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의 속임수에 국제기구 수준의 철퇴가 내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는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금지시켰다. 정부 주도로 2011년에서 2015년까지 30개 종목에서 선수 1000명이 연루된 이 속임수는 ‘도핑 프로젝트’라 불릴 만하다.

압권은 2014년 소치 올림픽이다. 자국에서 개최한 올림픽의 이점을 십분 발휘해 러시아는 소변 샘플을 보관하는 반도핑 실험실 벽에 구멍을 뚫었다. 배관공으로 위장한 러시아연방보안국 요원이 이 통로를 통해 샘플을 바꿔치기했다. 금지 약물과 술을 섞어 선수들에게 지급된 약물은 ‘귀부인 칵테일’로, 반도핑 실험실에 침투한 요원들은 ‘마법사’로 불렸다.

미국과 치열한 공작을 벌이던 소련 시절의 유산은 ‘도핑 프로젝트’와 KGB 출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통해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12월6일 푸틴 대통령은 내년 3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연임에 성공하면 푸틴 대통령의 집권 기간은 2024년까지 총 24년이 된다. 30년간 소련을 통치했던 스탈린 전 공산당 서기장 뒤를 쫓는 기록이다.

올해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이는 손’이 드러났다. 몇몇 국회의원이 지역구 예산을 막판에 끼워넣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중 일부는 지역구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국민의당 간사인 황주홍 의원과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사진)은 각각 지역구 신규 사업비로 34억원(고흥 오천항 예산 등), 37억원(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북측 진입도로 예산 등)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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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예산 끼워넣기를 페이스북으로 중계한 의원도 있다.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인 이용호 의원은 예산안 심사 막바지인 12월4일 밤 자신의 지역구인 순창 밤재터널과 임실 옥정호 수변도로 예산을 따내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담판을 벌이고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꼼수를 비판하는 기사는 이맘때면 늘 나온다. 의원들은 이런 기사를 더 반긴다. 비판 기사를 쓴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한다. 본인 부고만 아니라면 기사화되는 걸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지역구 예산 챙기기 기사야말로 세일즈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지역구 예산 관련 기사를 일절 쓰지 않는 카르텔이라도 맺어야 할까?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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