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30㎝ 길이의 자였다. 훈육 차원에서 자를 몇 대 내리치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폭행 강도가 세졌다. 사망한 지 8개월 만에 전북 군산의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고준희양(5)의 아버지 고 아무개씨(36)는 검찰 조사에서 준희양이 밥을 잘 먹지 않고 말을 듣지 않아 ‘훈육’ 차원에서 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자 다음에는 발이 나갔다.

고씨는 2017년 4월 초 준희의 발목을 여러 차례 밟은 데 이어 4월24일 동거인 이 아무개씨(35)와 함께 갈비뼈 3개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을 저질렀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있는 준희는 4월26일 호흡곤란 및 흉복부 손상 등으로 숨졌다. 고씨는 야산에 시신을 매장한 뒤 8개월이 지나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1월4일 현장검증 당시 자를 내리치고 발로 차는 등 ‘체벌’ 장면을 재현한 고씨는 취재진에 “학대하고 폭행한 적 없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고씨와 이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이씨 모친 김 아무개씨(61)도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되었다).

ⓒ시사IN 윤무영
‘훈육 차원의 체벌’은 아동 학대 가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가정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학대를 가한 부모들도 대부분 “아이가 문제를 일으켜 훈육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폭력이 부모의 훈육이라는 ‘가정사’가 되는 순간 외부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친권을 중시하고 체벌에 관대한 문화 때문이다.

2012년 17세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대구의 한 예비 입양 가정에 보내진 은비(3·가명)는 8개월 만에 양부 백 아무개씨(52·범행 당시 나이)의 학대로 뇌사 판정을 받고 2016년 10월 사망했다. 백씨는 재판에서 “단순 훈육을 위해서 체벌한 것 외에는 학대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준희의 아버지 고씨의 태도와 겹친다. 훈육을 위한 체벌과 학대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멀까? 가정이라는 테두리가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에게 얼마나 두꺼운 벽이 될 수 있는지, 그간의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을 들여다보았다. ‘아이가 왜 죽었는지’를 안다면, ‘만약 무엇이 달랐다면 그 아이가 살 수 있었을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제541호 ‘구할 수 있었다. 그 아이들’ 기사가 어린 부모의 ‘고립’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가정의 ‘훈육과 체벌’ 문제에 집중했다.

■ “아이가 너무 엉망이라 체벌했다”

2013년 10월24일, 울산 울주군에 사는 이서현양(8)의 새엄마 박 아무개씨(40)는 아이가 이웃에게 받은 용돈 2만원 중 2300원이 없어졌다는 걸 알고 서현이에게 돈을 훔쳤느냐고 추궁했다. 서현이가 아니라고 답하자 거짓말을 했다며 주먹과 발로 전신을 폭행했다. 학교에서 아쿠아리움으로 소풍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서현이가 소풍은 보내달라고 애원하자 더욱 화를 내며 머리와 가슴을 때린 뒤 목욕을 하게 했다. 서현이는 화장실 욕조 안에서 숨졌다. 옆구리 폭행으로 골절된 갈비뼈가 폐를 찌른 게 결정적 사인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 관련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울주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위원회’가 구성되어 진상조사가 이루어졌다. 이들이 낸 ‘이서현 보고서’에는 지난 3년간 어린아이가 살려달라고 사회에 보낸 구조 신호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서현이가 다니던 포항의 유치원 교사는 2010년 10월 서현이의 왼쪽 머리에 피가 맺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현이는 검도학원에서 1학년 오빠가 장난으로 때렸다고 말했지만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하자 답을 못했다. 재차 이유를 묻자 엄마에게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2011년 3월에도 서현이의 오른쪽 발목에서 피멍이 발견됐다. 유치원에 오기 전 책을 읽고 발표해야 하는데 잘못하면 엄마에게 발바닥을 맞는다고 했다.

계속해서 멍과 상처가 발견되자 그해 4월, 교사는 아버지 이 아무개씨(46)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씨는 “잘 가르치기 위해 매를 허용하고 몸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발바닥 체벌 정도로 제한하도록 했는데 (아이 엄마와) 교육관에 차이가 있어 고민이 많다”라고 답했다. 어머니 박씨도 교사에게 바른 지도를 위해 아이를 체벌할 수밖에 없었고 엄마로서 힘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가 너무 엉망이라 그동안 상담치료 등 여러 방법을 썼으며 아이 아빠와 합의하에 체벌하기로 했다”라고도 말했다. 한동안 서현이의 상처가 사라졌지만 한 달 뒤 다시 등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다.

이때부터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스무 차례의 전화와 방문 상담이 이루어졌다. 박씨는 그 과정에서 “직장을 그만두는 희생을 하면서까지 아이를 잘 키우려고 노력했지만 아이의 도벽과 거짓말이 심해 계속 때리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서현이의 사례를 아동 학대로 판정했지만 ‘원가정 보호 및 지속관찰’ 조치를 내렸다. 아버지 이씨가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항의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서현이의 문제 행동이 심해 엄마가 때릴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기관이나 다른 사람이 가정사에 참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법적인 조치를 하더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항의했다.

두 달 후 서현이네는 인천으로 이사했다. 떠나기 직전 서현이는 이사를 가지 않고 유치원 교사와 계속 있는 게 좋다며 심하게 울었다. 인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사례를 이관받아 상담을 권했지만 박씨는 거부했다. 포항에 있을 때 훈육 차원에서 체벌했을 뿐이며 그 후로 잘 지낸다는 설명이었다. 기관은 이후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박씨는 받지 않았다. 학대 판정이 났더라도 학대 행위자가 기관의 상담을 거부하거나 개입을 거부할 때 강제할 권한은 없었다. 서현이가 숨지기 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은 거기까지였다.

2012년 3월 울산 울주군으로 이사한 뒤 서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서현이는 밝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박씨도 학급 어머니회장을 맡아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서현이는 2학년이 된 뒤에도 ‘모범 어린이상’을 수상했고 박씨도 전체 학년 학부모회장을 맡았다.

ⓒ연합뉴스울산 울주군에서 새엄마 박 아무개씨의 학대로 사망한 이서현양의 친모가 박씨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현이에게 가정은 다른 세상이었다. 멍, 골절, 화상 순서로 학대의 강도가 세졌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가 서현이의 고집 센 성격을 바로잡는다며 수시로 머리를 때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직경 1㎝에 길이 60㎝ 나무막대기로 엉덩이, 장딴지 등을 회초리 약 30개가 부러지도록 때린 사실도 드러났다. 아버지 역시 훈육을 목적으로 회초리를 사주는 등 학대 행위를 방조했다. 2012년 5월 서현이는 대퇴부 골절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고 다음 날 수술을 받았다. 당시에는 피아노 학원 계단에서 굴렀다고 했지만 사망 후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 박씨가 가해한 사실을 자백했다. 같은 해 10월 양쪽 손발에 입은 2° 화상 역시 그녀의 소행이었다.

여러 차례 서현이를 살릴 기회가 있었지만 부모는 가정 내 훈육임을 강조하며 외부의 개입을 거부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은 여기에 손쓸 권한이 없었다. 결국 서현이는 ‘요리를 잘하는 예쁜 우리 엄마’(서현이가 국어 시간에 쓴 글 중 나온 표현)에게 맞아 죽었다.

■ “집안 일을 밖에 이야기하지 마라”

2016년 평택에서 발생한 가정 내 아동 학대 사건 역시 아이를 살릴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친권을 앞세운 부모의 강력한 저항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은 사례다. 2015년 말부터 2016년 1월까지 신원영군(7)의 새엄마 김 아무개씨(38)는 원영이를 화장실에 감금한 채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고 폭행했다. 전신에 락스를 부은 뒤 옷을 벗긴 채 영하의 날씨에 장시간 방치했고 신군은 영양실조와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했다. 아버지 신 아무개씨(38)와 김씨는 원영군의 시신을 이불에 말아 세탁실에 방치했다가 야산에 암매장했다. 신군이 취학할 예정이던 초등학교에 취학 유예 신청을 한 것을 계기로 조사가 들어가자 아이가 없어졌다고 변명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다른 많은 가정 내 아동 학대 사망 사건처럼, 가해자는 처음부터 아이를 ‘죽일 만큼’ 때리지 않았다. 2013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는 하루 두 끼만 주고 옷을 제대로 입히지 않았고, 2014년 10월에는 학교 교사와 지역 아동센터에 자신의 학대 사실을 알렸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나 30㎝ 플라스틱 자로 원영이와 누나 신 아무개양(10)의 손바닥을 수차례 때렸다. 남매를 베란다에 가두기도 했다. 2014년 3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주 2~3회 남매의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단소로 허벅지, 손바닥 등을 수차례 때렸다.

ⓒ연합뉴스새엄마 김 아무개씨에게 학대받아 숨진 신원영군의 유골함이 경기도 평택시 평택시립추모관에 안치되었다.
2015년 4월 원영이의 누나가 친할머니의 집으로 옮겨간 뒤 폭력은 원영이에게 집중되었다. 같은 해 11월부터 어머니 김씨는 원영이를 화장실에 감금한 뒤 플라스틱 청소솔로 폭행했다. 그녀는 그렇게 하면 남편이 아이를 보육시설이나 조부모에게 맡길 거라고 생각했다. 2016년 1월 말 양육 문제로 부부 싸움을 한 뒤 김씨는 화풀이로 락스를 아이의 전신에 부었고 며칠 뒤 탈진 상태에 빠진 원영이가 설사했다는 이유로 옷을 벗긴 채 찬물을 뿌린 뒤 방치했다. 2월2일 사망할 당시 화장실은 난방이 되지 않는 공간이었다.

원영이에게도 살 기회가 있었다. 원영이 누나가 다니던 돌봄교실 교사의 조치로 2013년 가을부터 지역 아동센터에 다니게 되었다. 아동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의 방임 및 학대 사실을 의심해 관찰일지와 상담일지를 상세히 작성했다. 기록에 따르면 ‘겨울에 옷을 제대로 입히지 않음, 집에서 밥을 제대로 못 먹어 센터에서 간식과 저녁을 지나치게 많이 먹음, 바지에 오줌을 쌌는데 엄마한테 혼날까 봐 걱정을 많이 함, 속옷을 챙겨 입지 않음, 작은 일에도 펑펑 울고 심리적으로 불안함’이라고 적혀 있다.

아동센터 측은 부모들에게 상담을 요청하고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기도 했다. 부모는 상담을 거부했다. 어머니 김씨는 아이들에게 집안 일을 밖에다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고 입단속시켰다. 아빠 신씨 역시 아이들에게 화를 내며 아내를 감쌌다. 두 사람은 양육 문제로 자주 다퉜고 그로 인해 남매를 아동센터에 1개월 정도 위탁하기도 했다. 2014년 12월쯤부터는 아동센터와 아예 연락을 끊었다. 사망 후 원영이가 다시 발견됐을 당시 키는 112㎝, 몸무게 15㎏였다. 또래 평균과 대비해 키는 하위 10%, 몸무게는 하위 3%인 수치다.

■ “엄마가 나를 죽일 것 같아서”

어린 시절부터 체벌을 일상적으로 경험한 아이가 성장해 가족을 살해한 경우도 있다. 폭력의 경험이 내재화된 것이다. 2011년 3월13일 서울 광진구의 고등학교 3학년생 지 아무개군(18)은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어머니 박 아무개씨(51)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시사IN〉 제211호 ‘소년은 왜 괴물이 되었나’ 커버스토리 참조).

지군은 전국 석차 4000등에 들 정도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어머니 박씨는 평소 지군에게 전국 1등과 서울대 법대 진학을 강요했다. 박씨가 지군에게 수년간 강도 높은 체벌을 가해온 사실이 이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지군은 사건 일주일 전부터 어머니에게 하루에 2~3번씩 혼나고 체벌을 당했다고 밝혔다. 골프채, 홍두깨, 야구 배트 등으로 맞았고 한 번에 7~8시간가량 체벌이 지속되기도 했다. 범행 전날에도 밤 11시부터 당일 아침 8시까지 골프채로 200여 대를 맞았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지군은 전국 석차가 떨어지자 학교 성적표를 수차례 위조했는데 그래도 공부를 못한다며 박씨에게 체벌을 받았다고 한다. 전국 석차 4000~5000등을 62등으로 위조하는 식이었다.

사건이 있던 날 지군은 학교에 온 엄마가 실제 성적을 알면 자신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학부모회의가 열리기 며칠 전이었다. 범행 당시에도 박씨에게 “이대로 가면 엄마가 나를 죽일 것 같아서 그래”라고 말했다.

ⓒ시사IN 윤무영2011년 3월 고등학교 3학년생 지 아무개군은 지속적인 체벌을 일삼은 어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폭행의 강도는 사건 5년 전 부모가 별거에 들어가던 때부터 강해졌다. 매를 맞다가 학교에 갈 시간이 되면 지혈하고 휴지로 닦은 뒤 교복을 입었다. 왜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지군은 일렀다고 또 혼이 날 것 같았다고 답했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부터 강도는 더 심해졌다. 박씨는 야구 배트를 새로 바꾸었다.

지군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지군의 이모는 “부모나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박씨에게 지군이 전부라 더욱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전부’인 사랑하는 아이에게 매를 든 부모에게 돌아온 건 참혹한 결과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공판에서 지군은 장기 3년6개월, 단기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지군이 장기간 가혹한 환경에서 생활해온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이를 위한다는 체벌이 결국 가정을 망가뜨렸다.

■ “‘사랑의 매’는 참작할 사정이 있다”

2016년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처리한 아동 학대 사례 1만8700건 중 82.2%가 가정에서 발생했다. 어린이집(3.2%), 유치원(1.3%), 학교(3.3%)는 다 합쳐도 7.8%였다.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전체의 80.5%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에 대한 여론의 공분에 2015년부터 어린이집의 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정작 가정은 가장 많은 학대가 일어나는 아동 학대의 사각지대다. 학대의 발생 빈도도 일회성은 16.5%에 불과했다. ‘거의 매일’이 23.3%, ‘2~3일에 한 번’이 12.7%, ‘일주일에 한 번’은 12.1%다.

한국 사회에서 가정 내 체벌은 감형 요소로까지 작용한다. 2003년 10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폭행을 하던 중 아이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 있었다. 1심에서는 징역 3년이었으나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되었다. 판결문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자 이를 고쳐줄 의도로 체벌을 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범행이 발생한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등을 감형 사유로 설명했다. 서현이 사건 등을 계기로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어 아동 학대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인식도 개선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며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학대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부산에 사는 이 아무개양(9)은 2017년 3월30일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7시간 동안 학교 실기 시험을 위해 리코더 연습을 했다. 계속 연주를 틀리자 엄마는 “한 번만 더 못 불면 죽는 줄 알아라, 너 같은 애는 죽어야 된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는 알루미늄으로 된 빗자루 봉으로 전신을 때리고 손바닥으로 뺨을 때린 뒤 발로 배를 찬 다음 주방에 있던 과도를 들고 와 아이의 등에 들이대며 찌를 듯이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이 양은 어깨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2017년 12월18일 법원은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상습적인 아동 학대가 없었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아동 학대 치료강의 수강 및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2013년부터 체벌 근절 캠페인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를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대중 매체 등의 체벌 옹호 표현에 대한 제보를 받아 이 가운데 25군데에 시정을 요구했다. ‘사랑의 회초리’라는 이름의 제품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가 하면 학습용 도서 중에도 ‘사랑하는 자식일수록 매로 다스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 대리는 “아동 학대는 백이면 백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체벌에 대해서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온도차가 큰 편이다. 이는 아동에 대한 폭력만이 아니고 사회 전체가 폭력에 대해 용인하는 수준과 닿아 있다”라고 말했다.

ⓒSave the Children 제공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2013년부터 체벌 근절 캠페인 ‘사랑의 매는 없습니다’를 진행해왔다.
2015년 3월 개정된 아동복지법 제5호 2항에 따르면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민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친권자는 보호 또는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민법 제915조).’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런 모호한 법을 정비해 가정 내 체벌 금지를 확실히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모를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녀 체벌도 폭력’이라는 감수성을 높이자는 차원이다.

현재 52개국에서 가정 내 체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스웨덴이다. 학교와 아동복지시설, 소년원의 체벌 금지에 이어 1979년에는 부모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체벌을 금지했다. 제정 당시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했지만 정부가 앞장섰다. 훈육이라며 아이를 꼬집거나 엉덩이를 때리는 것도 법으로 금지되었다. 체벌뿐 아니라 분을 못 이겨 아이에게 욕설을 해도 처벌받는다. 김희경 전 세이브더칠드런 사업본부장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짓밟혀온 아동 인권 문제를 다룬 책 〈이상한 정상가족〉에서 “가족 내에서 부모의 양육방식은 치외법권적 천륜의 영역이 아니며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제재 대상이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공공의 개입이 닫힌 방문 안에까지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워지는 약자들이 가족 안에 있기 때문이다.” 체벌과 학대 사이의 거리는 없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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