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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64)은 1998년 시드니 올림픽 때 남북한 선수단 동시 입장을 성사시킨 숨은 주역이다. 그는 지난 7월3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면담한 김대중 전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 1998년 시드니 올림픽 때도 북한의 참가는 불투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동의하면 나는 무엇이든 동의한다”라고 말했다고 바흐 위원장이 전했다. 그 말을 듣고 바흐 위원장은 북한을 설득했고, 북한의 시드니 올림픽 참가와 남북한 선수단 동시 입장이라는 성과를 냈다.

1953년 서독 뷔르츠부르크 태생인 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 펜싱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메달리스트이자 변호사이다. 1991년 IOC 위원이 되어 집행위원·부위원장을 거쳐 2013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는 처음으로 제9대 IOC 위원장이 되었다.

분단의 아픔을 똑같이 겪은 독일 출신 IOC 위원장으로서 그는 문 대통령과 “한배를 탔다”라며 “동반자”라고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함께 힘을 합쳐 북한을 참여시키자는 것이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 6월 무주에서 열린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북한 태권도 시범단 참가를 중재하기도 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이유로 일부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그는 북한 참가를 이끌어냈다. 그때만 해도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외신 인터뷰에서 “정치·군사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스포츠나 태권도가 어떻게 북남 체육 교류를 주도하고 물꼬를 트느냐”라고 말했다. 최근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9월16일(현지 시각) 페루 리마에서 열린 131차 IOC 총회에 참석한 장웅 위원은 IOC 매체인 ‘올림픽 채널’과 인터뷰하면서 “정치와 올림픽은 별개 문제다. 평창올림픽에서 어떤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 참가 자격이 된다면 북한올림픽위원회가 참가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IOC는 북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맞춤형 지원도 마련했다. IOC는 지난 10월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의 참가를 원한다면 장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올림픽 솔리더리티(Olympic Solidarity)로 지불할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솔리더리티는 IOC가 올림픽 중계권 수익을 바탕으로 마련한 자금이다. IOC는 또 “북한의 평창 유망주(PyeongChang Hopefuls) 그룹을 올림픽 예선과 훈련에 참여시키기 위해 특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북한 올림픽위원회와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북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IOC의 세심한 배려 뒤에는 분단의 아픔을 공유한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있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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