‘송출 이상’이 아니었다. 충북의 다른 지역 소방서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는 한 소방관은 “여기는 난청 지역이라 무전이 아예 안 된다. 규정대로 하루에 두 번씩 무전 점검은 꼬박꼬박 하고 있지만 ‘먹통’이라는 점검 결과를 매번 보고해도 (장비를 고쳐주는 등의) 달라지는 조치가 없다”라고 말했다. 소방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충북 지역은 평상시에도 상황실과 소방서 간 무전 감도가 좋지 않아 휴대전화로 상황을 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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