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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사 다시 쓴 손석희와 JTBC [뉴스룸]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와 방송 매체는 JTBC,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뉴스룸>,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은 손석희. 손석희와 JTBC <뉴스룸>의 시대가 열렸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2017년 10월 10일 화요일 제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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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과 <뉴스룸> 제작진이 9월26일 생방송 뉴스를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믿음직한 뉴스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을 켠 사람들은 이제 9번(KBS)과 11번(MBC)에 채널을 고정하지 않는다. 리모컨을 들어 연신 버튼을 누른다. 채널 번호가 멈춘 곳은 15번, JTBC다. <시사IN>과 칸타퍼블릭이 지난 9월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신뢰도 조사 결과, JTBC는 언론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였다. 신뢰하는 언론 매체, 신뢰하는 방송 매체,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신뢰하는 언론인 문항에서 모두 JTBC가 영광을 거머쥐었다. 과거 1·2위를 다투던 KBS와 MBC는 추락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공영방송의 뉴스를 믿지 않는다.

JTBC의 신뢰도는 압도적이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 매체를 주관식으로 묻자 43.4%가 JTBC를 꼽았다(<표 1> 참조). KBS(21%)와 MBC(7.8%)가 뒤를 잇기는 했지만 수치가 뚝 떨어진다. 다른 모든 방송 매체 신뢰도를 합쳐야 겨우 JTBC 신뢰도와 비슷해진다.

JTBC는 방송 분야뿐만 아니라 언론 분야 전체에서 가장 신뢰받는 매체이다. 신문·방송·인터넷 등 전체 언론 가운데 가장 신뢰하는 매체를 물었을 때도 가장 많은 사람(30.8%)이 JTBC를 꼽았다(<표 2> 참조). 계층별로도 고른 편이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 강원·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거주(36.3%), 40대(41.2%), 화이트칼라(43.9%), 진보(49.7%)층에게 높은 신뢰를 받았다.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 신뢰도 뚝

가장 신뢰받는 방송(지상파·종편·라디오·팟캐스트 등) 프로그램도 JTBC <뉴스룸>(24.7%, 24쪽 <표 3> 참조)이다. 2007년 첫 조사 때부터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주관식으로 물어왔다. 2014년부터 KBS1 <뉴스9>를 위협해왔지만 오차범위(±3.1%포인트, 95% 신뢰 수준)를 벗어나 1위를 차지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표 4> 참조).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역시 JTBC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40.5%)이다. 손 사장은 <시사IN>이 신뢰도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기록(36.8%)을 또다시 경신했다.

JTBC의 비약은 최근 한국 사회의 큰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 2013년 9월 신뢰도 조사에서 JTBC를 가장 신뢰하는 언론으로 꼽는 사람은 0.5%(객관식 문항)에 불과했다. 함께 출범한 종편 가운데 TV조선이 2.6%로 그나마 가장 높았고 채널A는 JTBC와 같은 0.5%를 기록했다. JTBC 신뢰도는 2014년 9월 조사에서 KBS(16.4%)에 이어 2위(8.8%)로 훌쩍 뛰었다. 그 사이 JTBC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손석희 앵커를 영입했고,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상승세를 타던(2015년 11.3%, 2016년 11.6%) JTBC 신뢰도는 올해 조사(30.8%)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해 조사와 올해 조사 사이,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단독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를 신호탄으로 지난겨울 촛불 혁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올봄 문재인 정부 탄생이 이어졌다. 손석희 사장은 자신과 JTBC가 받은 높은 신뢰에 대해 “특히 지난해 가을에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로 탄핵 국면을 연 이후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순실 특종 우연이 아니다” 인터뷰 기사 참조).

‘KBS 가장 믿고 <조선일보> 안 믿는다’ ‘조·중·동 안 믿고 MBC 믿는다’. 각각 2007년 9월(창간호)과 2009년 8월(제100호) <시사IN>에 실린 ‘언론 신뢰도 조사 결과’ 기사의 제목이다. 2010년 이전 ‘신뢰의 아이콘’은 KBS와 MBC였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와 방송 프로그램, 언론인을 묻는 질문에서 이 두 방송사는 상위권에 있었다. 2007년에는 KBS(27.3%), 2009년에는 MBC(19%)가 가장 신뢰받는 언론 매체로 꼽혔다. 신뢰받는 방송 프로그램은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 <100분 토론> <PD수첩> 등이었고, 신뢰받는 언론인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던 손석희 교수(전 MBC 아나운서 국장)를 비롯해 엄기영 MBC 앵커, 홍기섭 KBS 앵커 등이었다.

균열은 KBS에서 먼저 시작됐다. 2010년 조사에서 KBS는 전해보다 신뢰도는 낮아지고(29.9%→28.2%), 불신도는 높아졌다(6.4%→9.8%, 중복 응답).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이병순·김인규 사장 취임 논란, ‘블랙리스트’ 파동, KBS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갈등 등이 일어나던 때였다. 곧이어 MBC도 추락했다. 2012년 조사에서 MBC의 신뢰도는 2년 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18%→6.9%).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그 사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이 170여 일 동안 장기 파업을 벌였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여러 기자와 PD들이 해직되고 징계를 받았다. 당시 <PD수첩>이 불방 사태를 겪던 때였다.

MBC, <조선일보> 버금가는 ‘불신의 명가’로


한창 빛나던 때 텔레비전에 비치던 얼굴이 하나둘 KBS와 MBC에서 사라졌다. 신뢰받는 방송을 만들던 두 방송사 기자와 PD들은 쫓겨나거나 유배당했다. 쫓겨난 이들은 대안 언론을 만들어 방송을 이어갔고 유배당한 이들은 최근 다시 거리에 모여 파업을 벌이고 있다. KBS와 MBC는 더 이상 ‘신뢰의 아이콘’이 아니다. 올해 조사에서 신뢰받는 언론인 10위 안에 두 방송사 소속인의 이름은 없다. 2년 전까지만 해도 JTBC <뉴스룸>과 경합을 벌이다가 지난해 오차범위 안에서 추월당한 KBS <뉴스9>의 신뢰도는 올해 7.1%로 크게 떨어졌다(위 <표 3> 참조). JTBC <썰전> (4.7%)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3.3%)가 신뢰받는 방송 프로그램 순위권에 올랐고, MBC <뉴스데스크>는 라디오 프로그램인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2.2%)보다 조금 높은 2.5%의 신뢰를 받는 데 그쳤다.

ⓒ시사IN 이명익
9월4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 출정식 모습.

MBC와 KBS는 오히려 ‘불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올해 조사 결과 두 방송사는 현재 <조선일보>에 이어 가장 불신받는 언론이다(<표 2> 참조). 중복 응답 기준으로 살펴보면 MBC(22.4%)는 ‘불신의 명가’ <조선일보>(20.7%)도 뛰어넘었다. 2010년 조사 때까지 가장 불신하는 언론 매체 1~3위는 항상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순서였다. 조·중·동 프레임이 깨지고 그 자리를 두 공영방송사가 채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다. 지금의 KBS와 MBC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기다린다. 과거의 ‘마봉춘(MBC)’ ‘고봉순(KBS)’이 돌아오기를. ‘현재 MBC와 KBS 구성원들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89%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표 5>).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는 노조 측의 주장을 더 신뢰한다는 응답도 60%를 넘는다(<표 6>). 이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경영진 측의 주장을 더 신뢰하는 비율은 13.6%에 그쳤다. 언론노조 KBS본부 강윤기 정책실장은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이 제구실을 못한 것에 대한 꾸짖음인 동시에,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싸움이 정당함을 확인시켜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허유신 홍보국장은 MBC에 나타난 높은 ‘불신도’에 대해 “아프지만 긍정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동안 MBC가 걸어왔던 길에 비추면 참담하기 그지없지만, 앞으로 다시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는 조사 결과다. 아프게 맞겠다.”

신문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신뢰하는 매체는 이번에도 <한겨레>(16%, <표 7> 참조)로 나타났다. 2007년과 2013년 조사에서 <조선일보>에 소폭 뒤진 것을 제외하고 매번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한겨레>를 비롯해 진보든 보수든 전체적으로 모든 신문 매체의 신뢰도가 떨어졌다. 한때 전체 언론 매체 가운데 신뢰도 2위(2012년)에까지 올랐던 <한겨레>는 올해 조사에서 전체 6위로 내려갔다(위 <표 2> 참조). 2013년 10.2%를 기록했던 <조선일보> 신뢰도도 올해 반토막(5.1%)이 났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아예 전체 언론 분야 신뢰도 상위 10위권 안에서 사라졌다. 특히 지난해 신문 매체 가운데 ‘가장 신뢰하는 언론’ 3위를 기록한 <경향신문>(8.6%)은 올해 순위(5위)와 신뢰도(4.5%)가 모두 떨어졌다(왼쪽 <표 7> 참조).


<한겨레> <경향신문> 등이 대표하던 ‘진보 언론’ 타이틀도 빼앗겼다. 이들의 자리를 이제 JTBC가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신의 정치 성향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11.5%가 전체 언론 매체 가운데 <한겨레>를 가장 신뢰했다. 지난해 JTBC(18.3%)가 진보층의 신뢰를 더 많이 받긴 했지만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해 조사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자신의 성향이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 49.7%가 JTBC를 가장 신뢰했다. <한겨레>를 신뢰하는 진보층은 6.2%에 그쳤다. 지난해 4.1%를 기록했던 ‘진보’층의 <경향신문> 신뢰도는 올해 1.9%로 떨어졌다(위 <표 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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