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읽는 현대 중국 1·2
박자영 외 지음, 박철현 엮음, 역사비평사 펴냄

“도시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1985년 중국 선전국제무역센터는 ‘3일에 1층’을 올릴 만큼 무서운 속도로 건축됐다. ‘선전속도’라는 말까지 낳으며 중국의 도시 발전과 경제성장을 상징했다. 중국에 대한 이해는 곧 도시에 대한 이해다. 도시는 현대 중국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국내 중국학자들의 관련 논문을 엮은 〈도시로 읽는 현대 중국〉 1권은 사회주의 시기, 2권은 개혁·개방기를 다룬다. 혁명·실험·생산· 이동·정체성·불평등 등 다양한 주제로 중국 ‘특색’의 도시를 조명한다. 중국 도시화는 마오쩌둥 시기 계획경제와 결별하고 1978년 시장경제를 전격 도입한 데 따른 결과물이다. 그러나 중국 도시화 문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하려면 1949년 신중국 수립 후 사회주의 시기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번역청을 설립하라
박상익 지음, 유유 펴냄

“인간은 모국어를 사용할 때 가장 창의적이다.”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번역하는 인문학자’ 박상익씨는 “번역”이라고 단언한다.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모든 학문 분야의 기초 고전과 주요 도서들이 일본에서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세련되게 일본어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번역은 지적 인프라다. 일부 산업 부문에서 일본을 따라잡은 한국의 번역 현실은 비참할 정도다. 해외의 기초 고전들마저 상당수가 번역되지 않았거나 읽을 수 없는 수준으로 옮겨져 있다.
시간이 지나도 번역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저자는 “정부에서 번역 지원 사업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번역청을 설립하라’고.


검사내전
김웅 지음, 부키 펴냄

“검사는 큰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이다. 나사못의 임무는 자신이 맡은 철판을 꽉 물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나는 검사는 대개 욕망의 화신이거나 권력의 하수인 또는 거악을 일시에 응징하는 정의의 사도다.
현직 공안부장인 저자는 자신을 ‘생활형 검사’라 칭한다. 검사도 대다수 직장인처럼 일 더미에 파묻혀 허덕대고, 성과가 나쁘다는 상사의 핀잔에 빈정상하고, 어떡하면 폭탄주 회식을 피할까 궁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책은 ‘생활형 검사’로 살아온 저자가 검찰 ‘안’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이다. 생소한 검찰 문화도 엿볼 수 있고, 보험 사기, 프랜차이즈 사기 등 그가 담당한 사건들을 통해 내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게 된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저자의 맛깔스러운 비유들이다. 피의자를 조사하는 사례를 읽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자연자본
제프리 힐 지음, 이동구 옮김, 여문책 펴냄

“인류는 번영을 위해 자연을 희생해왔다. 이는 필연이라기보다는 우연이다.”

미세먼지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면? 공장을 줄이고 화력발전소를 끄는 편이 좋다. 환경에 좋은 일은 경제에 나쁘다. 늘 우리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이 양자택일이 숙명도 필연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경제학자 제프리 힐은 환경경제학 분야를 개척한 석학이자 실전에도 강한 정책 디자이너다. 그의 화두는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이다. 그래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책은 답한다. 자연이 없다면 결국 경제성장도 불가능하므로 그래야 하고, 우리에게는 훌륭한 도구가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힐이 믿는 도구는 선한 마음이나 낭만적 자연주의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경제학이다.


무정한 빛
수지 린필드 지음, 나현영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사진은 존재를 들여다보게 하는 좋은 도구다. 그러니 사진의 가치를 믿는 비평 역시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어린 시절 유대인 아버지 몰래 〈폴란드 유대인 블랙북〉을 꺼내본 저자는 잔혹한 사진으로부터 굴욕감과 이끌림을 경험한다. 이런 ‘역설적’ 경험은 이 책이 찾고자 하는 물음이자 답이다. 저자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수전 손택의 날카로운 지적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오래된 사진 비평’에 일침을 가한다. 이에 맞서 저자가 옹호하려는 것은 잃어버린 우리의 감상법이다. 타인의 고통이 드러난 사진에서 ‘기계적 거리두기’ 대신 감정을 분석의 자극제로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사진이 불러낸 감정에 반응하여 연대하려는 마음과 공감하는 노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한 사진들과 정치적이고 미학적 질문을 던진 포토 저널리스트들을 다뤘다.


불편한 미술관
김태권 지음, 창비 펴냄

“미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기준은 인종, 여성, 장애인 그리고 성 소수자 차별.”

좋은 미술평론을 읽으면 그림을 다시 보게 된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림 속 설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저자가 미술평론가는 아니지만 이 책도 마찬가지다. 글을 읽고 나면 그림을 다시 보고 화가가 가졌던 생각을 곰곰이 되짚어보게 된다.
저자는 명화 속 차별을 읽는다. 인종 차별, 여성 차별, 장애인 차별, 성소수자 차별의 시각으로 그림을 감상한다. 왕과 귀족은 크게 그리고 평민과 노예는 작게 그렸던 고대 회화까지는 아니지만 차별이 당연했던 시대라 차별의 흔적을 그림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빛나는 지점은 차별하지 않은 평등한 시선의 작품을 포착할 때다. 궁중 광대를 왕족처럼 위엄 있게 그리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지 않은 작품을 다시 보게 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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