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28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93차 공판

전경련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을 요구할 당시 신세계그룹과 대림그룹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임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신세계는 K스포츠재단에 5억원, 대림은 미르재단에 6억원을 출연했다. 박근혜 피고인은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정동혁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찰:증인은 2015년 신세계 CSR 사무국 상무로 팀을 총괄했고, 전경련 등 대외 관련 업무도 담당했죠?

정동혁:그렇다.

검찰:증인은 2015년 10월24일 토요일 저녁에 김해성 신세계 사장에게 미르재단 출연 얘기를 들었죠? 문화예술재단을 만들기 위해 전경련에서 신세계에 8억원 출연을 요청했고, 10월26일까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나?

정동혁:그렇다. 임원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논의를 했다.

검찰:2~3일 전에 연락이 와서 재단에 출연해달라는 말을 들으니 임원들은 당황했겠다. 상식적으로 재단 법인에 출연할 경우 사업계획에 대해 미리 설명하는 최소한의 절차가 있지 않나?

정동혁:당연하다. 재단의 취지나 이런 내용도 없이 요청해 회의에서 황당한 제안이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신세계는 결국 미르재단 출연을 거부했나?

정동혁:그렇다.

검찰:전경련이 갑자기 액수만 정해서 출연을 요구한 사항이기 때문에 청와대나 정부 지시에 따라 전경련은 모금만 한다고 생각했나?

정동혁
:그렇다.

검찰:정확하게 대통령 지시였다는 건 언론을 통해 알게 됐나?

정동혁:그렇다.

검찰:이후 다른 기업들이 미르재단 출연에 모두 다 참여한 것을 알게 됐죠?

정동혁
:10월27일인가 28일에 미르재단 현판식이 있었는데, 다른 대기업 임원들이 현판식하는 기사를 보고 저희만 빠진 게 잘못된 판단 아니었나 생각했다.

검찰:그런 생각이 든 건 정부 지시로 만든 재단에 다른 기업은 다 참여했는데, 신세계는 안 해서 혹시나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했기 때문인가?

정동혁:그렇다.

검찰:2015년 12월 전경련으로부터 K스포츠재단도 미르재단과 같은 취지라는 걸 듣게 되면서 이번에도 빠지면 정부에 밉보일 수 있겠다 싶어 내부에서 출연을 결정한 건가?

정동혁:그렇다.

검찰:신세계만 빠지면 정부한테 속칭 찍히게 될까 봐 그랬다는 건가?

정동혁: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건 내부에서 공감한 사항이다.


정동혁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신세계는 미르재단 출연을 거절했는데 이후에 전경련이나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전화해 왜 출연하지 않느냐고 따진 적 있나?

정동혁:없다.

박근혜 변호인
:전화받은 적 없죠? 미르재단 출연 안 했다고 불이익받은 거 있나?

정동혁:없다.

박근혜 변호인:미르재단 출연을 논의하는 신세계 임원회의에서 VIP(대통령) 관심사, 청와대 등의 얘기 없었죠?

정동혁:안 나왔다.

박근혜 변호인:그런데 어떻게 전경련이 정부나 청와대 연락을 받고 재단을 만든다고 생각했나?

정동혁:전경련이란 조직은 기업과 정부의 연결고리다. 전경련에서 요청이 올 때는 정부 요청이라고 생각하는 게 통상적이다.

박근혜 변호인:신세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후원하고 있다.

정동혁:그렇다. 파트너 개념이다.

박근혜 변호인: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후원이 부족해 기업들에 후원 부탁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영향을 미치나?

정동혁:그때는 문재인 정권 이전이었다.

박근혜 변호인
:신세계는 대한컬링협회도 후원하고 있다. 컬링협회나 평창 동계올림픽 후원이나 K스포츠재단 후원 모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때문에 출연을 결정한 거 아닌가?

정동혁
:올림픽은 그렇다. K스포츠재단은 구체적인 사업 설명이 없어서 결정할 때 다른 명분을 찾으려고 애썼다. 올림픽과 K스포츠재단은 성격이 다르다.

■ 1월2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94차 공판

김재호 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이 증인석에 섰다. 이날도 재단 출연 경위와 관련해 질문이 집중되었다. 박근혜 피고인은 역시 출석하지 않았다. 박근혜 피고인의 국선 변호인들이 꼼꼼하게 증인을 신문했다.

ⓒ그림 우연식1월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맨 오른쪽 두 사람)은 꼼꼼하게 증인을 신문했다.

판사:변호인이 서울구치소 의료과에 병상조회 신청을 했다.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 특별히 들은 얘기가 있는 건가?

박근혜 변호인:몸 상태가 좋지 않다 하고 여러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신청했다.

판사:변호인이 피고인을 접견하지 못하고 있어서 사실조회 형식으로나마 건강 상태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변호인의 병상조회 신청을 사실조회 신청으로 채택해 바로 보내겠다.


김재호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찰:증인은 2015년 10월22일 전경련으로부터 미르재단에 8억원을 출연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죠. “2015년 7월24일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참여한 기업 총수들과 오찬에서 한류를 지속할 재단 설립을 말씀하셨다. 그때 안종범 경제수석이 그냥 흘려들었다가 최근 대통령이 문화재단 진행 상황에 대해 물어보았고, 아무것도 안 되어 있어서 안 수석이 질책을 받았다”라는 얘기를 박찬호 전경련 전무에게 들었죠?

김재호
:그렇다.

검찰
:증인이 “왜 이렇게 시급히 하냐”라고 묻자 박 전무가 “대통령이 경제수석을 질책했고,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 때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주까지는 무조건 재단 설립을 끝내야 한다”라고 답했죠?

김재호:그렇다.

검찰:다음 날인 2015년 10월23일 증인은 전경련 오전 회의에 참석했다. 그날 회의에 참석한 다른 그룹 관계자도 증인과 유사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여은주 GS그룹 부사장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300억원 규모로 재단을 설립하고 조만간 체육재단도 만든다고 들었다.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증인을 포함한 기업 관계자들이 동시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건가?

김재호: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검찰:창조경제혁신센터 오찬 다음 날인 2015년 7월25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청와대 안가에서 대통령과 비공개 독대한 것을 알았나?

김재호
:잘 몰랐다.

검찰:10월24일 토요일 증인은 박찬호 전경련 전무에게 출연금을 8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구하는 전화를 받는다. 박 전무는 “대통령이 기본 액수를 올리고 참여 기업도 늘려 출연금을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증액하라고 했다. 내일까지 모두 윗선에 보고를 해달라”고 하자, 증인은 곤란함을 표시하면서 “토요일 오전에 전화해 일요일까지 보고해달라고 하면 어떡하나. 회장님 지금 비행기 타고 계시다”라고 말했죠?

김재호:그렇다. 이상균 부사장에게 보고하자 “VIP(대통령)가 말해서 2억원 올라간 건데 지금 와서 안 할 수는 없지 않냐”라고 해서 10억원을 출연했다.

검찰:미르재단에 출연한 이후 전경련에서 미르재단에 직원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해 거절한 적 있죠?

김재호:그렇다. “재단이 이제 막 구성되어 직원 뽑기가 촉박하다. 직원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해서 우리 그룹은 문화사업에 문외한이고 내부적으로 직원을 보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빼달라고 말을 전했다.

검찰:직원 파견을 요청하는 건 한진에서 임금까지 부담해달라는 말인가?

김재호:당연히 그렇게 되겠지요.

검찰
:K스포츠재단 출연 요청에 관해 묻겠다. 2015년 12월에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다시 전화해서 “미르재단과 동일한 방식으로 재단 설립을 한다. 안종범 수석을 통해 전경련에 지시가 내려왔다”라면서 6억원 출연을 요청했죠?

김재호:그렇다.

검찰
:조양호 회장에게 보고하자 거절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죠. 조 회장이 한진그룹 일보다도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으로 활동을 더 많이 하고 후원도 하고 있으며 그룹에서 조직위에 인력을 직접 파견 중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반영 없이 매출액 기준으로 출연금을 정하는 건 맞지 않다고 정중히 거절하라고 했죠?

김재호:그렇다.

ⓒ시사IN 이명익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은 K스포츠재단 출연 요청을 거절한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해임 통보를 받았다.

김재호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K스포츠재단에 6억원 출연 요청을 거절했는데, 최종 거절은 누가 했나?

김재호:내가 부사장에게 보고했고 부사장이 사장에게 보고하면서 회장님과 상의하셨다고 들었다.

박근혜 변호인
:미르재단에는 출연했지만 한진그룹은 이미 스포츠에 기여하고 있어서 K스포츠재단은 거절한 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청와대 요청이라고 일방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기업 사정에 맞게 거절할 수도 있었던 거 아닌가?

김재호: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진행 경과나 성격이 다르다.

박근혜 변호인
:미르가 훨씬 더 급박하게 진행되었으니 진행 경과가 다른 건 맞다. 그러나 성격은 뭐가 다른가?

김재호:둘 다 좋은 뜻은 맞는데, 미르재단은 애당초 전화를 받으면서 “대통령이 경제수석을 질책하셨다. 다음 주까지 모든 걸 끝내야 한다. 내일까지 의사 결정을 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급박하게 진행됐다. 대통령께서 화를 내셨다는 부분이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K스포츠재단은 그런 부분까지는 없었다.

박근혜 변호인
:대통령이 화를 냈다고 해도 경제수석이 질책을 받는 거지 한진그룹이 받는 게 아닌데, 왜 부응해서 의사 결정을 빨리 내렸나?

김재호:남의 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김재호 증인에 대한 검찰 재신문

검찰:2016년 5월에 조양호 회장이 돌연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해임 통보를 받은 것을 아나?

김재호:신문 기사를 보고 알았다.

검찰:해임된 경위를 아나? 조 회장이 뭐 잘못한 거 있나?

김재호:전혀 모른다.

검찰:한진그룹에서 동계올림픽에 투자한 게 많았다. 올림픽 수익사업으로 손해 본 것을 보전하려고 했는데 해임되어 그룹 분위기가 안 좋았을 것 같다.

김재호:직원들이 놀라는 분위기였다.

■ 1월3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95차 공판

한화, GS, KT, LS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업무를 담당한 임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2015년 10월22일에서 26일에 걸쳐 미르재단 출연이 이루어졌으며 청와대 지시로 만들어진 재단이라 전경련의 출연 요청에 응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이어졌다. 이날도 박근혜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아서 궐석재판이 진행되었다.


전인성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찰:증인은 1982년 KT에 입사해 2003년 상무, 2011년 부사장, 2015년 KT 희망나눔재단 이사장으로 있었죠?

전인성:그렇다.

검찰: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2015년 10월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미르재단 출연을 요청하며 “위에서 정해서 내려올 것이다”라고 표현했다고 하는데, 박 전무가 청와대나 대통령, 경제수석, 안종범 이런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나?

전인성:청와대와 경제수석실이라고 했다.

검찰:청와대라고 언급했나?

전인성:통상 BH라고 한다.

검찰:무슨 취지로 청와대와 경제수석을 언급했나?

전인성:제가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되는 배경에 대해 물었고, KT 내부에서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의사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니까 박 전무가 처음에는 “위에서”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BH에서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

검찰:경제수석은?

전인성:제가 어떤 근거로 CEO에게 보고해야 하냐, 전경련에서 준 제안을 그대로 보고하기는 어렵다고 하니까 박 전무가 곧 경제수석과 CEO 미팅이 있을 거라고 했다.

검찰:10월24일 전화로 그런 말을 한 건가?

전인성:그렇다.

검찰:안종범 수석이 황창규 회장과 재단 설립 관련해서 미팅을 하기로 했다는 건가?

전인성:그렇다.

검찰:증인이 검찰 조사에서는 그냥 “위에서 정해서 내려올 것이다” 이렇게만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는데?

전인성:굳이 얘기할 입장이 아니어서 그렇게 진술했다.

검찰:실제로 황창규 회장이 안 수석과 미팅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적 있나?

전인성:월요일(2015년 10월26일) 오후 보고하면서 CEO께서 미팅에 따른 어려움 그런 걸 말씀하셨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워하셨다.

검찰:황 회장이 뭐가 어렵다고 한 건가?

전인성:이 제안을 들어줘야 하는지 결정이 어렵다는···.

검찰:그럼 일요일인 10월25일에 황창규 회장과 안종범 수석이 만났다는 건가?

전인성: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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