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야 4당과 격차를 벌리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사IN〉은 응답자에게 정당별 신뢰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해달라고 했다. 매우 신뢰하면 10점, 보통이면 5점, 전혀 신뢰하지 않으면 0점이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은 5.58점을 얻었다(〈표 1〉 참조). 2위 정의당(3.70점)과 1.88점 차이다. 바른정당(3.08점), 국민의당(3.03점)이 그 뒤를 따랐다. 자유한국당은 2.53점으로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조사 정당 중 유일하게 ‘불신한다’보다 ‘신뢰한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민주당을 ‘신뢰한다’(6~10점)는 응답자가 45.5%로 ‘불신한다’(1~4점)는 응답자(22.5%)를 앞질렀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민주당의 독주는 더욱 두드러진다. 연령별, 지역별, 직업별, 학력, 정치 성향별 각 그룹에서 모두 정당 신뢰도 1위를 차지했다. 지지세가 약했던 60세 이상(4.58점), 대구·경북(4.76점), 보수 성향(4.29점)에서도 민주당이 제일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민주당의 선전은 문재인 대통령과 떼어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이 지지율 고공비행을 이어가면서 여당으로 향하는 신뢰까지 견인하는 구실을 했다.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6.67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통령 취임 첫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국가기관의 신뢰도가 일제히 올랐다. 당시 신뢰도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6.59점, 새누리당은 5.2점을 얻으며 민주당(3.94점)을 압도했다. 하지만 이후 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집권 첫해의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했다.

집권 첫해인 올해 신뢰도 조사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 신뢰도가 단연 높고 국정원을 제외한 국가기관 신뢰도도 지난해보다 올랐다.

ⓒ연합뉴스집권 첫해인 올해 신뢰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 민주당의 신뢰도가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신뢰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로 ‘인물’을 꼽았다. 지난해 총선과 올해 대선을 거치며 인재 영입에 성공하거나 당내 인사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그 덕을 보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총선에서 박주민·표창원 의원, 대선 때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가 민주당이라는 ‘정치 결사체’에 보내는 믿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에 대한 신뢰는 대통령이나 ‘스타 플레이어’의 후광에 기댄 측면이 있다. 정당이 가진 실력에 대한 평가와는 결이 다르다. 실제로 집권 이후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미숙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결정적 장면이었다. 민주당은 야당 설득과 표 계산에 실패하며 정치력 부족을 드러냈다. 표결 직전까지 민주당 지도부는 찬성표를 150표 이상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서 여당으로서 모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서 실력을 입증하지 않는다면 이번 조사 결과는 반짝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받은 신뢰도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에 비해 신뢰도가 상승한 정의당을 제외하면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신뢰도 평가에서 점수가 낮았다. 바른정당 3.08점, 국민의당 3.03점, 자유한국당 2.53점이다.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각 당이 타깃으로 삼은 그룹에서 받은 성적이다. 자유한국당은 전통적 지지 집단인 60세 이상(3.5점), 대구·경북(3.44점), 부산·울산·경남(2.87점), 보수 성향(3.62점)에서 민주당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구와 경상도는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위를 했던 지역이다. 자유한국당은 50대 그룹에서는 2.69점으로 조사 정당 중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은 보수 성향(3.02점)에서 신뢰도 꼴찌, 중도 성향(3.15점)에서 신뢰도 4위를 기록했다.

국민의당 ‘호남 신뢰도’ 3위로 밀려나

국민의당은 호남·광주에서 지난해 신뢰도 2위에서 올해 3위로 밀려났다. 점수는 3.89점에서 3.28점으로 떨어졌다. 낙폭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정의당에 뒤진 점이 눈에 띈다. 민주당과 정의당 신뢰도는 지난해 조사에 비해 올라간 반면 국민의당은 떨어졌다. 지난해 조사에서 호남·광주에서 민주당은 4.32점, 정의당은 3.22점을 얻으며 각각 신뢰도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올해 조사에서 민주당은 6.74점, 정의당은 3.96점을 받아 정의당이 국민의당을 제쳤다. 지역구 국회의원 27석 중 23석이 호남 지역인 국민의당으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연합뉴스9월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영화 〈택시운전사〉에 등장하는 전시물 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의당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2012년 10월 창당해 2013년부터 〈시사IN〉 신뢰도 조사에 포함된 정의당은 그해 신뢰도 1.86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이후 매년 꾸준히 올라 올해는 3.7점으로 민주당에 이어 신뢰도 2위를 차지했다(위 〈표 1〉 참조).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신뢰도가 오른 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하다.

정당 신뢰도는 지지도와 궤를 같이하는 경향이 있다. 호남 출신인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낙마에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과 ‘협치’를 하면서 안방인 호남에서 신뢰도가 추락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과 야당들의 격차가 꽤 큰 편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까지 8개월여가 남았지만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야당 쪽에서 정당 간 통합에 준하는 정계 개편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 구도를 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9월20일 정책 연대를 위한 ‘국민통합포럼’을 발족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사이 중진 의원 모임이 활발히 이뤄지는 등 두 당의 통합론도 그치지 않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추석 민심을 접하며 실제 통합에 따른 손익 계산기를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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